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 측 "재상장해도 제값 받기 어렵다…수익 보장도 믿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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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밥캣 기업공개(IPO) 연기 이후 대안을 놓고 두산그룹과 두산밥캣의 재무적 투자자(FI)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두산은 당장 IPO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FI들은 투자 손실을 우려하고 있다. 양측의 갈등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밥캣 상장 연기를 결정한 후 열린 지난 10일 회의에서 두산그룹은 상장 실패 요인으로 '공모 규모 과다'를 거론하며 FI들에게 보유 지분을 상장 후 매출해줄 것을 요청했다. 두산엔진과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지분 일부는 매출을 하겠다고 언급했다.
원래 계획에선 FI들이 보유 중인 보통주 20% 지분 전량을 매출하기로 했다.
대신 두산은 FI들에게 구주매출을 하지 못한 잔여 지분에 대해선 배당을 보장해주고 향후 3~4년에 걸쳐 투자 원가에 일정 수익률을 붙여 되사주는 조건도 제시했다.
두산이 이 같은 제안을 한 배경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차입금 부담 때문이다. 내년 6월말까지 상환해야 할 차입금이 9월말 기준 9400억원에 달한다. 또 내년 10월에는 신종자본증권 5억달러도 실질 만기가 도래한다. 그러나 신용등급 하락으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도 만만치 않고 은행 차입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두산밥캣 IPO로 1조원 현금을 마련해 차입금 상환 재원을 마련하는 길이 최선이다.
투자회수를 기대했던 FI들은 두산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일단 두산그룹이 내놓은 손실보전 방안도 부실하다고 봤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재무 여건상 손실 보전이 과연 가능하겠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우선주 투자는 수년간 일정한 이자를 받는 채권투자가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FI 투자회수 문제를 거론하며 수용 불가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FI들은 조기 상장 재추진보다는 상장 여건이 나아질 때까지 기다리자고 역 제안했다. 상장 국가를 국내가 아닌 미국을 고려해볼 것도 요청했다. 두산밥캣은 북미와 오세아니아 지역에서 입지가 견고해 국내보다 우호적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한 FI 측 관계자는 "바로 재상장한다고 해서 공모가격이 올라간다는 보장도 없다"면서 "두산밥캣 향후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니 오히려 늦게 상장하는 편이 수익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했다.
이어 "두산그룹이 자금조달이 시급하니 재촉하는 것 같다"며 "투자자들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이런 결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사실도 불편하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연내 IPO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투자 계약에 따라 IPO를 위해선 FI의 동의가 필요하다. 동의 없이 상장을 강행하면 FI들은 두산그룹에 투자원금에 일정 수익률을 얹은 금액으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른 관계자는 "FI들은 만일의 경우 보통주도 우선주로 전환할 수도 있다"면서 "우선주 지분을 갖게 되면 주주 구성이 달라져 상장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두산밥캣 FI들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우선주 7000억원가량을 인수했다. 4년5개월 내에 IPO를 하고, 투자기간 5년까진 연 6.9%의 우선 배당권 등을 갖기로 했다. 상장을 앞둔 지난 8월 상장 차익을 기대하고 우선주를 전부 보통주로 바꿨다.
또 다른 관계자는 "IPO를 해야 한다는 큰 그림에선 두산과 FI가 의견 일치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타협점을 찾아나갈 것"이라며 "극한 상황까지 가질 않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두산밥캣이 다음달 상장을 다시 추진하려면 늦어도 12일까지는 두산과 FI 가 합의를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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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0월 11일 11:2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