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사옥 매각도 검토되지만 재무구조 개선효과 미미
결국 권 회장 재신임 앞두고 '실적 부풀리기'에 활용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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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그룹의 건설업은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마지막 남은 구조개편 '카드'중 하나로 꼽힌다. 내년 3월 권 회장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포스코건설과 포스코엔지니어링의 합병을 비롯한 다양한 안이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투자업계에선 이로 인한 기대효과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포스코는 포스코건설을 활용한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이미 많이 진행해 왔다. 지난해 9월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사우디국부펀드(PIF)에 포스코건설 지분 1080만주(29.4%)를 8426억원에 매각했다. 이후 PIF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포스코건설에 4000억원 규모 유동성을 지원했다.
또 포스코는 최근까지 마포하이브로드파킹을 연결대상에서 제외하고, 브라질 법인(Santos CMI) 매각을 추진하는 등 건설분야의 계열사 정리 작업도 진행 중이다. 여기에 포스코건설의 포스코엔지니어링 흡수합병도 검토 중이다.
포스코그룹 내부 관계자는 "그룹차원에서 건설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포스코건설의 포스코엔지니어링 흡수합병 안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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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건설 송도사옥(사진=포스코건설)
포스코건설도 자체적으로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영업이익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최근 들어 순차입금도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재무부담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송도 사옥을 활용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그 방법이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될 지, 자회사로 흡수함으로써 자산으로 활용할 지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따로 자문사를 두지 않고 자체적으로 딜 검토를 진행하면서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하지만 포스코그룹과 포스코건설이 진행하는 구조조정의 실질적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는 것이 고민거리다.
포스코엔지니어링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534.6%에 이른다. 자본감소가 매년 이어지고 있지만 실적 개선은 더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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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현재 포스코엔지니어링의 재무상태는 포스코그룹의 재무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포스코건설과의 합병을 통해 이를 해결하려 한다면 포스코건설의 재무제표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PIF가 포스코건설의 2대주주로 있기 때문에 포스코건설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결정을 포스코 단독으로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지난해 PIF가 투자를 결정한 이후 별다른 실적개선·시너지 등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PIF의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송도 사옥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 역시 재무구조상 큰 개선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포스코건설 본사 건물로 사용하는 송도 사옥은 특수목적회사(SPC)인 피에스아이비(PSIB)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당초 PSIB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었다. 지난 6월 PSIB의 3567억원 규모 채무를 대위변제 방식으로 인수하면서 포스코건설은 PSIB 100%를 확보했다. 하지만 송도사옥 토지 및 건물의 가치는 지난해말 장부가 기준 2803억원에 불과하다. 시중에서 거론되는 송도사옥 건물의 매각가는 3600억원 안팎이다.
"포스코건설의 포스코엔지니어링 흡수합병으로 사업적 시너지나 재무적 개선효과 등은 기대하기 힘들며, 현재 거론되는 가격 수준으로 포스코건설 사옥을 매각한다면 역시 재무개선에 긍정적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게 투자업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딜이 현실화한다면 결국 임기 재신임을 앞두고, 권오준 회장의 '실적 부풀리기'를 위한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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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9월 28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