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통한 사업재편 대형화 필요하다"
업체 반발에 삭제 의구심...수은 "우리가 알아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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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컨설팅그룹(BCG) 보고서와 함께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내놓은 한 편의 보고서가 최근 철강업계를 달구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의 공급과잉 현황을 분석하면서 철강 1위·2위 업체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통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지난 5일 '철강산업 동향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놨다. 현재 진행중인 소극적인 감산전략 보다 인수합병(M&A)을 통한 산업재편과 대형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게 해당 보고서의 골자다. 급변하는 산업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산업차원의 구조재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리포트는 시장과 업계는 물론, 정치권에서의 관심도 집중됐다.
다만 해당 리포트는 현재 외부 공개를 중단했고 관련 사이트에서도 내린 상태다. 포스코를 위시해 리포트에 거론된 철강업체가 반발했기 때문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수출입은행은 "리포트가 너무 이슈가 되다보니 너무 부담스러워 우리가 자체적으로 내렸다"는 입장. 포스코는 "업체들이 보고서를 내려달라고 해서 수은 정도 되는 기관에서 보고서를 내리겠느냐"며 의구심을 부인했다.
◆국내 철강업계 수급상황 매년 악화
국내 철강산업은 지난 10년간 대규모 설비투자로 공급과잉이 이어지고 있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조강생산능력은 총 8600만톤이지만 실제 생산량은 7400만톤으로 약 1200만톤 가량이 공급과잉인 상황이다. 리포트는 국내 철강 소비량은 5600만톤에서 정체하고 있으며 향후 철강 소비량은 추세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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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철강재의 수출전망도 밝지 않다는 분석이다. 리포트와 한국철강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철강재 수출량은 지난 2014년 기준 3230만톤으로 집계됐지만 올해 예상되는 수출량은 3090만톤으로 줄어들고 있다. 최근 미국이 한국산 열연강판에 61%대 반덤핑 및 상계 관세를 부과하는 등 신보호무역주의 기조도 나타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2014년 이후 세계적으로 철강산업은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고 이는 2019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라며 "중국이 공급과잉 물량 해소를 위해 밀어내기식 수출로 철강가격 질서를 무너뜨려 세계 철강산업을 어려움에 빠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조선업 침체·유가하락으로 후판·강관 큰 타격
국내 철강산업에서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강종으로 후판과 강관을 꼽을 수 있다.
후판의 경우 수요의 76%가 조선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조선업의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후판 생산량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수출입은행은 "후판 생산량대비 생산능력 차이는 역대 최대인 500만톤 수준"이라며 "약 200만톤 정도의 감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포스코·현대제철보다 경쟁력이 낮은 동국제강에 타격이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190만톤 수준의 생산설비를 폐쇄한 바 있다.
전세계적인 유가하락에 따라 에너지개발 수요 위축으로 강관수요가 크게 감소했다. 2016년 상반기 기준 강관 수출물량은 전년 대비 27%가량 감소했고 중소형업체(아주베스틸·넥스틸·스틸플라워·동양철관)들이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일본 경쟁사들은 이미 M&A 활발
철강업 위기가 전세계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국과 일본 철강사들은 이미 M&A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중국의 경우 올해 허베이강철-서우드강철, 바오산강철-우한강철 등 합병을 통해 세계 2위, 3위권 대형 업체로 거듭났다. 대형 철강사 출범을 통해 수급조절과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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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철강업계는 최근 신일본주금의 닛신제강 인수로 신일철주금·JFE홀딩스·고베제강소 등 3강 체제로 개편됐다. 향후 2강 체제로 다시 재편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 2012년 이뤄진 신일본제철과 스미토모금속공업 합병 이후 신일철주금은 2015년까지 총 2조2000억원의 합병효과(비용절감·영업익 증가)를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포스코 현대제철 통합도 고려해야"
국내 철강업체들도 이제 M&A를 통한 산업 차원의 구조재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수출입은행은 "현재 추진 중인 국내 철강산업의 구조조정은 일부 중소 강관업체들의 설비감축 및 철근 생산거점 통합 선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는 일부 공급과잉 제품의 감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와는 거리가 있다"고 밝혔다.
동일 업종간 M&A를 통해 잉여설비를 정리한 후 원료 공급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중심으로 공급-제조-물류&유통 등 밸류체인 전반의 수직적 통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수출입은행은 "중국 및 일본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포스코와 현대제철간 통합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으며 합병시 세계 3위권 업체로 부상하게 된다"고 밝혔다.
◆공급과잉 돌파 위해선 기술 경쟁력 확보가 필요
저가 철강재의 경우 중국 및 인도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거센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국내 철강사들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포지셔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부가가치 철강재의 경우 생산하는 곳이 한정돼 있어 고정적인 수요창출과 무역분쟁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국내 철강사들의 기술력은 일본 업체들과 비교할 경우 90~95%에 머무르고 있다는 진단이다. 결국 기술력 확보를 위해 선진국 수준의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비중은 신일철주금의 경우 4.2%에 이르지만,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의 경우 각각 1.6%·0.7%·0.2%에 그치고 있다.
정책금융도 철강산업 사업재편을 위한 지원확대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수출입은행은 "원샷법 도입 이후 업체간 M&A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돼 이에 따른 정책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며 "또한 국내 전체 조강생산량 중 특수강 비중은 선진국 대비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제품개발을 위한 R&D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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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9월 25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