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공동 출자는 끝내 '불발'
단독 출자로 관련 예산 소진…"중국 측 태도 바뀌어도 진행 어려워"
-
정부가 한중문화콘텐츠펀드 2호 재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측 출자자 확보 등 펀드 조건을 완화했다.
다만 당초 계획했던 중국 정부와의 공동 출자는 이뤄지지 않았다. 사실상 정부가 추진하던 '한중 공동 문화사업'이 무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모태펀드는 500억원 규모의 '한중문화콘텐츠펀드 2호'(이하 2호펀드) 결성을 위한 운용사 재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모태펀드는 지난달 초 공고를 내고 운용사 선정 작업을 진행했으나 단독 지원한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가 출자요청을 자진 철회해 선정이 불발됐다.
2호펀드의 주목적 투자대상은 올해 6월 TGCK파트너스가 결성한 1호펀드와 동일하다. 다만 펀드 조건은 완화했다. 1호펀드가 '중국기업(자본)이 펀드 출자자로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한 것과 달리 2호 펀드조건에선 해당 내용이 제외됐다. 운용사가 중국 출자자 확보에 부담을 느껴 해당 펀드 결성에 나서지 않는다는 점을 문체부와 모태펀드가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펀드는 모태펀드가 200억원을 출자하고 운용사가 민간에서 300억원을 추가 출자받아 조성된다. 펀드는 중국진출 문화콘텐츠 프로젝트 및 기업, 한중합작 프로젝트에 결성총액의 80% 이상 즉, 400억원을 투자해야 한다.
-
모태펀드 관계자는 "중국 출자자 확보 등 조건이 까다롭다는 업계 이야기를 수용해 펀드 조건을 완화했다"며 "지난달 단독 지원했던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는 서류 등을 보완한 뒤 다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고, 그 외 다른 운용사 1곳도 접수를 준비 중이라 이번에는 펀드 결성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펀드 결성 여부와 관계없이 정부가 당초 추진했던 '한중 문화산업 공동발전펀드' 사업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정부가 단독 출자로 펀드를 결성하면서 편성한 예산을 모두 소진했다. 최근 불거진 최순실씨 국정 개입 의혹에 문체부가 직접 연루돼 있어 추가로 예산을 편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가 '한중 문화산업 공동발전펀드' 사업을 발표한 것은 지난해 초다. 2014년 7월 한중 정상회담 당시 합의한 사항으로, 한중 양국이 각각 출자해 총 2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정부는 우리 측이 단독 출자해 먼저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6월 1호펀드가 결성됐고 2호펀드 역시 내달 운용사 선정 작업을 마무리해 늦어도 내년 초 결성을 완료할 전망이다.
한 벤처캐피탈(VC) 업체 운용역은 "다른 콘텐츠펀드도 중국 진출 콘텐츠, 제작업체에 투자할 수 있으나 중국 정부가 출자한다는 점이 큰 차이"라며 "펀드에 중국 정부가 관여한다면 투자집행부터 해당 콘텐츠 방영 등 현지 사후관리까지 훨씬 수월해지기 때문에 문체부도 TF(태스크포스)를 꾸리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미 편성한 예산 집행을 미룰 수 없다는 점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애초에 중국 측과 완전하게 합의 하지 않은 채 사업을 진행한 것이 문제"라며 "결국 우리 정부 단독으로 출자해 펀드를 조성했으니 애초 사업 취지는 퇴색된 것"이라고 말했다.
모태펀드 관계자 역시 "문체부에서도 현재 정치권 상황, 예산안 문제 등으로 해당 사업을 다시 추진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1월 02일 09:3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