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단가인하 전략·투자 부담은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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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이노텍이 듀얼 카메라 증설 문제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사용자들의 기대 이상의 호평, 그리고 갤럭시 노트 7의 단종 효과로 아이폰 수요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아이폰에 카메라를 독점 공급하는 LG이노텍도 수혜를 볼 전망이다. 공격적 투자를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호재'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그간 아이폰 판매에 따라 LG이노텍 실적 변동이 컸던 점, 애플이 내년을 목표로 듀얼 카메라 공급처 다변화에 나설 가능성이 큰 점은 투자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을 연간 7000만대 수준으로 예상했다. 이 중 듀얼 카메라를 채택한 고급형 모델(아이폰7 플러스)의 판매량은 약 3000만대 이상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프리미엄 시장 경쟁 제품인 삼성의 갤럭시노트7이 ‘단종’ 조치되는 등 연초 예상보다 판매 호조가 예상되면서 전망치가 점차 커지고 있다.
아이폰 7 플러스 모델에 듀얼카메라를 독점 공급하는 LG이노텍의 생산 능력은 월별 700만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본격적인 공급이 시작될 4분기 공급량은 약 2100만대 수준으로 수요에 비해 부족하다.
산지브 라나 CLSA IT 부문장은 “갤럭시노트7의 판매 중단으로 올해 계획된 1200만~1400만대 물량 중 절반 정도가 아이폰 7 판매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LG이노텍 입장에서도 큰 폭의 수익성을 거둘 수 있는 독점 공급 기간에 설비 증설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애플은 개발 초기 LG이노텍과 일본 소니에 듀얼 카메라 공급을 맡겼다. 하지만 소니가 공장 설비가 있던 구마모토현 지진의 영향 등으로 듀얼카메라 개발을 포기하면서 LG이노텍이 독점 공급을 맡았다. 듀얼 카메라의 평균판매단가(ASP)는 일반 카메라 대비 2~2.5배에 달한다. 각 증권사들은 올해 4분기 LG이노텍이 카메라 사업에서만 매출 1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이노텍 입장에선 아이폰 판매 호조가 이어져 애플의 물량 공급 요구가 커질 때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아이폰 판매량 전망이 예상보다 커지면서 지난 9월부터 애플이 각 부품사에 공급 확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라며 “필수부품인 카메라를 LG이노텍이 독점 공급하다보니 LG이노텍에도 요청이 있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LG이노텍은 쉽게 공격적인 투자를 결정할 수 없는 입장이다. 그동안 애플이 보인 ‘단가 인하 전략’이 배경이다.
애플은 기존 아이폰 생산에서 핵심 부품들을 독점으로 공급받는 대신, 2차, 3차 공급업체(벤더)와의 경쟁을 통한 단가 인하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LG이노텍 입장에선 단기 공급 부족으로 캐파를 확장했다가, 이 같은 공급망 다변화에 설비를 놀릴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일본 샤프를 인수한 홍화이 그룹 등 차기 모델 듀얼카메라에 뛰어들 후보들도 이미 시장에서 언급되고 있다.
애플 의존도를 키우는 점도 LG이노텍 입장에선 불안요소다. LG이노텍은 그동안 주요 고객사인 애플의 기존 모델들이 예상 이하의 판매를 겪으면서 부품사업에서 실적 악화를 겪어왔다. 이번 듀얼카메라의 독점 공급으로 ‘반전’을 보였지만, 여전히 스마트폰 시장 둔화에 대한 위험 요소는 남아있다.
증설을 결정할 경우 투자 부담도 고민이다. LG이노텍은 지난 2분기까지 전방산업인 스마트폰의 성장 둔화로 실적 악화를 겪었다. 동시에 2600억원을 들여 2018년을 목표로 카메라 생산 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등 투자는 산적해 있다. 지난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도 투자 자금 조달 계획을 묻는 말에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내 투자원칙을 고수하겠다"며 "현재 추가 자금 조달은 필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한바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어차피 애플 상대 사업을 하면서 공급 업체는 복수라고 처음부터 가정했을 것”이라며 “내년 차기 모델까지 ‘독점기간’에 높은 수익을 얻고, 전 모델에 듀얼카메라를 채택할 가능성이 큰 차기 모델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면 공격적으로 추가 증설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이노텍은 "북미 고객사 공급과 관련된 사항은 어떠한 내용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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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0월 17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