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경쟁 치열·성장성 제한…정유·화학·철강 등 구조조정 대두
ㆍ순차입금 7430억원, PEF 투자 구조 제약ㆍ기존 사업자 인수전 참여 제약…독과점 논란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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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합동지주와 골드만삭스 컨소시엄이 국내 1위 산업가스생산 기업 대성산업가스를 매각을 시작한다. 대성합동지주의 자회사 대성산업이 짊어진 수천억원의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서다. 매각측은 "한진해운, 동부그룹 사태 등으로 신용보증기금을 통한 회사채 차환이 불가능해 매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는 "골드만삭스는 매각 계획이 없었지만 대성합동지주의 상환재원 마련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동의했다"고 밝혔다.
'불가피한 매각'에는 '대성산업가스는 알짜 자산'임을 내비치며 원매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현재 매각측은 기업가치 기준 1조원 중반을 매각가로 기대하고 있다.
매각측의 기대처럼 인수 경쟁이 뜨거울지 여부는 미지수다. '안정적 현금흐름' 외에는 원매자들에게 호소할 부분이 많지 않다는 평가다. 독과점 논란에 따른 기존 사업자들의 인수 참여 제한, 과중한 레버리지에 따른 사모투자펀드(PEF)들의 투자 구조 제약 등이 제약 요소로 꼽히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대성합동지주의 기대치가 다소 높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 "연간 1000억원 이상 안정적 현금흐름 창출·그린에어(주) 가치 긍정적"
대성산업가스 주력은 산업용가스를 공급받을 사업장 옆에 설비를 지어 수십년간 공급하는 부문(Tonnage)이다. 인프라투자와 비슷하다. 업력 30년이 넘은 대성산업가스는 반월, 여천, 대전, 구미, 파주, 울산 등 주요 산업단지에서 산업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최대 거래처고, SK하이닉스, GS칼텍스, LG화학, 삼성전자 등이 주요 거래처다.
사업 특성상 영업현금흐름이 안정적이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연결 기준 연평균 영업이익은 383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95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EBITDA는 580억원, 연환산으론 1160억원이다. 대성합동지주가 대성산업가스를 아꼈던 이유도, 매각측이 원매자들에게 내세울 점도 이 부분이다.
현대로템과 손잡고 대성산업가스가 지분 49%를 출자한 그린에어(주)는 매각측이 숨겨놓은 카드다. 대성산업가스 연결 기업이 아니다. 그린에어는 현대제철 당진공장 내 고로제철사업에 필요한 산업용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718억원, 영업이익 148억원, EBITDA 429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예상 EBITDA는 500억원 내외로 매각측 관계자는 "대성산업가스 가치 산정에 그린에어 가치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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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산업가스를 인수하면 단순 계산상으론 1400억원의 EBITDA를 창출하는 기업을 갖는다. 골드만삭스와 대성산업가스가 기업가치로 1조원 중반을 기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해외 주요 산업용가스 기업들의 주식거래 기준 EV/EBITDA 배수는 7.2배에서 13.4배, 평균 9.67배 정도다. 프랑스와 미국 기업들이 10배수 이상이고 일본기업들은 7배 정도다.
이를 적용하면 대성산업가스의 기업가치는 1조원에서 1조8760억원 범위다. 평균으로는 1조3400억원이다. 대성합동지주와 골드만삭스간 콜옵션 계약에선 EBITDA 11배를 기준으로 했다. 11배일 경우 1조5000억원 정도다. 대성합동지주와 그린에어의 순차입금(지분율 감안)이 약 8150억원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지분 100%의 가치는 1950억원에서 1조원에 이른다. 평균으론 5200억원 정도다.
◇ "시장 성장 한계 분명…정유·화학·철강 등 후방 산업 구조조정 거론"
안정적 현금흐름이 매력이지만 대성산업가스가 공급하는 산업용가스는 범용 제품으로 경쟁 시장에 위치한 점과 제한된 성장성은 가치 할인 요소로 꼽혔다.
