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대비 높은 금리…리먼사태 때 콜옵션 행사 안 한 영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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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이 최근 발행한 외화 조건부 신종자본증권(Tier1 코코본드) 발행금리 수준을 두고 예상보다 금리가 높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21일 영구채 표시 티어1 코코본드 5억달러를 발행했다. 주문량은 8억5000달러가 몰렸고, 금리는 4.5%에서 결정됐다.
지난해 우리은행이 발행한 영구채 표기 이전 30년 만기 티어1 코코본드 발행 금리가 5%에서 발행됐던 것보단 낮은 수준이지만 이후 계속 떨어졌던 채권 유통금리를 감안하면 비싼감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국내 시중은행으로서 올해 처음 티어1 코코본드 발행에 나서면서 벤치마크가 되기를 기대했지만 그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이 나온다. 고금리의 발행 원인은 미국 기준금리 결정 시기와 리먼브라더스 때 콜옵션을 행사했던 이력 등이 꼽힌다.
우리은행은 지난 22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결정하기 이전에 서둘러 발행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금리 동결 결정이 났지만 인상될 수도 있던 리스크 대비 차원이다. FOMC 결정 전에 발행했기 때문에 금리 불확실성이 가산됐다는 설명이다.
다른 원인은 미국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 당시, 우리은행이 30년 만기 영구채 성격으로 발행한 티어1 코코본드의 콜옵션을 받아주지 않았던 점도 거론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통상 티어1 채권의 콜옵션은 받아줄 것으로 투자자와의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는데 당시 우리은행은 콜옵션을 거부했다"며 "금리 인상이라는 보상을 하긴 했지만, 이번 발행은 이전 상황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신뢰를 덜 줬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달 발행된 같은 종류의 채권과 비교해도 저리로 조달한 상황은 아니다. 같은 아시아계인 싱가포르개발은행(DBS)가 이달초 3.6%였던 것과 비교하면 낮지 않은 금리다. 게다가 DBS가 7억5000달러 조달에 주문량이 60억달러 이상 몰린 것을 감안하면, 우리은행은 2배에 못 미치는 주문량으로 흥행했다고 보기 어렵다.
유럽계인 소시에떼제네랄이 7.3%대에 발행한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인 것은 맞다. 다만, 유럽계나 아시아 중에서도 중국계 글로벌 은행들은 부실채권 증가, 규제 등을 이유로 6~10%선의 고금리로 발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자금이 시장에 넘쳐나고 있다"며 "자산건전성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아시아계 은행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투자하려는 성향을 고려하면 우리은행의 채권은 흥행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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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9월 25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