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교수·관료출신 등이 포진
거수기였던 한진해운 사외이사진과 다를 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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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사외이사진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회사가 자율협약을 신청하고 40년만에 국책은행의 자회사가 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독립성이 결여됐던 사외이사진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서다.
국내 선사들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사태를 통해 사외이사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경험했다. 한진해운이 위기에 놓였던 수년간 회사 경영진에 경고음을 울린 사외이사는 없었다. 이들 사외이사진이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거셌다. 현대상선이 구조조정의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사외이사진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 전문성·독립성 결여됐는데…자리 지킨 현대상선 사외이사진
현대상선 이사회는 총 7명의 사내외이사로 구성돼있다. 유창근 현대상선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한 세 명의 경영진이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이들은 이사라는 직책을 가지고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하고 있다.
현대상선 사외이사는 총 네 명이다. 관료 출신을 비롯해 교수 그리고 현대상선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한 해외관계사의 사장이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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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현대상선이 산업은행에 조건부 자율협약을 신청하고 최종적으로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사내·사외이사진 명단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만이 새 사내이사로 선임됐을 뿐이다.
사외이사진이 유지된 데 대한 우려가 큰 이유는 현대상선 사외이사진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법정관리를 넘겼긴 했지만 현대상선은 올 상반기 연결 기준으로 429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여전히 영업력 회복이 회사의 최대 화두다.
여기에 사외이사진이 감시해야 할 대상에는 이제 지배주주인 국책은행이 포함됐다. 그간 국내 기업들이 영입한 관료 출신 사외이사들이 정부 방패막이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현대상선 사외이사진이 산업은행을 감독하는 데 대한 기대감보다는 우려의 시선이 더 많다.
수년간 바뀌지 않은 현대상선 사외이사진에 해운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점도 이들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처했던 건 자의·타의로 알짜자산을 상당 부분 매각하는 동시에 고용선 선박을 지속해서 보유했던 점 때문이었다. 산업 전문가인 사외이사가 회사에서 제 기능을 발휘했다면 이같은 조치들을 일정 부분 막을 수 있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해양대학교 출신과 같은 업계 전문가가 이사회 구성원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외국인 사외이사에 대한 역할론 논란도 있다. 에릭 싱 치 입 이사는 2005년부터 10년이 넘게 현대상선 사외이사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5년 동안 이사회에 등장하지 않아 거수기 사외이사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 한진해운 좌초 요인 중 하나였던 '거수기' 사외이사
현대상선 사외이사진의 역할이 중요해진 배경에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도 기여한 측면이 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사외이사진은 2007년 한진해운 경영권을 넘겨받은 최은영 전 회장과 최 회장을 보필한 김영민 전 사장을 감시하는 데 있어 소홀했다는 지적을 거세게 받았다. 최 전 회장은 경영 경험이 전무했고, 김 전 사장은 산업통이 아닌 외국계 은행에서 20여년을 근무한 금융통이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당시의 사외이사진을 들여다보면 현재의 현대상선 사외이사진과 구성원 면에서 닮아 있다. 당시 한진해운 사외이사는 교수, 변호사 그리고 국세청·수출입은행 출신의 인사들로 포진돼있었다. 이들은 한진해운이 고용선료 선박을 확보하고 막대한 차입금을 마련하는 수년 동안 관련된 안건을 두고 단 한번도 반대 의사를 내놓지 않았다.
현대상선이 산업은행의 품에 안겼다고 유동성 위기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다. 국내외 해운시장 상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세계 1위 머스크가 직간접적으로 여러 선사들을 위기로 내몰리게 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회사뿐 아니라 이들을 감시하는 사외이사진 또한 어깨가 무거워졌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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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1월 13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