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차입금 여전히 과다…신평3사 상향 트리거 충족 못해
금융당국 추진중인 '선진화 방안'에 배치된다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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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이 회사채 발행을 진행하면서 지속적으로 신용평가사들에 신용등급 상향을 요구하고 있다. "포스코와 동일한 등급으로 맞춰달라"는 취지다.
평가사들은 개별 업체가 요구한다고 해서 등급향방이 좌우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반복되는 요구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국내 신용평가 3사(NICE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는 현대제철에 장기신용등급은 'AA(안정적)'를 부여하고 있다. 지난 2010년 고로 완공 이후 해당 등급으로 상향 조정됐고, 만 6년 이상 유지돼왔다.
반면 현대제철은 이보다 조금더 등급을 올려야 한다고 평가사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지난 6년간 외형성장을 거듭해 왔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실제로 현대제철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2010년말 11조137억원에서 2015년말 16조1325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조5049억원에서 2조7376억원으로 늘었다. 또 현대차 그룹내 중요도 측면도 강조되고 있다. 그룹 완성차 생산에 사용되는 강판의 60% 이상을 현대제철이 주로 납품하고 있다. 최근엔 자동차향 특수강 생산능력까지 갖췄다.
이들의 요구대로 등급이 한 노치만 상향조정되더라도 포스코(AA+/안정적)와 동급이 된다.
반면 신용평가사 3사는 현대제철 신용등급이 오르기 위한 '상향 트리거'를 명확히 제시했고, 이를 충족해야 검토한다는 원칙으로 맞서고 있다.
평가사들이 내놓은 신용등급 상향트리거를 종합하면 연결기준 '총차입금/EBITDA 3.0배 하회'·'순차입금의존도 30% 이하'(이상 NICE신평), '순차입금/EBITDA 3.0배 이하'·'차입금의존도 30% 이하 유지'(이상 한기평), 'EBITDA/매출액 12% 이상'·'순차입금/EBITDA 2.5배 미만'(이상 한신평)이다.
현대제철은 올해 상반기말 기준 'EBITDA/매출액 12% 이상' 지표만 제외하면 모두 만족시키고 있지 못하고 있다.
한 신용평가사 애널리스트는 "현대제철의 총차입금이 상반기말 기준 12조6910억원에 이르는 등 여전히 차입금 규모가 과다한 상태"라며 "최근 몇년간 더딘 차입금 감축 속도를 고려하면 중기적으로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이런 뚜렷한 원칙에도 불구, 현대제철의 막무가내식 요구가 몇 년간 반복되고 있어 평가사들도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렇다고 대놓고 무시하자니 현대제철이 최근 회사채 시장의 빅 이슈어(issuer)로 떠오른데다 현대차 그룹과 관계도 감안해야 하는 점이 고민거리다. 올해 현대제철은 일반 회사채 발행 시장에서 SK·LG전자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발행량(8500억원)을 보였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들은 "전반적으로 회사채 시장 자체가 위축된 상황에서 현대제철이 '빅 이슈어'로 떠오른 점을 강조하며 최근에도 노골적으로 등급 상향 요구를 해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과거 현대제철을 담당했던 한 신평사 애널리스트도 "업체 요구에 따라 신용등급이 좌우되는 것은 아니지만 빅 이슈어가 지속적으로 이렇게 요구하는 것 자체는 부담스럽고 피곤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제철의 노골적인 등급 상향 요구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신용평가시장 선진화'기조에도 역행하는 움직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금융위원회 등은 신용평가시장 선진화를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는 중이다. 그중 제3자 의뢰평가를 허용하고 신평사 선정 신청제를 실시하는 등 '신평사의 발행사에 대한 독립성 제고'를 위한 제도들이 도입되고 있다. 이른바 신용평가의 공정성을 강화, 신뢰도를 높이고 개별업체의 요구나 이해관계에 좌우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현대제철의 등급상향 요구는 이런 방침을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움직임이라는 것.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등급 상향 요구는 상당히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는 게 업계 전반의 평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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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0월 20일 14:5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