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디지털 전략, 인력 구조조정 동반할 것”
NH금융지주도 AT커니 컨설팅 의뢰 후 인력구조조정 계획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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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이 디지털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한 외국계 컨설팅회사의 진단도 받았고, 인재영입·TF(테스크포스) 부서 설립 등에 나서고 있다.
회사 측은 이 같은 움직임이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결국 NH투자증권이 디지털화를 통해 지점 인력 축소 등 인력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7월 이후 디지털TF를 출범하고 증권업 디지털화에 나서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TF가 디지털TF로 바뀌면서 인터넷은행인 K뱅크 업무까지 담당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는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보스톤컨설팅(BCG)으로 부터 디지털 전략에 대해서 컨설팅을 받았다. 그 결과 온라인 부문을 강화하고 자산관리(WM) 부문의 효율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인력 수혈도 이뤄졌다. 디지털 기획부에 안인성 본부장이 새로이 영입됐다. 안 본부장은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플랫폼 신규사업을 현대카드에서 브랜드팀장을 담당했다. 현재는 로보어드바이저 사업을 이끌면서 NH투자증권 디지털화를 담당하고 있다. NH투자증권 내에서 가장 젊은 본부장으로 내부에서도 파격인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업계 내에선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인력 구조조정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NH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합병 때부터 양사의 인력 구조조정, 특히 지점 인력에 대한 감축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이후 올해 합병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할 계획이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인력 구조조정 작업은 없었다.
게다가 다른 증권사들은 지점 수를 줄이는 동안 NH투자증권은 합병 이후 오히려 점포가 2개 정도 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디지털 전략이 본격화되면 실제 일선 지점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일례로 지난 7월 NH투자증권이 출시한 ‘나무’ 서비스의 경우 모바일로 통합 증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나무를 통해서 계좌를 개설하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홈트레이딩시스템(HTS)뿐 아니라 자산관리도 가능하다. 궁극적으론 증권사의 모든 서비스를 모바일로 옮겨 놓겠다는 전략이다. 예전처럼 각 지점의 상당수 인력이 더 이상 필요 없어진다는 결론이 나온다.
증권사 지점 관계자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모바일 증권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라며 “지점에 한번만 방문하면 대다수의 증권 업무를 모바일을 통해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타깃은 WM부문이 주요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 부문은 인원수에 비해 회사 이익에 기여하는 정도가 절대적으로 낮다는 문제가 자주 거론돼 왔다. 일반지점부터 디지털 고객본부가 속한 방대한 조직으로 전체 인력의 60%가 속해 있다. 하지만,이익에 기여하는 정도는 지난해 기준 9%(954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 같은 방향은 이미 해외 글로벌 증권사에서도 시행되고 있는 전략이다.
올해 초 영국의 RBS(스코틀랜드왕립은행)은 로보어드바이저 도입 의사를 밝히며 공개적으로 수백명의 직원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국내는 아직까지 노조 이슈 등으로 디지털화와 관련해 구체적인 인력감축 계획을 밝힌 곳은 없다.
한 글로벌 컨설팅 업체 임원은 “올해 상반기를 시작으로 해외에선 디지털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인력감축 계획이 나오고 있다”라며 “국내는 노조가 강하다보니 아직 공론화가 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NH금융지주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력 구조조정 계획도 이런 견해에 힘을 실어준다. NH금융지주는 지난 6월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AT커니에 의뢰해 인력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했다.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인력을 줄여나가겠다는 방침이다. NH투자중권은 BCG로부터 컨설팅을 받는다는 이유로 AT커니 컨설팅에서는 제외됐다.
한 NH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번 NH금융지주 인력 구조조정 방안에는 중복된 사업부의 통폐합이 포함된 만큼 은행-증권-보험의 WM사업에 대한 정리 작업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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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9월 28일 11:1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