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순환출자 구조 해소 방어막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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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노트7 단종, 그리고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지주사 분할 요구. 연이은 악재를 맞은 삼성전자는 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실적 발표회에서 위 사안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삼성전자를 향한 주주들의 요구, 그리고 삼성전자의 대응은 재계 전반으로 '나비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4대 그룹 중 SK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SK그룹의 주요계열사 CEO들은 최근 합숙세미나를 열고 변화 방향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과 같은 중간지주회사를 늘리자는 의견이 나왔다. SK그룹이 SK텔레콤을 사업부문과 투자부문으로 분할, 투자회사를 중간지주회사로 삼을 수 있다는 전망들도 나오고 있다.
'키워드'는 SK하이닉스다. 그룹의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은 SK하이닉스는 증손자회사 규제로 인해 인수합병(M&A)이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K하이닉스의 자회사화(化)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미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제기되고 있다. ▲중간지주회사를 통해 SK하이닉스를 지배 ▲SK텔레콤에서 분할된 중간지주회사를 SK㈜가 합병 ▲SK텔레콤에서 분할된 중간지주회사를 SK㈜가 100% 지배 ▲SK텔레콤을 자회사로 보유한 SK㈜에서 분할되는 IT서비스 부문과 바이오 부문 설립 가능성 등이다.
한국투자증권도 최근 리포트를 통해 SK의 중간지주회사 설립 논의는 삼성전자 때문에 공론화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민주화 법안이 통과되면 인적분할 시 자사주 의결권이 제한된다. 이 법이 통과 되기 전에 삼성이 삼성전자 인적분할을 하게 되면 경제민주화 법안 통과 목소리가 더 커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지주 전환과 사업개편을 준비 중인 SK가 난처해질 수 있어 선제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불허한 이번 정권의 특성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이런 작업이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 SK가 지금 이 사안을 꺼내 든 것은 삼성전자 사태에서 보여지는 절박함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삼성전자 지배구조 개편으로 삼성그룹이 순환출자와 금산분리 이슈에서 벗어나게 되면 그 다음 노출되는 곳은 현대차그룹이다. ‘삼성’이라는 방패막이 사라지면서 현대차그룹의 기형적인 지배구조에 대한 정치권, 여론, 금융시장의 개선 요구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잘 알려졌다시피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주요 3사에 대해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 5.2%, 현대모비스 7.0%만을,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 2.3%, 기아차 1.7%만을 보유하면서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야당이 발의한 대기업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경제민주화 법안 중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방안이 통과되면 현대차는 여러 면에서 부담이 가중된다.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 23.3%를 활용한다고 가정할 때 지배구조 변환은 순환출자 해소를 고려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그림이 달라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정의선 부회장도 이재용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주주들로부터 전문경영인 또는 오너경영인의 선택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
한쪽에선 정몽구 회장의 영향력이 당분간 유효하다는 전제 하에서 경영권 승계 및 지주 전환보다 순환출자 해소 및 오너 일가 지배력 강화에 나설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는 결국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가치 극대화가 필요한데, 이때부터 또다른 딜레마에 처할 수 있다. 과도한, 그리고 비상식적인 지분 극대화에 나설 경우 더 이상 이를 감내해 줄 정치권, 여론, 금융시장, 주주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방안이 통과되면 ‘글로비스 활용도’를 다시 생각할 수도 있다.
시장에선 삼성과 SK가 지배구조 및 사업개편을 진행하는 것을 유도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여러모로 현대차에도 긴 시간이 주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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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0월 23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