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유지 가장 큰 목표…향후 G6까지 '생명 연장' 역할
인력 감축·설비 해외 이전 등 구조조정 병행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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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좋은 기회를 LG전자가 놓치나..."
하반기 LG전자의 기대작 V20의 출고가가 ‘89만9800원’으로 공개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고가 논란’이 펼쳐졌다. 삼성의 갤럭시 노트7와 애플의 아이폰7이 각각 ‘발화 이슈’와 ‘부족한 혁신’으로 실망감을 준 사이. LG전자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존재감을 회복할 기회를 놓쳤다는 시각이다.
실제 V20의 출고가는 지난해 10월 출시한 전작 V10 (79만9700원)에 비해 약 10만원 비싸다. 삼성의 갤럭시 노트(98만8900원)에 비해 다소 낮은 가격이지만 애플의 아이폰7이 현지에서 70~80만원 대에 출시한 점에 비교해도 '고가'라는 지적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LG전자는 “음질, 카메라 부분에서 최고 수준 부품을 사용했기 때문에 비싼 가격은 아니다”라고 직접 해명에 나섰다.
이번 논란을 두고 LG전자를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은 ‘의미 없는 논쟁’이라고 입을 모은다. “공격적인 가격 정책은 애초부터 LG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니었다”라는 분석이다.
단순히 V20의 출고가 적정성 문제가 아니라, LG전자 MC사업부의 구조적 문제가 반영된 사태라는 의미다.
우선 LG전자가 시장에 공개한 경영 방침부터 '‘프리미엄 유지’가 유일한 선택일 수밖에 없었다. LG전자는 G5의 실패를 시장에 인정하면서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모델 최소화’, 구조조정을 통한 ‘고정비 절감’이라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전처럼 G시리즈가 프리미엄 시장을 맡고, V시리즈와 중·저가 모델을 통해 다양한 가격을 펼칠 체력을 잃었다는 설명이다.
A 증권사의 IT·전자 연구원은 “G5의 실패 이후 LG전자는 판매량을 통해 매출을 키워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매스(Mass) 시장’을 포기하고 특정 소비자를 겨냥해 ‘이익’을 내는 방향으로 선회했다”라며 “적자폭을 줄여 체력을 정상화하는게 현재로선 가장 큰 목표”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LG전자 MC사업부의 발목을 잡아온 고비용 문제도 영향을 주고 있다.
가격 인하를 통한 흥행여부는 불확실성이 크다. LG전자 입장에선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위험 부담을 피하는 점이 우선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생산 설비의 90% 이상을 베트남 등 해외로 이전한 삼성전자와 비교해도 LG전자는 여전히 50%이상의 설비를 국내에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비용 측면에서 높은 부담을 지고있다. LG전자는 MC사업부 내 인력 조정, 생산설비의 해외 이전 등을 통해 분기별로 약 1000억원에 가까운 비용 축소를 계획하고 있다.
B 증권사 LG전자 담당 연구원은 “무리하게 가격을 내리기보다는 이번 제품처럼 음질, 카메라에 대한 매니아층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장점을 지켜 나가는게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회사입장에선 큰 이익을 바라기보다는 60만대~80만대 정도 판매량을 목표하면서 혹시라도 모를 좋은 반응을 기대하고 있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만약 V20이 가격인하를 통해 판매량을 끌어올려도 ‘역시 LG 핸드폰은 가격을 내려야 팔리네’라는 선입견이 인식되기 시작하면 향후 출시할 G6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워낙 비용구조가 높은 회사다보니 소비자 요구대로 가격을 내리면 마진은 계속해서 박해질 수 있는 악순환에 빠지는게 LG전자 입장에선 가장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V20을 통해 음질·카메라 등 독자적인 역량을 유지하면서, 향후 전략 모델인 G6에 사활을 걸겠다는 전략을 유지할 것이란 분석이다. LG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애플과 경쟁할 수 있다는 ‘평판’을 유지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C 증권사 스마트폰 담당 연구원은 "올해까진 V20 판매와 구조조정을 병행하면서 생명을 연장한 이후 G6가 이전 G3, G4처럼 분기별 250만대 이상의 판매량을 회복하면, LG전자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반전을 맞게 될 것"이라며 "지금 LG전자입장에선 선택지가 남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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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9월 25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