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투자 욕심내는 증권사…바라보는 VC 시각은 "글쎄"
입력 2016.10.31 07:00|수정 2016.11.01 19:02
    증권사, IPO 등 연계 영업 가능해 긍정적
    기존 VC 반응은 "벤처 투자 쉽지 않을 것"
    • 신기술사업금융업에 대한 대형 증권사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벤처기업을 선점해 연계 영업이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미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벤처캐피털(VC)들은 증권사들의 진출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냉랭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대신증권 3개사가 현재까지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 등록을 완료했다. NH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은 연내 등록 신청을 목표로 관련 업무를 진행하고 있고, 미래에셋대우는 통합을 마무리한 뒤 긍정적인 관점에서 검토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2015년 말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대 증권사 중 7개사가 등록을 마쳤거나 '신청 예정'인 상황이다. NH투자증권 1개사만 뛰어든 전문투자형 사모집합투자기구(헤지펀드) 겸영에 비해 대형 증권사의 관심도가 높다. 유망 벤처기업을 선점해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신기사 라이선스를 취득한 증권사는 벤처기업에 한정해 여신 업무가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기업을 심사하고, 밸류에이션하는 과정에서 '옥석'을 가려낼 수 있다는 것이 증권사들의 주장이다.  성장성이 뛰어난 벤처기업은 기업공개(IPO)나 증자·채권 발행 등 연계 영업할 영역이 많다.

      아울러 증권업계는 리서치센터가 신기사 업무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중소기업 밸류에이션 경험이 많은 스몰캡팀의 역량을 활용한다면 충분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탄탄한 리서치센터를 갖춘 대형 증권사의 경우 신기사 인프라 구축 비용도 일부 절감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여기에 정부 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도 신기사에 뛰어들려는 목적 중 하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거칠게 말해 정부 자금으로 예비 IPO 기업을 찾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신규 결성된 투자조합 출자자 중 정부(모태펀드·성장사다리펀드) 출자 비중은 26.9%다.

      하지만 이 같은 증권사들의 기대감에 대한 창업투자회사(창투사) 등 기존 VC업체의 시각은 매우 냉소적이다. 무엇보다 벤처기업 검증이 만만찮다는 것이 그 이유다.

      우리나라 벤처기업은 3년 후 생존율이 2013년 말 기준 41%에 불과할 정도로 낮다. 한 창투사 관계자는 "VC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운용역은 대표이사만 만나봐도 그 기업이 생존할 수 있을지 안다"고 말했다.

      벤처기업에 대한 사후 관리도 증권사에게 주어진 과제 중 하나다. VC업체는 추가 자금 조달에 대한 조언부터 인적·물적 네트워크까지, 광범위한 영역에서 일종의 경영 컨설팅을 제공한다. 개별 섹터를 맡는 수십 명의 운용역이 이 역할을 담당한다. 국내 주요 VC업체는 20~45명에 이르는 운용역을 보유하고 있다.

      상장 전후의 후기 단계까지 온 기업들만을 상대해봤던 증권사가 단기간 내에 신기사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시 등 정보 공개 창구가 마련돼있는 상장사와, 대표 및 임직원과 수시로 스킨십이 필요한 벤처기업은 성격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증권사들의 벤처기업 투자는 안정성이 떨어지므로 증권사들의 건전성 규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신기사에 적극 나서 자기자본투자(PI) 비중이 높아질 경우 영업용순자본비율(NCR), 레버리지비율 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 VC업체 운용역은 "주요 창투사는 30년에 이르는 업력 동안 성장 초기 단계 벤처기업을 상대하며 노하우를 쌓아왔다"면서 "벤처 투자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증권사가 신기사 라이선스를 취득해 VC업계에 뛰어든다고 해도 대형 창투사에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