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콘텐츠펀드', 국내VC·중국 모두 관심 밖…문체부만 발 동동
입력 2016.10.04 07:00|수정 2016.10.04 07:00
    한중펀드 사업 차일피일 연기
    중국정부 출자·자국 콘텐츠 인정 여부 등 불투명
    "정부의 낮은 문화콘텐츠 투자 이해도가 근본문제"
    • 정부가 한중 문화콘텐츠펀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의 소극적인 태도로 펀드 출자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반면 국내 벤처캐피탈(VC)들 사이에선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현지 분위기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단기성과주의로 사업을 진행해왔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작년 초 '한중 문화산업 공동발전펀드' 사업계획안을 발표했다. 2014년 7월 한중 정상회담 당시 논의된 사항으로, 한중 양국이 각각 1000억원씩 출자, 총 2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모태펀드(한국벤처투자) 문화계정을 통해 이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사업에는 펀드가 투자한 작품은 자국 콘텐츠로 인정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영화·드라마·게임 등 중국의 문화콘텐츠 시장장벽을 낮추겠다는 명분으로 마련됐다. 이전까지는 매년 30%의 고성장을 보이는 중국 문화산업 시장은 쿼터제를 통해 해외작품의 진입을 제한해 왔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자본유출에 민감한 나머지 투자결정을 미뤘고  이에 정부는 우리 측이 먼저 약속한 1000억원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후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가 운용사 선정작업을 실시, 최초에는 아무런 운용사도 출자제안서를 내지 않다가 재공모를 거쳐 간신히 설립 2년차였던 TGCK파트너스를 선정했다. 문체부가 200억원을 출자하고 민간 운용사가 300억원을 모으는 형태로  진행, 올해 6월 '한중콘텐츠펀드1호'(500억원) 펀드를 결성했다.

      문제는 2호 펀드다.

      문체부는 아직까지도 양국의 사업진행에 대한 중국 측 답변을 받지 못했다. 기대했던 '중국정부 출자' 및 '자국 콘텐츠 인정'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당초 올 하반기 500억원 규모의 한중 문화콘텐츠펀드의 출자공고를 내고, 운용사를 선정할 방침이었지만 시작을 못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중국 당국 내 관할 부서가 바뀌었다는 정도만 확인될 뿐, 어느 부서에서 어느 정도로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지 파악이 안 됐다"며 "1호펀드를 결성한 구조로 2호펀드 출자도 진행할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공고 일정 등은 정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결국 중국의 반응이 없으면 1호와 비슷하게 '무늬만 한중합작'인 콘텐츠 펀드를 내야 할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런 계획조차 호응하는 운용사가 적어 1호 펀드때와 마찬가지로 제안서 제출자가 아예 안나올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 방침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중국 진출 문화콘텐츠 투자엔 관심 있지만, 문체부의 펀드엔 관심이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정부가 중국 현지 상황 및 문화콘텐츠 투자 전반 등에 대한 이해도 낮은 상태에서, 사업을 진행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국내와 같이 창업투자회사, 신기술사업금융회사 등을 법적으로 구분하지 않는 등 규제가 한국과 많이 다른 것이 사실"이라며 "또 투자처가 괜찮으면 그때마다 투자하면 될 일이지, 정부가 나서 출자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 대한 공감도도 낮아, 처음부터 사업 진행이 어려울 것이란 시장의 지적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까다로운 펀드조건도 VC들의 무관심을 초래했다.

      1호펀드의 출자공고에 따르면, 펀드는 ▲중국기업(LP) 자본 확보(총제작비의 20% 이상) ▲중국매출 20% 이상 발생한 콘텐츠기업에 투자 ▲콘텐츠 제작지분 참여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중국진출 문화콘텐츠 프로젝트 및 기업, 한중합작 프로젝트에 펀드 결성액 80%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는 의무 투자비율도 있다.

      중국 진출 문화콘텐츠 투자 업력이 긴 한 VC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중국 LP확보는 오랜기간 동안 쌓은 중국 내 네트워크가 있어야 가능한 것인데 그런 점을 정부가 제대로 인지하고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자국 콘텐츠로 인정된다는 점도 거의 무산된 상황에서 문체부 펀드에 어떤 메리트가 있는 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2호펀드를 진행하더라도, 펀드 조건이나 자국 콘텐츠 인정 여부 등에는 큰 변동사항이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