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사 수수료 욕심 컸다" 지적도
대표주관사 매출 물량 70% 인수…삼성생명 IPO에선 36%
두산인프라코어 차입금 상환 자금 마련 필요
"한달 후 기업가치 달라질 게 없다…내년 재추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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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싱(Pricing)에 실패한 두산밥캣이 이르면 11월에 공모구조를 바꿔 상장 재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기대보단 회의적인 시각이 더 많다. 불과 한 달 새에 기업가치가 크게 달라질 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공모 매출 주식수 축소가 기업가치에 미칠 영향은 없다. 상장 재추진의 변수인 재무적투자자(FI)들이 투자 회수를 늦추는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FI들이 투자 회수를 늦춘다면 지분 22%에 대한 오버행(Over-hang) 논란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연말로 갈수록 얼어붙는 기업공개(IPO) 공모주 투자 시장 특성상 더 참담한 결과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두산그룹 재무구조개선의 마지막 퍼즐이 한참 꼬이고 있다.
◇ 왜 실패했나, 高 공모가·주관사 인수 물량 배분 실패
높은 공모가와 2조원이 넘는 공모 규모가 수요예측 실패 요인으로 꼽혔다. 미국 캐터필라와 일본 고마쯔를 비교대상 기업으로 선정한 고평가 논란이 현실화한 것이다.
10일 IB업계에 따르면, 6~7일간 진행한 프라이싱에서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두산밥캣의 지분가치를 3조원대로 평가했다. 주가로는 3만원대였다. 공모가 밴드인 4만1000원에서 5만원을 하회했다. 특히 해외 투자자들 모집에서 '참패'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투자자를, JP모간은 해외투자자 유치를 맡았다.
한 거래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는 고작 30여곳에 총 금액으론 3000억원 정도의 투자 주문만 들어왔다"며 "JP모간이 수요예측 상단으로 투자자들이 들어오고 있다는 얘기만 흘렸을 뿐 실질적인 투자자 모집 활동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기대에 못 미친 반응으로 국내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이 사라졌다. 다른 관계자는 "국내에선 최소한 1대1일 이상 투자 수요를 확보했다"며 "가격이 낮아서 문제였지 IPO를 강행할 수도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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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업계에서는 주관사단 인수 물량 배분에서 공모 실패 가능성이 엿보였다고 지적했다. 인수 물량 배분을 보면 한국투자증권과 JP모간이 각각 35%씩 인수하고 나머지 증권사 4곳이 6%에서 9%를 맡은 형태였다.
최대 2조5000억원 규모, 2010년 삼성생명 상장 이후 최대 규모 공모인 두산밥캣 공모에 증권사 두 곳이 물량 70%를 책임지게 해 상대적으로 다른 증권사 4곳은 무임승차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에선 대표주관사 2곳이 36%, 상장을 철회했지만 호텔롯데는 3곳이 60%를 맡기로 했다.
한 증권사 고위관계자는 "수수료를 더 받기 위해 공모가를 높이고 물량을 더 많이 인수하는 경우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며 "두산밥캣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지적했다. 화승엔터프라이즈 상장 주관을 맡은 한국투자증권은 공모가격을 1만5000원으로 확정해, 수수료로 4%를 챙겼다. 수요예측을 반영했다면 수수료는 3%가 유력했다.
◇ 한달 후 상장 재추진 왜? 갈 길 급한 두산인프라코어vs당황한 FI
두산밥캣과 주관사는 11월에 상장을 재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두산밥캣 모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 재무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상장을 통해 확보하려 했던 기대 금액은 최대 1조1614억원으로 올해와 내년에 만기도래할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쓰일 예정이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6월말 기준 두산인프라코어가 1년 내로 갚아야할 사채는 1조1776억원이다. 또 내년 10월에는 신종자본증권 5억달러에 대한 배당률 스텝업(Step-up)이 예정돼 있어 역시 상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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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후 상장 재추진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3분기 실적이 나오지만 한달 새에 두산밥캣의 기업가치가 큰 폭으로 오를 이벤트는 보이지 않는다. 넷마블게임즈,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에 치일 가능성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번 프라이싱에서 나온 가격이 한 달 후에도 그대로 나올 것"이라며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바뀌겠냐"고 말했다.
실패 요인으로 꼽힌 공모물량 조절 역시 두산인프라코어나 두산엔진 재무 사정을 고려하면 결국 지난해 기업공개전 투자유치에 참여한 재무적투자자(FI)들의 구주 매출 물량을 통해 줄여야 한다.
주관사와 두산밥캣은 FI들이 구주매출 시점을 늦춰주거나 다시 전환우선주로 전환해주길 원하는 모습이다. 3조원 중반 가치에 매각하기 보다는 주가가 오를 때 브록딜 등을 통해 매각하는 게 어떻겠냐는 것이다.
FI들이 이같은 안을 흔쾌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두산밥캣이 고속 성장하는 산업이 아니란 점, 한번 흔들린 투자심리가 살아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시간이 지날 수록 기대수익률(IRR)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 등을 떨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 "내년으로 미뤄야, FI 지분 락업 설정 필요"
업계에선 현실적인 대안으로 올해보다는 내년 상장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잇따른 IPO 실패를 확인하면서 공모주 시장이 예년보다 일찍 보수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두산밥캣이 기업설명회에서 강조한 견조한 실적 증가를 확인한 후 IPO를 진행할 필요도 있다는 조언도 있다.
국내 증권사 IB 관계자는 "연초 1월말 또는 2월초를 목표로 상장을 진행하는 게 현실적"이라며 "한 달 후에도 지금과 같은 프라이싱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두산밥캣은 오는 2월 중순까지 상장을 완료하면 된다.
FI 지분에 대해선 물량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부 지분에 대해선 락업(Lock-up)을 설정하거나, 두산그룹이 되사주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투자수익률을 놓고 FI와 두산인프라코어간가 접점을 찾을 수 있을 지는 긴 협의가 필요하다.
FI측 관계자는 "두산그룹과 FI들이 IPO를 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협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FI들은 긴급 회의를 열었다. 우려와 실망 속에 격앙된 감정을 토로하는 곳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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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0월 10일 18:5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