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세 혜택 장담 못해…북미시장 가격경쟁력 '주춤'
친환경차 집중 전략 힘빠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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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날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트럼프가 이른바 '강한 미국'을 주장하며 자국 기업 및 산업을 보호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미국시장에서 활동하는 외국기업에 적잖은 타격을 줄 전망이다.
현대·기아자동차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주가는 미국 45대 대통령으로 도날드 존 트럼프가 확정되자 지난 9일~10일 2거래일 연속 가파른 하락을 보였다. 9일 현대차의 주가는 전날보다 2.17% 내렸고 10일에도 3.37% 하락해 12만9000원에 거래를 종료했다. 기아자동차의 주가 역시 당선 소식이 전해지자 9일엔 3.01%, 10일엔 4.39%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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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주가에 반영된 결과다. 트럼프는 포드자동차,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 등 자국 완성차업체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각종 보호무역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업계관계자들은 멕시코 공장을 북·남미 시장의 생산거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전면 재점검 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는 자국내 일자리 보호를 위해 멕시코산(産) 자동차에 수입관세 35%를 부과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멕시코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따라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기아자동차는 이러한 무관세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올해 5월부터 연산 40만대 규모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멕시코 공장의 가동을 시작했다.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의 60%는 북미에 수출하고 나머지 40%는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시장에 수출한다는 전략이었다. 현재 현대기아차의 미국판매 중 멕시코 수입 비중은 11% 수준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아차의 경우 미국 내 연산 30만대 규모를 생산하는 (조지아)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나 북미 시장에 수출하려던 물량을 얼마나 소화할 수 있을 지 미지수"라며 "더구나 기아자동차의 경우 멕시코 공장 증설을 위한 추가 투자가 계획돼 있어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북미수출에도 비상등이 켜질 전망이다.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혀온 트럼프가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폐지하거나 재협상 하겠다고 나설 경우 북미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기아차는 한미FTA에 따른 무관세 혜택을 받아왔다. 현지에서 생산하지 않더라도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셈이다.
실제 지난해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 138만대 가운데 절반 수준인 61만대는 국내공장에서 생산했다. 미국산(産) 의존도는 52.9%로 북미시장에서 경쟁하는 타 완성차업체(평균 67.2%)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자국 자동차업체 지원에 집중한다는 기조이기 때문에 일본·유럽 완성차업체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겠지만 기아차의 경우 특히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자들이 찾는 소형차를 주로 판매해왔다"며 "관세혜택이 사라질 경우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추진해온 친환경 자동차 중심의 미래전략에도 당분간 힘이 빠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최근 아이오닉 등 친환경차를 미래 먹거리로 제시하며 투자계획을 세워왔다"며 "미국이 기후협약에 반대하고 나설 경우 중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 역시 기후협약에 등 돌릴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된다면 친환경차에 주어졌던 세제 등 각종 혜택들이 힘을 잃어 친환경차 시장 역시 주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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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1월 13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