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기관수는 종전과 비슷한 수준
시장 악화로 실수요량만 청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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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 시장의 연이은 수요예측 부진으로 발행사와 주관사들이 고심하고 있다. 시장 악화로 기관투자자가 필요한 물량만을 청약하면서 단순 경쟁률이 급격히 낮아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부터 이달까지 IPO를 진행한 5개 기업 중 4곳이 수요예측에서 두 자리수의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화승엔터프라이즈는 48.46대1을, 엘에스전선아시아는 30.57대1을 , 자이글은 18.90대1을 기록했다.
올해 상장한 기업 36개사(스팩 제외) 중 25개사가 100대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특히 지난 6~7월 사이 상장한 기업들은 올해 최고 수요예측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에코마케팅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올해 최고 수준인 942대1이었고, 팍스넷과 녹십자랩셀 역시 700대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참여 기관 수가 줄어든 것도 아니다. 최근 2개월간 수요예측에 참여한 국내외 기관 투자자는 500건 내외로 집계됐다. 수요예측 경쟁률 112대1을 기록한 아이엠텍의 참여건수(232건)와 137대1을 기록한 한솔씨앤피(371건)보다도 높다.
그럼에도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들은 실수요량만 청약하고 있어 경쟁률이 크게 줄었다. 수요예측 참여 기관이 줄어들면서 자칫 써낸 물량 전량을 받아야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전엔 기관들이 안배 물량을 고려해 목표치보다 많은 주수를 적어냈지만, 최근엔 실수요량만 제시하고 있어 경쟁률이 낮아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요예측 결과는 발행사 IPO에 대한 기관투자자들 심리를 반영한다. 발행사의 공모가격이 높거나, 성장성에 의문이 생길 경우 기관투자자들은 청약주수를 줄이거나, 낮은 공모가를 써 낸다. 수요예측 경쟁률이 낮으면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청약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발행사와 주관사가 수요예측 결과에 고심하는 이유다.
과거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수요예측에서 기관에 실수요량만 신청할 것을 제안한 적이 있었다. 참여의사가 적은 투자자가 참여해 수요예측에서 허수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서였다. 수요예측 단순 경쟁률이 낮아지자 일반 청약에서도 부진을 겪으면서 기존의 방식대로 다시 돌아왔다.
최근 나타나는 현상은 과거 주관사들이 기대했던 긍정적인 변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기관들이 보수적으로 바뀐 이유는 최근 시장 부진으로 부담감을 느낀 게 가장 크다는 것이다. 앞서 상장한 기업들이 높은 가격으로 상장했지만, 주가가 떨어지면서 원활한 투자회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미국 금리 인상 등의 변수로 국내외 증시가 불안정해진 것도 한 몫 했다.
두산밥캣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조 단위 IPO를 앞두고 기관들이 몸사리기를 하는 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스닥 기업에는 몸을 사렸던 기관들이 포트폴리오 구성을 위해 대기업 계열사 주식 확보에는 전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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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9월 25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