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간접 금융시장 모두 이전과 다른 시선 직면
TV 가전 등 기존 사업 전략 내려야 할 시기 다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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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경영진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시장과 소통하지도, 분명한 계획을 말하지도 않는 회사란 인식이 팽배하다. 이전까진 투자자들의 외침에 그쳤지만 이제는 LG전자의 자금 줄을 조여오는 상황에까지 직면했다.
시장은 LG전자의 근본적 문제로 단순히 '한 사업부 내 적자'가 아닌 '미래 전략의 부재'를 꼽는다.
◆적어도 ‘방향성 제시’는 명확했던 2011년·방향성 상실한 채 속도만 내세우는 2016년
LG전자의 ‘황금기’는 2009년이었다. LG전자는 그해에만 4조원이 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거뒀다. 핸드폰 사업에서만 15조가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판매량 기준 세계 3위권 핸드폰 업체로 도약했다. 주가는 현재 주가의 3배에 달하는 주당 14만원에 육박했다.
상황이 반전된건 단 1년만이었다. 당시엔 생소했던 애플의 ‘스마트폰’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나갔다. LG전자의 EBITDA는 1년만에 1조원 중반까지 곤두박질쳤다.
LG전자는 구본준 부회장을 구원투수로 선택했다. 기존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오너 경영으로의 변화였다. 이어진 2011년에는 1조원 규모의 유증 계획을 발표했다. 더 이상 스마트폰 시장에서 뒤쳐지지 않겠다는 명분도, 오너 경영을 통한 추격 의지도 모두 시장에 제시했다. 당시 LG전자는 적어도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회사였다.
그로부터 6년이 흐른 2016년,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한 해에만 1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제 투자자들은 스마트폰에서의 손실 여부를 묻지 않는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이후 존속할 수 있는 방향성을 묻고 있다.
그럼에도 이후 LG전자의 대응은 여전히 과거와 같은 방식이었다. 구본준 부회장은 신사업 추진단장으로 이동해 신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B2B’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선언과 함께 신사업 본격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이제 시장은 다르게 반응하고 있다. 빠른 의사결정은 했다고 해도 6년 전 시장에 제시했던 명확한 ‘목표’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스마트폰 장밋빛 사업에서 '출구전략' 고민으로…신사업은 여전히 '안갯속'
스마트폰에서 해법을 찾겠다는 회사의 전략은 이제 투자자들에겐 리스크 요인으로 받아들여진다. MC사업본부는 3분기 약 44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다음 모델에서 반전을 보이겠다는 분기별 약속은 벌써 6년이 흘렀다. 두자릿수 영업이익율을 약속했던 스마트폰 시장은 이제 성장이 정체한 사업이 됐다. LG전자가 반전을 노리기에는 환경은 변했다. 투자자들은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향과 사업에서의 출구 전략을 묻고 있지만, LG전자는 여전히 명확한 결단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외국계 증권사 IT담당 연구원은 “LG전자는 R&D 투자를 통해 쌓아온 기술들이 총집합된 자사 핸드폰이 왜 부진한지 이해를 못하고 자부심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G5’만 해도 모듈을 떼었다 붙이는 기술력에 투자했다가 한 모델만에 철수하는 등 시장을 읽지 못하는 '투자'에 몰두하다보니 스마트폰에서 재기를 노린다는 말이 투자자들에게는 리스크가 돼 버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대신 ‘희망’을 담당해야 할 신사업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2011년 유상증자를 앞두고 투자자 앞에 제시한 태양광과 ESS사업은 여전히 글자 그대로 신사업으로 남아있다. 올해 초 3년간 총 52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혀 본격적인 진입을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중국 업체들과의 치킨 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태양광 모듈 사업이, 투자만큼의 이익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사업인지 묻고 있다.
전 그룹 차원의 신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자동차전장(VC) 사업도 투자자들을 설득 하는데 부족한 모습이다. 가전에서 닦아온 ‘모터’기술을 바탕으로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전사적인 지원을 투입하고 있다. 그룹에서도 본격적인 수익 창출까지는 향후 10년~15년이 더 걸리는 장기 사업이라고 밝히고 있다.
◆"적어도 TV·가전은 괜찮으니까"…유효기간 다가오지만 전략은 부재
결국 TV와 가전사업이 LG전자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하지만 각 사업에서도 명확한 전략을 내려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올해 상반기 LG전자의 숨통을 틔운건 TV사업이었다. 다만 구조적 개선 보다는 주재료인 패널 가격 급락에 따른 일시적 호황이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LCD 생산설비를 점차 줄여가며 중국 패널업체와 손을 잡고 있다. 그만큼 중국과의 기술 격차는 줄어들고 있다. LG전자는 OLED TV 시장에 명운을 걸고 있다. 하지만 시장 점유율 확보는 더딘 모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OLED TV가 유의미할 만큼 커질 수 있는 시장이라 확신한다면 기존 모든 LCD 대형 생산설비를 OLED로 대체해 시장을 치고 나가야 한다. 하지만 10조원에 가까운 부담되는 금액이 소요될 것”이라며 “결국 선두 기업인 LG전자도 OLED TV를 일부 고가 프리미엄 제품으로 삼고 있는데, 다른 업체들에게 LCD TV 전체를 대체할 기술이라고 확신을 주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LG전자의 명맥을 유지하는건 가전이다. 스마트폰·TV 등 다른 사업에 비해 시장 변동이 상대적으로 낮고, 그간 프리미엄 시장에서 브랜드를 쌓아온 LG전자가 당분간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이얼 등 중국업체들이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뛰어들고 있다. 가전사업을 담당하는 보쉬와 지멘스간 합작사 BSH는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16에서 "IoT를 활용한 스마트홈 기술이 향후 가전을 어떻게 바꿀 지"를 주제로 기조 연설을 담당하기도 했다. 명확한 대응 전략을 상실할 경우 스마트폰에 자리를 내준 과거 '피처폰'의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투자자들에 비친 LG전자의 지금 모습은 적어도 10년 뒤에야 본격적으로 실적이 시작될 신사업에 돈을 쏟아부으며, 언제든 스마트폰에 다시 뛰어들 여지를 가진 ‘가전회사’라는 분석이다. 가전에서 4%대 안정적인 영업이익율을 거두더라도, 스마트폰에서의 손실과 성과가 불투명한 신사업이라는 리스크를 안고 있는 회사라는 평가다.
그 사이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던 안정적 재무구조는 서서히 훼손돼고 있다. 결국 직접금융시장에서도 간접금융시장에서도 이전같지 않은 위상에 처해 있다. 매년 증권가에 도는 ‘유상증자설’은 이제 ‘본격적인 투자’에서 ‘MC사업부 매각용’ 혹은 ‘운영자금 확보용’으로 결이 바뀐 채 확산되고 있다. "그래도 TV와 가전은 좋다"로 투자자들의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는 유효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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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1월 02일 09:3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