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상쇄 효과 사실상 포기한 셈
“종합전자회사가 스스로 스마트폰만 만드는 회사 자처”
이재용 부회장, 반전 일구지 못하면 더 큰 타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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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이 정도까지 조급함을 드러낼 줄은 예상 못했다. 갤럭시노트7 단종은 삼성전자의 자존심을 무너뜨렸을 뿐만 아니라 이성적 판단까지 흩트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삼성전자는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올해 3분기 잠정 매출액 49조원, 영업이익 7조8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51조6800억원보다 5.19%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5.55% 늘어난 수치였다. 당시 증권업계와 언론은 갤럭시노트7 발화와 이에 따른 대규모 리콜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반도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다른 사업부들이 무선사업부의 부진을 상쇄시켜줬다는 분석이었다.
닷새 뒤인 12일, 삼성전자는 잠정실적 정정 공시를 발표했다. 전날인 11일 갤럭시노트7의 대한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고서다. 그 결과 매출액은 49조원에서 47조원으로, 영업이익은 7조8000억원에서 5조2000억원으로 줄었다. 각각 4%, 33% 감소한 수치다. 삼성전자는 “현재 추정할 수 있는 갤럭시노트7 단종에 따른 직접비용을 전부 반영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14일에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기회손실 규모까지 직접 밝혔다. 올해 4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에 따른 기회손실이 3조원 중반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올 4분기에는 약 2조원 중반, 내년 1분기에는 약 1조원가량이다.
삼성전자의 의도는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는, 즉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일인 27일 이전에 모든 짐을 털고 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이 부회장의 짐을 덜어줄 지, 반대로 부담을 더 지울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삼성전자의 이번 조치는 종합전자회사라는 타이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상에서 무선사업부의 비중이 50%이 이상이지만, 반대로 다른 사업부들이 그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애플은 신제품 아이폰7 출시로 빈 틈을 노리고 있고, 중국 제조사들은 ‘타도 삼성’을 외치고 있다. 이에 덩달아 미국과 중국 언론들도 연일 삼성전자를 비판하는 논조를 펼치고 있다. 세계 1위 갤럭시 브랜드를 살리기 위한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럴수록 반도체·가전·디스플레이 등 다른 사업부, 더 나아가 부품 계열사 직원들의 박탈감은 상대적으로 더 클 수밖에 없다.
주주들 입장에선 스마트폰만 보고 삼성전자에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업부들의 선전, 이에 따른 부진한 사업부에 대한 상쇄 등도 고려하고 있다. 당초 잠정실적을 발표했을 때처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보니 향후 6개월간 기회손실 규모를 굳이 밝힐 필요가 있었느냐는 입장이 나온다. 갤럭시노트7이라는 플래그십 모델이 단종됐지만 다른 사업부들이 탄탄히 받쳐주고 있으니 기다려달라는 메시지를 던질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공백에 따른 실적 약세를 갤럭시S7과 S7엣지 등 기존 제품 판매 확대를 통해 조기에 정상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트 사용자와 S 사용자는 전혀 다른 소비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계획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그룹 안팎에선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단종 여파를 잠재우기 위해 너무 서두르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충격이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의 일련의 조치가 그룹 차원에서 정리된 것인지 의심하고 있다. 다시 말해 지금의 조치가 이재용 부회장의 판단인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있는지 등이다. 엘리엇매니지먼트를 포함한 외국계 투자자들 입장에선 경영 능력을 두고 이재용 부회장에 더 강한 압박을 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앞으로다. 삼성전자가 예상하고 또 말하는대로 6개월 뒤, 갤럭시S8이 등장하면 지금의 쇼크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지다. 그때까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삼성전자는 반전의 기회를 못 잡을 수도 있다.
그동안 공식석상에서 드러내는 것을 꺼려왔던 이재용 부회장이다. 27일 주총에선 이 부회장이 좋든 싫든 스스로 입장,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자신의 목소리로 내야 하는 상황이다. 어찌보면 주총까지의 2주라는 시간이 이 부회장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이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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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0월 14일 15:5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