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과 유한회사 설립해 증권사 첫 MBO 방식 인수
“자본금에만 기대선 시장의 다양한 수요 충족 어려워”
“소형증권사, 틈새시장서 특별한 수요 찾는 투자전략 중요”
“핵심은 캐시플로우…현금흐름만 나오면 대상·규모 제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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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경영권 매각에 어려움을 겪었던 리딩투자증권이 김충호 사장(사진)과 임직원이 만든 유한회사 CKK파트너스를 새 주인으로 맞았다. 증권업계에서는 드문 경영자인수(MBO) 거래다.
그는 국내 구조화금융(SF) 시장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로 꼽힌다. 대규모 자본을 가진 대형 증권사의 영역에서 경쟁하기 보다는 틈새시장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는 전략을 추구한다. 대기업보다는 중소형 기업, 우량 기업보다는 어려운 기업이 주요 거래 대상이다.
2014년 이후 매 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하던 리딩투자증권은 그가 합류한 이후 흑자로 돌아섰다.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온 팀이 곧바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기존 주주들도 구주매각 대신 미래 성장가능성에 투자하는 길을 택했다. 선택지가 많지 않기도 했지만, 김 사장의 경험과 운영전략에 신뢰를 보낸 면도 있었다.
업황보다는 캐시플로우(현금흐름)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살폈다. 캐시플로우가 수반된 자산이라면 무엇이든 투자 대상이 될 수 있고, 대형 거래도 주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현대부산신항만과 한진해운신항만 등의 재무적투자자(FI) 유치 거래도 그의 손을 거쳤다.
주로 소형 증권사에 주로 몸담았지만 작은 자본 규모는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게 김충호 사장의 전략이다. 오히려 자본금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투자 기회를 넓히는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시장의 다양한 자금 수요와 공급을 어떻게 연결하고 구조화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자본금은 그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면 된다”는 게 김 사장의 모토이기도 하다. 다음은 일문 일답 .
-증권사 MBO 거래를 추진하게 된 배경은?
“함께 일해온 직원들에게 언젠가 우리만의 하우스를 만들어보자는 비전을 제시해왔었다. AJ인베스트먼트-요진건설 컨소시엄이 지난해 리딩투자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이 우연한 계기였다. 현대상선에서 증권사로 스카우트 해주신 분이 김윤모 AJ인베스트먼트 대표인데 리딩투자증권 인수도 같이 해보자고 제안해 왔다.
당시 회사 사정은 정말 좋지 않았다. 영업손실이 누적되면서 자본금을 깎아먹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인수가 확정되기 전이었지만 지난해 12월에 먼저 팀을 데리고 들어와 정상화작업을 시작하기로 했고 흑자로 전환됐다. 그런데 컨소시엄이 깨지면서 난감한 상황이 됐다. 다시 나갈까 생각도 했는데 어려운 회사에서 고생했던 직원들이 안타까웠다. 잘 추스리면 좋은 회사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함께 왔던 직원들도 처음엔 반대했지만 나중엔 흔쾌히 동의했다. 다음달 인수대금 납부하고 주주총회 열어서 이사진 선임하면 인수는 완료된다”
-기존 주주들은 구주를 매각해 투자회수를 원했었는데 이번에는 지분을 유지하는 선택을 했다.
“외부 매각이 쉽지 않기도 했지만 올해 들어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도 높이 봐준 것 같다. 우리가 인수하는 것에 반대하는 주주는 없었다. 관계도 좋다. 지금 주주들은 오랜 기간 투자금이 묶여 손실이 큰 곳들이다. 회사는 지난 4년간 수백억원 대로 늘어난 결손금을 감자를 통해 털어냈고 지금은 배당도 가능한 여건이 만들어졌다. 주주들에 대한 일정 수준의 배당성향을 유지할 것이다. 5년 후에는 IPO를 추진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 때면 주주들도 상당부분 투자회수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구조화금융 분야에서 성과가 많았다. 앞으로 집중 육성할 사업부문은?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관련 투자를 많기 하기는 했지만 나는 부동산 전문가는 아니다. 부동산은 투자 아이템 중 하나일 뿐이다. 다만 잘 하는 부분을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고민하고 있다. 회사채나 주식 등 표준화된 상품은 다루기 쉽지 않다. 북(Book)을 가진 대형사와 경쟁할 수는 없다. 특수 목적이 있고 특별한 수요가 있는 곳, 이를테면 자구 노력을 한다거나 재무구조 개선을 하는 기업들의 자금조달 구조를 짜는 것이 우리의 본업이다. 당분간 이런 수수료 중심의 사업을 할 계획이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역시 이런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모든 투자는 캐시플로우로 승부한다. 자금이 필요한 쪽에 캐시플로우가 나오는 자산이 있으면 이를 활용한 투자 구조를 짜고 다시 투자자에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캐시플로우가 수반된다면 지적재산권이나 미술품 등도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단 수익형 항공기와 부동산 등 캐시플로우에 기반한 기본 상품들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어 우리가 들어설 여지는 많지 않다고 본다”
-현금흐름에 기반한 거래 중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현대부산신항만이 처음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할 때 투자구조를 짰다. 지금만큼은 아니지만 당시에도 업황은 좋지 않았고 유동성이 필요했다. 내 첫 직장이기도 한 현대상선에서 자금조달 방안 마련을 요청해왔다. 살펴보니 항만을 활용한 거래가 가능할 것 같았다. 물론 부동산처럼 실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투자구조를 짤 때만 해도 항만이 텅텅 비어있어 쉽지는 않았다. 현대상선의 물량을 할당해 항만을 활성화시키고, 앞으로 어느 정도의 물량이 늘어날 것인지를 예측해 현금흐름을 추정했다. 결과적으로 자본금 200억원에 불과한 회사의 지분 50%를 팔면서 2000억원을 조달할 수 있게 했다. 우리나 투자자는 수익이 많이 났고, 회사는 유동성을 확보했으니 서로 윈-윈한 거래였다고 생각한다. 한진해운신항만도 같은 구조를 마련해줬는데 한진해운이 회생절차에 들어간 것은 안타깝다.
