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에 2조원 묶여있는 産銀의 딜레마
입력 2016.10.27 07:00|수정 2016.10.27 07:00
    원재료價 상승 등 운전자본 부담 증가
    단기차입금 만기연장 등 산은에 지원요청 불가피
    • 동국제강에 대한 산업은행의 지원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동국제강의 운전자본 부담이 증가하고 있지만 추가적으로 시중 은행에서 자금을 수혈하기 쉽지 않은 상황 때문이다.

      산업은행으로서도 동국제강에 대출채권·유가증권 등으로 2조원 가량 묶여있어 동국제강의 지원요청을 외면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산업은행의 지원이 현실화할 경우 시장 신뢰회복은 더욱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동국제강이 향후 1년내로 대응해야 할 유동성 문제는 크게 회사채·단기차입금 두 가지 범주로 나뉜다. 회사채의 경우 내년 10월까지 총 6500억원 만기가 예정돼 있다. 현재 동국제강의 유효 신용등급(BB+)이 투기등급까지 떨어졌기 때문에 차환발행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보유 현금 및 추후 현금창출을 통해 현금 상환해야 한다.

      동국제강은 "자산 유동화·보유현금·추후 현금창출 등을 통해 이를 상환하는 데 문제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실제로 동국제강은 사업 구조조정 및 자산매각 유동화 등을 통해 대응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국제종합기계 매각(310억원)·포항부두 유동화(220억)에 페럼클럽 유동화도 진행 중이다.

      문제는 금융권에서 조달한 단기 차입금이다. 올 상반기말 연결기준 동국제강의 단기차입금 총액은 1조9441억원이다. 최장 만기일이 1년 미만인 차입금으로, 동국제강은 이를 상환하거나 차환해야 한다. 하지만 시중 은행들은 동국제강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 이하로 떨어진 점을 들며 지속적으로 여신한도를 줄이고 있어 현 수준 이상의 대출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재료 가격 증가로 운전자본 부담이 증가하고 있고, 철근가격 가격 하락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석탄가격이 급증하면서 후판의 원재료인 슬래브 가격은 연초 1톤당 250달러 수준에서 최근 1톤당 350달러 수준까지 증가했다. 동국제강의 주력 제품인 철근의 시중 가격은 2분기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가 이어져 추후 실적 전망에 적신호가 들어오고 있다.

      동국제강의 현금확보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될 경우 결국 산업은행에 자금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또한 직접적인 자금수혈을 요청하지 않더라도, 만기를 앞둔 단기차입금의 경우 '만기연장', '차환' 등의 지원요청은 사실상 불가피한 상황이다.

      산업은행 역시 동국제강의 유동성 위기 상황을 방치할 수는 없을 것이란 예측이 주를 이룬다.

      은행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말 기준 동국제강의 은행권 전체 신용공여(대출채권, 유가증권, 지급보증) 규모는 2조6000억원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산업은행은 전체의 90%에 해당하는 2조3000억원대 신용공여를 제공하고 있다. 4400억원대 규모의 지급보증을 제외하면 실제로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묶여있는 상황이다. 이미 다른 시중은행 대부분은 동국제강에서 발을 뺀 상태다.

      산업은행이 2조원에 이르는 돈을 떼이지 않기 위해선 울며 겨자먹기로 동국제강에 추가적인 지원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지난 6월 산업은행이 동국제강을 재무구조개선 약정 대상에서 조기졸업을 시킨 만큼 추가적 지원에 대한 비판을 피하긴 힘들 전망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동국제강 입장에선 당장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이 사실상 산업은행밖에 없는 것은 맞다"면서도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졸업한 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서 또다시 지원을 요청하게 될 경우 다른 시중은행들과 시장의 신뢰는 더욱 떨어질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