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가 제시한 8조 혜택 불분명해"
특히 'IMA' 향한 업계 평가 시원찮아
-
미래에셋대우가 미래에셋증권과의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합병 안건을 가결시켰다.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서의 첫 발을 내딛은 셈이지만, 요건인 '8조원' 충족에 속도를 낼 생각은 없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당근'에 대해 별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는 평가다.
조웅기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는 4일 임시주주총회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실적으로 당장 초대형 IB에 도전하기는 어렵다"며 "시차를 두고 자기자본을 늘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조 대표는 금융위가 발표한 '초대형 IB 육성방안'에 대해 "혜택이 불분명하다"고 언급했다.
-
현재 대형 증권사가 자기자본 8조원 요건을 충족할 때 추진 가능한 업무는 종합투자계좌(IMA) 운용과 부동산 담보 신탁 두 가지다.
우선 IMA는 고객이 예탁한 자금을 운용해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IMA를 운용하는 증권사는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기업금융 업무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라는 금융위의 의도다.
금융위로서는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조달 창구를 열어준 만큼, IMA가 기업금융을 위한 자금 공급의 '마중물' 역할을 해 금융투자업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구상이다.
그러나 IMA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조 대표의 지적과 같이 '유인이 떨어진다'며 업계 반응이 냉랭한 상황이다.
우선 자금의 저비용 조달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금자 보호가 안 되므로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과는 다르게 일정 수준 이상의 금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증권사에 '수신' 기능이 허용된 셈인 만큼, 내년에 발표될 세부안에 건전성 관련 규제가 추가로 담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IMA는 은행의 요구불예금이나 종합금융사의 자산관리계좌(CMA)와는 속성이 달라 앞선 두 상품 대비 자금 조달 비용이 더 들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금자 보호 없는 원금 지급 의무와 건전성 규제 등을 고려하면, '한국 금융 시장에 모험 자본 공급을 늘리기 위한 제도'라는 금융위의 입장과 달리, 적극적인 투자가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세부안이 아직 안 나온 상황이지만, 증권사가 IMA 운용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업무는 기업 대출이나 회사채 투자 등 은행의 기업금융 업무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IMA와 함께 허용된 부동산 담보 신탁의 매력도 역시 그리 크지 않다는 평가다. 한 은행·증권 담당 애널리스트는 "부동산 담보 신탁은 시장 규모도 작고 시중은행·부동산 신탁 회사 등 기존 시장 참여자의 경쟁도 치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구채 발행을 통한 자기자본 확충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금융위의 계획도 미래에셋대우의 이 같은 전략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금융위는 "영구채 발행은 숫자놀음일 뿐"이라며 증자와 이익잉여금 축적 등으로 자기자본을 늘리라고 전한 바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11월 9561억원가량 증자해 당분간은 재차 증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초대형 IB의 자기자본 인정 관련 세부 내용을 담은 금융투자업 규정안과 IMA 세부안을 각각 올해 4분기·내년 2분기에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경제부총리 후보로 내정돼 금융위 콘트롤타워가 부재 중인 점과 국정 농단 사태로 인한 '식물 정부' 상황임을 고려하면 시행령 개정 등 제반 절차에 속도가 날 지는 미지수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1월 06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