예전 리딩투자증권에 근무할 당시 경기도 시흥 배곶 신도시 개발 투자를 위한 PFV를 설립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시흥시가 인수했다가 재정 악화로 다시 매물로 내놨는데 경기가 좋지 않아 팔리지 않았던 부지다. 우리가 시흥시에 공공개발 사업을 추진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고 시에서 이를 받아들였다. 사업 추진 공고가 났고 우리와 산업은행이 설립한 PFV만 응했다. PFV에는 금융기관이 절세 효과를 노리고 형식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우리 PFV는 FI가 주도했다는 점이 이례적이었다. 지금이야 PFV가 책임준공이니 채무인수니 하는 부담을 지는 것이 일반화됐지만, 당시 2000억원 이상 대형 거래 중에선 우리 사업이 처음이었다. 위험성이 있었기 때문에 자금 조달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현금흐름이 잘 나올 것이란 자신이 있었고 결국 큰 수익을 거뒀다”
-잘 알려지고 경쟁이 높은 상품보다는 틈새 시장을 노리는 전략을 많이 써왔다. 다음 블루오션은 어디로 보고 있는지?
“새로운 시장과 상품을 개척해도 유사 거래는 금방 따라붙는다. 소형 증권사가 살아남기 위해선 매번 새로운 투자처를 고민해야 한다. 경제 상황이 당분간 좋지 않다는 전망이 많고 변동성도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오히려 좋은 투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제조업 등에서 어려워지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고 그런 기업들이 내놓는 자산도 많아질 것이다. 일종의 부실채권(NPL) 비즈니스 기회가 계속 나올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제약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투자 대상군을 딱 정해두기 보다는 현금흐름이 나오는 자산들인지에 대한 판단이 우선하게 될 것이다”
-증권사들의 자본금 확충 경쟁이 강화하는 시기다. 소형 증권사가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 필요할 텐데.
“자본금을 키워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그 돈의 투자 목적과 범위는 굉장히 한정돼 있다. 그 안에서 시장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기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자본금보다 중요한 것은 그 다양한 자금과 수요를 어떻게 연결하고 구조화 하느냐다. 자본금은 그 과정에서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도만 있으면 된다고 본다. 물론 회사와 시장이 커진다면 그 마중물 규모가 커질 필요는 있다. 그 때가 되면 증자에 나설 것이다”
-조직 개편 및 인력확충 계획은?
“영업부문은 크게 IB와 세일즈로 구성하려고 한다. IB는 기존 인력이 주축이 되고 세일즈는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 현재 전체 직원은 80여명인데 인력 확충이 완료되면 110명가량 될 것이다. 개인의 역량에 기대기 보다는 팀 단위로 조직을 꾸려서 장기적으로 시너지를 내고자 한다. 지점을 늘려나갈 계획은 없다. 독립투자자문업자(IFA) 제도가 도입되면 지점의 필요성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본다. 자금이 필요한 곳을 찾아내고 좋은 상품을 만든다면 지점망이 없어도 판매하는데 어렵지 않을 것이다. 대신 해외 진출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 일본 리딩재팬은 매각 추진 중이지만, 베트남 시장엔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아직 검토 초기 단계다”
-앞으로 회사 문화는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
“지금까지는 회사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았다. 앞으로 3년간은 수수료 사업에 집중해 회사 가치를 끌어올릴 생각이다. 우리 회사는 오너가 아니라 파트너십으로 이뤄진 회사다. 기존 주주들과 우리 임직원들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회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리딩투자증권에 일을 맡기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이미지를 유지해 좋은 하우스를 만들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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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1월 01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