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실질 영향 적은데 과도한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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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쇼크' 이후 급등했던 국내 증권 시장이 내리락 오르락을 반복하다 11일에는 또 다시 하락 마감했다. 혼란스러운 모습에 "뿌리가 얕은 한국 증시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자조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18.17포인트(0.91%) 하락한 1984.43을 기록했다. 기관과 개인이 각각 3582억원, 898억원 매수했지만, 외국인(4496억원)과 프로그램 매매(2656억원)가 물량을 쏟아내 하락 마감했다.
하락 우세 장이었지만, 두산그룹만은 웃을 상황이 됐다. 특히 우여곡절 끝에 재상장을 추진 중인 두산밥캣이 하루 새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9일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서 경쟁률 0.29대 1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다음날 '트럼프 수혜주'로 꼽히며 기관투자가들이 미달 물량 전체를 소화해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10일 14.80% 급등 마감한데 이어 11일에도 4.01% 올랐고, ㈜두산(6.54%)·두산엔진(6.07%)·두산중공업(5.27%) 등 다른 계열사에도 상승세가 이어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상황은 비슷했다. 상장 당일(10일) 시초가가 13만5000원으로 공모가(13만6000원)를 하회했지만, 제약·바이오 섹터가 트럼프와 엮이면서 시초가 대비 6.67% 오른 채 장을 마쳤다. 11일에도 12.15% 상승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유가증권 시장 시가총액 기준 25위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대표적인 바이오주로 꼽히는 셀트리온의 주가는 11일 1.97% 하락했다. 녹십자 역시 2.44% 내린 채 장을 마쳤다. 두 종목은 각각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와 혈액제제 등을 미국에 수출하거나 준비 중에 있어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히던 상황이었다.
오히려 업황 악화로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소외돼 있던 금융주들이 상승 '랠리'를 탔다. 트럼프 당선자가 금융 규제를 완화하고,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기대감에 따른 영향이다. 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기업은행 등 종목이 신고가를 기록했고, 한화생명(6.20%)·우리종금(6.05%) 등이 상승 상위 종목에 랭크됐다.
11일 증시는 극도로 혼란한 모양새였다. 수혜 섹터로 분류되던 종목의 상승세가 하루 만에 꺾였고 새로운 수혜주가 등장했으며 온라인 증권 커뮤니티에서는 '트럼프 수혜주 찾기' 바람이 불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자조 섞인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증시의 뿌리가 튼튼하지 않아 '최순실 게이트'에 이어 불어닥친 외풍에 과도하게 연동된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당선자 공약은 아직 윤곽만 나온 상태고, 일부 수출 기업을 제외하고는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에 큰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데 투자자들의 심리는 지나치게 민감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9~11일 증시는 대외 변수에 의해 좌우되는 국내 산업의 펀더멘털이 얼마나 약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코스피 지수 2000이 저항선이라던 한국 증시의 민낯이 드러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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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1월 13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