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확장 제동 등 성장성 꺾일까 노심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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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가 경제계에도 여파를 미치는 가운데 CJ E&M이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들이 불거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 하에서 CJ E&M은 문화융성 사업의 첨병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이번 게이트가 CJ E&M의 외형확장 전략에도 제동을 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최순실씨 관련 사업 정리 방향성에 따라 타격은 더 커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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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20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관광문화단지(한류월드)에서 열린 K-컬쳐밸리(K-Culture Valley) 기공식에 참석, 홍보관을 둘러보고 있다. 박 대통령 왼쪽은 손경식 CJ그룹 회장(출처=청와대)
CJ E&M 컨소시엄은 지난 5월 K컬처밸리 사업자로 선정됐다. K컬처밸리는 정부가 추진 중인 문화창조융합벨트의 핵심 사업으로 경기도 고양시 일산 동구 대화동과 장항동 일대에 공연장, 호텔, 테마파크 등을 짓는 사업이다. 여기에 CJ E&M 컨소시엄은 1조4000억원을 들인다.
CJ그룹이 K컬처밸리 사업자로 선정되는데 최순실씨 측근인 차은택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에 경기도 의회가 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차씨는 이 사업을 주도한 문체부 산하 문화창조융합본부 초대 본부장을 맡았다. CJ E&M은 외국인투자기업 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불구, 사업 부지 임대료 최저한도인 1%에 50년간 장기 임차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그룹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K컬처밸리 사업자로 선정됐다고 하는 순간부터 그룹 내부에서조차 특혜 논란이 불거진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의 비호를 받는 인물들이 엮여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CJ E&M에 차은택씨의 입김이 미쳤다는 또 다른 사례도 제기된다. 지난 2015년 2월 CJ E&M 본사에서 열린 문화창조융합벨트 출범식에서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의전한 CJ E&M 측 관계자는 신형관 엠넷콘텐츠부문장이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국가원수 의전에는 당연히 김성수 CJ E&M 대표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그게 아니라 대외명성만 따지면 세간에 잘 알려지고 tvN 콘텐츠를 총괄하는 이명한 tvN 본부장 정도가 적절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정작 신형관 부문장이 박 대통령 의전을 맡자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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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2월1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센터에서 열린 문화창조융합벨트 출범식에서 출범 기념 점등판에 점등 톱니바퀴를 꽂은 뒤 박수를 치고 있다. 박 대통령 왼쪽은 손경식 CJ그룹 회장, 오른쪽은 신형관 엠넷콘텐츠부문장.(출처=청와대)
표면적으로는 신형관 부문장이 문화창조융합센터장을 역임하기도 했고, MAMA(Mnet Asian Music Awards), K-CON 등으로 한류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하지만 청와대 측에서 신 부문장을 직접 추천하면서 박 대통령의 의전을 맡게 됐다는 후문이다.
회사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신형관 부문장이 엠넷을 오래 맡아 대중문화계에서 영향력이 크다”며 “특히 과거부터 그 쪽(차은택)과 끈끈한 커넥션이 있었기 때문에 대통령 의전이라는 영광을 거머쥘 수 있었다는 평가”라고 전했다.
각종 특혜 의혹은 최순실씨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판단할 요소다. 문제는 이런 의혹 때문에 그간 CJ E&M이 추진하고 있는 외형 확장과 회사의 기업가치에 대한 시선이 180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CJ E&M은 외형 확장을 위해 자본시장에서 광폭 행보를 보여왔다.
CJ E&M의 드라마 사업부문 물적분할로 지난 5월1일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이 설립됐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또 오해영’과 ‘굿와이프’에 이어 ‘캐리어를 끄는 여자’ 등을 제작했다. 상반기에는 김은숙 작가가 소속된 화앤담픽쳐스, 전지현이 소속된 문화창고를 계열사로 편입했다. 지난 달에는 드라마 제작사 KPJ를 150억원에 인수했다. KPJ 소속의 김영현, 박상연 작가는 ‘대장금’, ‘뿌리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 등 사극 위주의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미래에셋대우를 주관사로 선정해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일련의 과정 역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투자업계 시장에선 스튜디오드래곤이 잇따른 M&A를 통해 드라마 제작역량 강화 전략을 재확인시키며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해외에서도 M&A와 조인트벤처(JV) 설립이 이어지고 있다. CJ E&M은 베트남 유력 콘텐츠 제작, 광고대행사인 블루 그룹을 인수해 베트남에 'CJ Blue Corp'을 설립했다. 또 태국 최대 종합 미디어 사업자인 트루비전스와 미디어 사업을 위한 합작법인 '트루 CJ 크리에이션'을 출범시켰다. 베트남과 태국에서 동남아시아로 사업을 확장해 아시아 최고 콘텐츠 기업으로 입지를 굳힌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회사 내부와 금융시장에선 최순실씨 국정 개입 의혹,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CJ E&M의 광폭 행보에 크게 제동이 걸릴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SK, 롯데 등 관련 대기업의 실명이 거론되고 있고, 이미경 CJ그룹 부회장과 최순실 씨와의 관계도 재조명되면서 CJ그룹으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며 “CJ E&M의 사업 확장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부정적 기류가 일어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금융)시장에서의 평판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사업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기업 가치 역시 사람에 달려있는데 이번 사태로 최순실, 차은택 관련 인물들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사내 주요 인사들이 이번 사건과 관련돼 있다고 할 경우 CJ E&M이 받을 타격은 단순히 기업가치 하락에 그치지 않고 회사 존립 자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J E&M이 영위하는 사업의 관련 부처인 문체부는 선 긋기에 나섰다. 최순실씨와 관련된 의혹 사업에 대해 점검 후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체부가 점검 및 정리 대상 범위를 어디까지 잡느냐에 따라 CJ E&M이 받는 충격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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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1월 01일 09:3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