산업용가스 업계 관계자는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가격 경쟁을 통해 충분히 시장 점유율을 늘릴 수 있는 분야가 산업용 가스 시장"이라고 전했다. 금융위기 직후, 산업용가스 시장은 에어프러덕츠코리아가 매출액 기준 시장점유율 1위였지만 지난해에는 대성산업가스가 1위로 올라섰다.
다른 관계자는 "정유, 철강, 화학산업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산업용가스 시장 성장은 제한적”이라고 전했다. 최근 에어리퀴드코리아가 여수와 천안 사업장을 제외한 온사이트 10곳과 벌크 사업부를 린데코리아에 매각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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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성이 높지 않은 점, 대기업에 종속된 사업구조 등은 PEF들의 관심도를 낮추는 요인이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LG전자와 디스플레이, 삼성전자 사업 계획에 따라 성장 여부가 결정되는 산업용가스시장 특성상 PEF가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며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한 성장 전략을 구사하기도 어려워 적극적으로 투자검토에 나설 대상은 아닌 듯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안정적인 현금을 좋아하는 인프라투자펀드에 더 적접한 투자처란 평가도 나왔다.
6월말 기준 7430억원에 이르는 대성산업가스의 차입금은 PEF들이 투자 구조를 짜는 데 걸림돌이다. 통상적인 인수금융(대출)은 지분가치의 50%, 사업회사가 창출하는 EBITDA의 5배 정도를 만족하는 수준에서 진행한다. 올해 말 기준 EBITDA 대비 순차입금 배수는 6.4배다. 2014년 경영권을 골드만삭스로 넘기면서 발행한 2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이 매각 과정에서 전부 주식으로 바뀐다고 해도 4.5배 정도다. 인수금융 여력이 제한적이다. CB 가운데 1375억원은 전환가격이 20만원으로, 전환 가능성이 희박하다.
국내은행 관계자는 "PEF가 인수한다면 인수금융과 함께 사업회사의 차입 구조를 전면적으로 갈아 엎는 작업이 진행돼야 할 것 같다"며 "그러나 차입 규모가 크고 신용도도 낮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CB와 일부 회사채를 대부분 차입금이 시설대로 리파이낸싱을 할 수 있는 여지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 "차입금 과다, PEF 투자 부담 크다…독과점 논란 가능성도'
산업용가스 업체들이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국내 산업가스 시장은 대성산업가스와 글로벌 가스업체간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상위 4개사의 시장 점유율이 9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대성산업가스를 제외한 나머지 3개사 가운데 한 곳이 인수할 경우 독과점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3개사 시장 90%를 가져가기 때문이다. 글로벌가스업체들이 국내 산업용가스 시장을 장악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여론 동향이나 정부 또는 대기업들이 그냥 두고 볼지 주목된다. 신규 사업자들이 시장 진입을 위해 M&A에 나설 순 있지만 기업가치를 높게 볼 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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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SK머티리얼즈를 인수후보로 주목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이 3%에 불과한 자회사 SK에어가스의 외형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이자, SK그룹의 신용도를 바탕으로 재무구조는 물론이고 화학, 정유, 반도체 등과 시너지가 크기 때문이다.
매각 측 관계자는 "국내외 PEF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 기업 외에도 아시아 기업들이 인수 의향을 밝혀오고 있다"며 "예상보다 넓은 인수 후보군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에어(주)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진 않다. 대성산업가스와 공동 경영형태이지만 현대로템이 지분 51%를 쥐고 있는 점, 현대제철 단일 고객만 확보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큰 폭의 할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사실 이번 매각에 대해 IB업계의 가장 큰 의문은 따로 있다. 골드만삭스가 조기 매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면, 대성합동지주의 보유 지분을 골드만삭스가 적절한 값을 치르고 인수한 후 나중에 매각하면 되지 않냐는 것이다. 한 외국계 IB 관계자는 "골드만삭스가 적절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대성산업가스에 대한 평가를 낮출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매각측은 10월말 매각안내서(Teaser) 발송을 시작하고 차입금 상환이 시작되는 내년 3월 경에 매각을 완료할 예정이다. 대성합동지주는 매각 지연에 대비해 매각을 전제로한 차입금 상환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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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0월 21일 14:2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