삼성의 車부품업 진출, M&A+지분투자…그룹 내부 교통정리 과제
입력 2016.09.23 07:03|수정 2016.09.23 07:03
    [4대 그룹 미래차 시장 어떻게]
    中-지분투자·유럽- 경영권 확보 M&A 방식 유력
    그룹차원 큰 그림은 제시 못해… 선택과 집중 과제도
    • [편집자주]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IT업체와 완성차 업체간 공고한 장벽은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내연기관차 시대에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던 중국은 이제 세계 1위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했다. 미국에선 테슬라가 본격적인 전기차 양산 채비를 마쳐가고 있고, 실리콘밸리에선 자율주행차가 시험 트랙을 활보하고 있다. 국내 4대 그룹도 '미래차'를 향후 먹거리로 삼아 적극적인 진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뚜렷한 방향을 제시한 그룹도 있지만, 여전히 밑그림 단계에 머무른 그룹도 있다. 인베스트조선은 각 그룹의 진입 전략과 현황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전망과 한계를 짚어봤다.

      삼성전자가 신수종사업인 전장부품업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중국 최대 전기차업체 BYD에 대한 지분투자가 우선 마무리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나서서 유럽 자동차업계와의 접촉하기도 한다. 동시에 인수·합병(M&A)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투자업계의 기대감도 큰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전장부품업 진출의 도입부는 'M&A'였다. 자동차 부품시장의 높은 진입 장벽과 삼성전자의 풍부한 현금성자산 규모(상반기말 약 77조원)를 고려하면 결국 M&A가 현실적인 해답이라는 게 시장과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각론에서는 같은 M&A라도 중국과 유럽ㆍ미국 시장에서 취하는 전략이 다소 다르다.  중국의 경우 전기차업체에 대한 지분투자를 진행하고, 유럽과 미국에서는 전통 부품업체의 경영권 인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사실 중국에서는 BYD 지분 인수 이전에 이미 삼성SDI가 중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전기차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커지고 있는 만큼 결국 삼성전자의 전장부품 사업 계획도 전기차에 우선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가 거론되었다. 무엇보다 전기차향 비즈니스를 하는 업체에게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중국은 반드시 들어가야 할 곳으로 꼽힌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전기차 산업에서 해외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향후에도 BYD 지분투자와 같은 방식의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앞으로도 전기차산업의 헤게모니를 해외 업체에 넘기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지 톱티어 업체에 대한 지분투자나 이를 통한 해당 업체와의 협력강화 등을 통해 중국 시장 공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럽의 경우 전장부품 후발주자인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매출처와 앞선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시장지위를 갖춘 기존업체를 인수하는 방안이 불가피한 선택이다.

      최근 제기되는 피아트크라이슬러(FCA)그룹의 부품사인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설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는 1919년 설립된 회사로 전장부품에서부터 램프·엔진제어·배기가스 제어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다. 전통적인 부품회사의 대표격이다.

      이 M&A는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8월29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엑소르 이사회에 참석하면서 다시 성사가능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엑소르는 FAC그룹의 지주회사인데다,  당시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FAC CEO도 "삼성전자는 잠재적 파트너"라고 밝히는 등 양사간 협력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선 마그네티 마렐리가 세계 30위권인 점을 들어, 더 큰 규모 업체와의 M&A도 가능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 다만 이렇게 판을 벌리고 있지만 적절한 시점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유는 간명하다. 삼성전기·삼성SDI 등 계열사들이 각각 사업을 진행하는 등 그룹 내부에서도 자동차향 사업에 대한 교통정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삼성전자가 BYD지분을 확보하면서 "삼성SDI의 배터리 납품처 확보와는 무관하다"고 밝히는 등 각 계열사간 협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장부품 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해결과제다. 지난해말 전장사업팀을 신설하면서 밝힌 계획은 ' 인포테인먼트·자율주행 중심의 역량 집중'이었다. 현재까지 전기차업체에 대한 지분투자가 이뤄지고, 기존 내연기관 완성차 업체 부품사 인수가 거론되는 등 다소 산발적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삼성전자의 자동차산업 진출에 대한 투자자들의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된 만큼, 이제는 보다 선명한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