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롯데·SK만 바라보던 PEF…투자회수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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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금 회수를 준비해온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들이 고민에 빠졌다. M&A 큰손으로 불리는 롯데그룹과 SK그룹 총수들이 하나 둘 경영에 복귀하면서 M&A시장의 활력을 기대했으나 최순실 게이트란 예상치 못한 '암초'에 걸렸다.
그간 롯데에 대한 대대적인 검찰수사가 경영진 불구속 기소로 마무리되면서 시장에서는 롯데의 M&A 재시동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신동빈 회장은 2020년까지 M&A를 포함한 투자규모를 40조원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이어 재활전문병원 보바스요양병원 인수와 현대로지스틱스·파키스탄 펩시콜라 보틀링 업체 '라호흐 펩시코' 인수 협상 재개도 이어졌다.
SK도 작년 최태원 회장의 특별사면과 올 3월 SK㈜ 등기이사 복귀 이후 시장의 기대감이 커졌다. 조금 성격은 다르지만 6100억원 동양매직 인수도 있었고 최근 화학분야 M&A 협상 등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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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갑작스런 게이트로 검찰 수사가 재계 전반으로 확장됐고 롯데ㆍSK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이러다보니 기업이 자연스레 해오던 대형 M&A의 단골 인수후보(Potential Buyer) 역할도 어려워졌다. 이들이 직접적인 인수후보가 되든가, 하다못해 입찰에 참여해 경쟁구도를 만들어 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게 되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매각거래가 어려워진다.
당장 국내외 사모펀드들이 롯데나 SK를 염두에 두고 시작해야 할 거래들도 여럿이다.
2014년 칼라일그룹(Calyle group)이 2조664억원에 인수한 ADT캡스도 유력 인수후보가 SK그룹이었다.
칼라일의 '고가인수' 논란이 제기됐던 만큼 후보군에는 ▲대규모 인수자금 여력이 되는 기업 ▲기존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적투자자(SI) 등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회사가 필요했고 그게 SK였다. 마침 SK그룹은 NSOK를 통해 보안사업에 나서고 있었다.
MBK파트너스가 투자한 코웨이나 딜라이브도 비슷한 처지다. 인수후보를 찾지 못해 잠정 중단된 코웨이도 롯데와 SK네트웍스가 주요 후보였다. 실제로 2012년 MBK파트너스가 코웨이를 인수할 당시 롯데, SK 모두 인수전에 참여했을 정도로 코웨이는 두 기업이 관심을 갖는 업체이기도 하다. 딜라이브 역시 주요 SK그룹을 비롯한 주요 통신사업자들이 인수후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두 그룹이 이런 대형 매물의 인수를 단행하기 어려워졌다. 게다가 방송법 규제 방향성에 좌우되는 딜라이브는 정책변수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보니 미래를 장담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당장 추진 중인 골드만삭스PIA의 대성산업가스 매각이나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의 경남에너지 등 가스ㆍ에너지 부문 거래들도 된서리를 맞았다. 역시 SK그룹이 주요 후보인데 얼마만큼 '역할'을 해 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한국에서 활동해 온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롯데ㆍSKㆍCJ등을 위시한 일부 대기업에 국한된 예상후보군만 가정하고, 스스럼 없이 대형 투자를 진행하다보니 결국 이런 결과를 맞이하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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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1월 06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