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혼란에 규제기관 수장 변경…불확실성 커진 금융권
입력 2016.11.03 07:00|수정 2016.11.04 11:44
    현안 산적했는데 임종룡 위원장은 부총리로 발령
    위원장은 공석…야당 반대에 후임 인선도 미지수
    새 위원장은 임기 1년짜리…정책 일관성도 '안갯속'
    • '최순실 게이트'로 혼란에 빠진 정부가 개각을 단행하며 금융업권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정책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려운데다, 이른바 '금융개혁'을 위한 여러 입법 정책들의 국회 통과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정부는 2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경제부총리 후보로 내정하는 개각 인사를 발표했다. 공석이 될 금융위원장을 이을 후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임 위원장은 2015년 3월 취임 이후 1년 9개월동안 우리은행 매각·핀테크 육성·금융권 성과연봉제 도입·증권 및 운용 구조개편 등 굵직한 사안을 진두지휘해왔다. '성과'를 냈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갈리지만, 이슈를 주도해왔던 건 사실이다.

      당장 임 위원장은 경제부총리 청문회 준비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정부는 최대한 빨리 후임 인선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금융 부문 컨트롤타워가 부재중으로 남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야당이 이번 개각에 반대하고 있어 후임 인선이 얼마나 빨리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책임질 이는 자리를 비우게 됐지만, 현안은 산적해있다.

      당장 오는 11일 우리은행 매각 본입찰이 예정돼있다.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실무진의 의지와는 별개로 '거래 완료 여부'에 대해 인수측에서부터 의구심을 표시하는 상황이다.

      올 연말엔 자기자본이 8조원(자사주 미반영)에 가까운 초대형 투자은행(IB)이 출범한다. 이를 뒷받침할 자본시장법·시행령 개정안이 아직 준비 중이다. 초대형 IB에 대한 발행어음 허용, 종합투자계좌(IMA) 허용, 기업 신용공여 한도 증액 등이 모두 개정을 통해 이뤄야 할 내용들이다.

      한국형 종합자산운용 그룹을 만들겠다며 내놓은 자산운용사 인가 정책 개선방안도 방향성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한 은행법 개정안, 한국거래소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역시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에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보험사 규제 도입도 연말로 다가왔다.

      지금과 같은 정국에서 법 개정이 필요한 정책들이 국회를 무사히 통과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어떻게 해결되든 이미 국회의 시선은 내년 대선을 향해있는 까닭이다. 시행령 개정도 당정협의와 대통령 재가가 필요한데, 행정부가 추진동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쉽게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새로운 금융위원장이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해나갈지도 변수다.

      임 위원장이 경제부총리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기 때문에 큰 방향에서 변화는 없겠지만, 세부안에서는 새 위원장의 '관심사'가 다를 수 있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방안이 임 위원장 취임 이후 찬밥 신세가 된 사례도 있다.

      게다가 새로 취임할 금융위원장의 임기는 고작 1년 남짓이다. 현 대통령의 임기는 내년 말까지이며, 취임 후 금융정책의 컨트롤타워인 금융위원장을 교체하지 않았던 정부는 찾아보기 어렵다. 새 위원장은 식물화된 정부 아래서 짧은 임기를 마치고 떠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현 정부 및 임 위원장의 정책 방향과 발을 맞춰왔던 금융회사들은 정국의 추이를 보며 내부 관리에 치중하는 것 외엔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은 결국 규제산업이라 정책 컨트롤타워와 정국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며 "불확실성이 커진만큼 당장 금융회사들은 몸을 낮추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