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노트7 단종 등 위기 봉착
등기이사 선임 앞두고 고민 깊어
신뢰 회복과 경영 능력 보여줘야
지금이 궨인사쇄신궩 기회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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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침울하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했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를 정조준, 지주사 설립과 배당 확대를 요구했다. 그 와중에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이‘단종’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맞아 삼성전자는 재무적으로도, 평판 차원에서도 큰 타격을 입었다.
수년간 지배구조 개편과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난관들에 흔들리고 있다. 오는 27일 삼성전자 등기이사 선임을 앞둔‘수장(首長)궩 이재용 부회장의 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시험대는 단순히 경영자로서 능력과 자질을 입증해 달라는 의미에 국한되지 않는다. 더 나아가서는‘오너십 경영’의 정당성을 확인하겠다는 함의도 내포하고 있다.“ 더 많은 능력을 보여주든지, 아니면 더 많은 것을 내놓으라”는 요구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창업주도, 그렇다고 2세대도 아닌, 3세대에 접어든 한국식 오너경영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과 주주들의 근원적인 문제 제기이기도 하다.
◆산적한 과제...오너 아닌 경영인의 능력을 보여줘야”
지난 2014년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최근 2년간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그룹 사업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사업 다각화를 맡아 온 방위산업과 화학 부문은각각 한화와 롯데에 매각했다. 이건희 회장부재 속에서 그룹의 사업재편 가속화는 이재용 부회장의 위기대응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성을 띠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가 되면 미래전략실을 대신해 본인이 전면에 나서 그룹의 지배구조 변환과 미래 제시를 진두지휘할것으로보인다.‘ 이재용의삼성’이 공식 출범하는 셈이다.
일단 과제가 산적해 있다. 당장 갤럭시노트7 쇼크를 처리해야 한다. ▲떨어진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지 ▲신제품 출시 전까지 그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 귥다른 사업부들의 실적을 어떻게 끌어올릴지 ▲부품 계열사들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를 보여줘야 한다.
엘리엇이 불을 붙인 주주들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생각해야 한다. 더 중요한 점은‘미래’다. 그룹 차원에서 바이오와 자동차부품 등 신사업의 청사진이 나와야 한다. 이는 삼성의 앞으로 먹거리를 결정지을 요소다. 그러면서도 구조조정 작업을 이어나가는 차원에서 조선, 건설 등 비주력사업의 방향성도 보여줘야 한다. 아울러 삼성생명을 정점으로 한 금융 계열사 재편 작업도 마무리 지어야 할 시기도 다가오고 있다.
문제는 이런 과제들에 ‘소유구조 강화’와 ‘그룹 경쟁력 재편'이라는 두 가지 목적들이 뒤엉켜 있다는 점이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여전히 취약하다. 중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오너 일가 지분율이 채 5%도 안 된다. 외국인 주주들의 요구를 묵살할 상황이 못된다.
그나마 과거에는 국내 대기업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폭발적이고도 빠른 성장세가 이런 지배구조를 지켜주는‘방어막’이 됐다. 해외투자자들과 주주들도 이머징마켓 1순위 투자대상으로 한국 대기업을 인정, 무엇인가를 요구하기보다는 더 높은 성장세를 기다려줬다.
하지만 경기둔화와 성장정체가 보편화되면서‘이제까지 기다려준 만큼 배당이든, 성과든 돌려주고 나눠달라’는 요구는 더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위기를 맞이했는데 이재용 부회장의 대처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당장 “오너라는 점을 제외하면, 왜 이재용 부회장을 신뢰하고 인정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맞닥뜨리게 된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당연시해온 외국인 주주들의 개선 요구를 맞이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이번 사태에 대한 해결능력 입증은 승계를 포함해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을 이끌수 있는 수장이 맞는가”또는 “주주들이 인정하는 오너 경영인으로 자리매김하느냐”에 대한 대답으로도 이어진다.
◆3세대 오너들 공통과제에 '바로미터' 오히려 기회 일수도
이는 비단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만이 처한 상황이 아니다. 한국의 3세대 또는 4세대 오너십 경영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맞이할 환경의 변화다.
그간 국내 대기업 창업주와 2세대 오너들은 70~80년대 정부 주도 성장으로 가능했던 ‘문어발식 확장’과‘순환출자를 통한 지배력 확대’를 무기로 삼아왔다. 하지만 이런 편의는 유통기한이 다 됐다. 그룹 규모와 주주들은 글로벌 수준으로 커졌고 경쟁자들은 미국, 유럽에서 중국까지 다양해졌다. 반면 소유-
지배 구조만큼은 변화에 대응하기 힘들 정도로 취약하다.
일례로 현대차그룹만 해도 약한 고리가 고스란히노출돼있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가 여전하다. 주요 3사에 대해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 5.2%, 현대모비스 7.0%만을,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 2.3%, 기아차 1.7%만을 보유하면서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이 같은 취약한 지배구조를 외국계 자본이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지난 2003년 ‘SK-소버린 사태'를 통해 이미 확인한 바 있다. 소버린은 SK그룹이 제대로 경영되지 않는다며 계열사 청산, 경영진 교체를 요구했고 이사회까지 뒤엎어 경영 일선에까지 나서려 했다.
마찬가지로‘글로벌 스탠더드' 를 앞세운 외국계 주주들이 삼성을 위시한 다른 3~4세대 오너 그룹들에 “더 많은 주주친화정책을 내놓으라”, “더 뛰어난 경영 능력을 보여달라”고 목소리를 높일 시기가 도래했다. 극단적으로“오너 3세의 능력이 안 된다면 아예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전문 경영인을 내세
우라”고 주장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국내 재계 판도가 1~2세에서 3~4세로 넘어가고 국내 산업 전반의 성장성이 둔화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 를 요구하는 주주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며“삼성을 시작으로 지배구조가 취약한 대기업에 소유와 경영,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는 식의 압박 강도가 크게 거세질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선택해야 할 방향도 명확해지고 있다. 오히려 이번 위기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어쨌든 이번 사태로 인해 주주와 이해관계자, 그리고 여론까지 이재용 부회장에게 ‘전면에 나오라’로 요청하는 상황이 마련됐다. 무대의 정중앙에 나와 이건희 회장의 삼성이 아닌, 이재용 부회장의 새로운 삼성을 보여달라고 한 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
달리 보면 이재용 부회장에게는 이건희 회장이 만든 삼성이라는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기회다.
지난 몇 년간처럼 단순히 버려야할 사업 선택에 그치지 않고, 좀 더 적극적으로 그룹과 사업 재편에 나설 시기다.
또 이건희 회장의 사람들을 대신해 이재용 부회장을 직접 보좌하고 받쳐주며 함께 그룹을 이끌어 나갈 파트너와 사장단을 전면에 배치할 수 있는 명분도 마련됐다. 아예 연말에 대대적인 삼성그룹 내 인사개편을 점치는 이들도 있다.
결국 지금 이 부회장이 보일 모습은 과거와 다른 삼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요구에서 비롯, 승계를 통한 소유-지배구조에서 그룹 경쟁력 강화와 미래 변화까지 연계되는 엄청난 작업의 시발점이 될 전망이다. 이는 동시에 다른 국내 3~4세대 오너 경영인들에게도‘표준’ 이자‘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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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0월 18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