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명성 앞세워 수주하고 중국 인력·자본 투입 시너지 모색
인프라 사업 강점·탄탄한 아프리카 지역 기반도 중국 관심 가질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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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인수전에 중국 자본이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의 해외 팽창전략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는 지역에서 원활한 수주사업을 하기 위해선 수 십년간 쌓아온 대우건설의 명성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지난 28일 산업은행은 이사회를 열고 KDB밸류제6호 사모펀드(PEF)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대우건설 지분 50.75% 전량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펀드 만기가 내년 10월 도래하는 데 따른 것이다. 산업은행은 연내 매도자 실사를 거쳐 내년 초 매각 공고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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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매각 결정을 공식화했지만 중국계 자본은 이전부터 산업은행에 대우건설 인수 의향을 내비쳐 왔다. 단순히 한국 투자처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대우건설을 검토 대상 중 하나로 본 경우도 있었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한 곳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우건설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중국계 인프라펀드 운용사는 대우건설의 브랜드 가치에 중점을 뒀다”며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지역에선 대우건설을 앞세워 수주를 하고 중국계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은 아프리카, 아시아 등 지역에 금융과 인프라를 지원하며 영향력을 키워온 지 오래다. 최근엔 시진핑 주석이 주창한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 전략에 따라 해외 확장에 진력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실크로드 기금 설립도 주도했다. 둔화하는 경제 성장과 원자재 소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선 국가 단위의 프로젝트를 많이 이끌어낼 필요도 있다.
중국의 팽창 전략은 점차 결실을 거두고 있지만 부작용도 나타났다. 아프리카를 비롯한 3세계 국가들은 중국 자본에 예속되는 것을 경계하기 시작했고, 일자리를 중국인들이 싹쓸이해가는 것에 반발하며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반중국 정서는 건설 분야의 수주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중국 건설업의 기술적 신뢰도나 트랙레코드도 아직은 부족하다. 중국 건설사들은 급성장하는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본격적인 해외 확장에 나선 것은 2005년 이후다. 기술력이나 업력보다는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수주 전략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해외에서 오랜 시간 좋은 실적을 올린 건설사를 인수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잇을 전망이다. 바로 이런 점이 중국 자본이 대우건설에 눈독 들이는 배경으로 꼽힌다.
대우건설의 해외 사업은 지난 수년간 경기 침체에 따른 발주 지연, 저가 수주 및 대규모 손실 반영 등 순탄치 않은 시기를 보냈다. 최근엔 국내 주택사업에 집중하며 해외 사업 비중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1975년 해외건설업 면허를 취득한 이래 40년간 해외에서 쌓아온 실적은 여전히 높이 평가 받는다. 6월말 기준 9조원 가까운 해외 수주잔고를 가지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트랙레코드는 하루 아침에 쌓이지 않기 때문에 해외 진출 업력이 짧은 중국 건설사들의 대우건설 인수 관심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 임원은 “우리나라 상위 건설사처럼 수주부터 시공까지 원스탑으로 할 수 있는 곳은 별로 많지 않다”며 “기술력이 좋고 직원들이 부지런한 것도 국내 건설사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국내 다른 대형 건설사들이 석유, 화공플랜트 등 분야에 강점이 있는 반면 대우건설은 댐, 발전소, 도로 등 인프라사업에도 강점을 보인다. 지역적으로는 아프리카에 오랫동안 기반을 다져온 점이 다른 곳과 차별화된다. 인프라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아프리카 국가와 갈등이 부담스러운 중국이 관심을 가질만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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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1월 02일 09:4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