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빗 딜서 경쟁입찰로 선회
높은 레버리지 비율 "PEF 인수구조 짜기 어렵다"
유일한 흥행수표 SK…"무리한 인수 추진 어려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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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산업용가스 시장 점유율 1위 대성산업가스 인수검토에 나섰다. 막강한 인수후보자가 없는 탓에 SK는 유일한 '흥행수표'로 꼽히지만 완주여부는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란 분석이다. 매각 측의 높은 눈높이를 맞추면서까지 인수를 강행할 요인이 없는데다 최근 검찰수사로 인한 적극적인 M&A시도가 당분간은 어려울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SK는 올해 초 SK머티리얼즈를 그룹에 편입한 이후 인수·합병(M&A)와 조인트벤처(JV) 설립을 통해 반도체 소재분야 확장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올 3월에는 SKC에 속해있던 SKC에어가스를 SK머티리얼즈의 자회사로 편입했고, 5월엔 일본 트리케미칼과 합작법인 'SK트리켐'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는 특수가스업체 일본 쇼와덴코와 JV설립을 두고 논의를 진행 중이다.
대성산업가스 인수 또한 산업용 특수가스 시장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한 차원에서 검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산업용가스 시장점유율 1위(약 24%)인 대성산업가스의 인수는 점유율 3~4%에 불과한 SK에어가스의 시장지위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다. 대성산업가스의 주력은 산업용가스를 공급받을 사업장 옆 설비를 지어 공급하는 부문(Tonnage)으로 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GS칼텍스·LG화학, 삼성전자 등이 주 거래처다. 이 역시 인수를 통해 안정적인 매출처 다각화를 꾀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SK와 같은 전략적투자자(SI)외의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인수전 참여가 제한될 것이란 전망 또한 SK의 인수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원인이 됐다. ▲독과점 논란에 따른 기존 사업자들(에어프로덕트·프렉스에어·에어리퀴드·린데)의 인수전 참여가 불투명하다는 점과 ▲과중한 레버리지로 인한 PEF의 투자 구조가 제약된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여기에 ▲매각측인 최동석 골드만삭스 IB부문 대표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촌관계라는 점 ▲통합 지주사 출범 후 SK머티리얼즈 인수를 이끌었던 조대식 SK㈜사장의 주요 성과를 실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점 등이 SK가 적극 인수에 참여할 것이란 전망을 뒷받침 했다. 실제로 현재 SK그룹은 연말 사장단 인사를 앞두고 초긴장 상태로 알려진다. 대성가스나 ADT캡스 등 굵직한 매물 인수를 진행하고 사업부를 확대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최태원 회장에게 '눈도장'을 찍을 필요성이 그룹 내외부에서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주요 인수후보로서 SK가 거론되면서 시장은 고무된 분위기였다. SK의 인수검토가 시장에거론 된 이후 대성산업의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 10월 초 2000원대 중반이던 대성산업의 주식은 현재 4000원 내외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 같은 시장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SK가 인수전에 적극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골드만삭스, 대성합동지주 등 매각측이 기대하는 매각가는 기업가치 기준 1조원 중반수준. 시장에선 최소 1조2000억원을 기업가치로 평가하고 있다. 대성산업가스의 올 6월기준 순차입금은 약 7400억원으로 이를 제외한 지분가치는 최소 5000억원 수준이다. 최소 5000억원의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탓에 SK㈜가 인수주체로 나서고 향후 SK머티리얼즈와 합병 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나오기도 했다.
SK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SK가 내부적으로 대성산업가스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높은 가격에 대한 부담으로 적정가격 이상 제시하진 않을 것"이라며 "경영진 또한 일정수준 이상의 무리한 가격을 제시하면서 인수를 추진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SK그룹이 SK에어가스에 대한 투자를 확대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대성산업가스가 인수를 최우선 과제로 삼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SK하이닉스 M14공장의 현재 가동률은 50% 수준, SK는 2024년까지 15조원을 들여 공장증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장증설에 따라 SK에어가스가 SK하이닉스를 대상으로 한 공급물량을 점진적으로 늘려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대성산업가스 인수와 자체적인 투자확대를 두고 저울질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성합동지주에 대한 '신뢰' 문제도 걸림돌로 거론된다. 업계에 따르면 SK는 이미 수개월전 프라이빗 딜 형태로 대성산업가스 인수를 제안하고 준비를 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성그룹이 공개매각으로 돌아서면서 입찰에 참여해야 할 상황이 됐다.
아울러 갑작스런 검찰 수사 또한 SK의 인수 전 완주를 의심하는 계기가 됐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검찰의 조사가 재계전반으로 퍼지고 있는 상황 속 많게는 조(兆)단위 거래에 뛰어드는 게 부담스러울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SK그룹 내부적으로 수 달 전부터 대성산업가스의 인수를 검토해 왔지만 검찰의 수사가 재계 전반으로 퍼진 상황에서 잔뜩 움츠리고 있는 SK그룹이 인수전에 적극 참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이번 매각은 대성합동지주의 자회사 대성산업의 수 천억원에 달하는 차입금 상환이 목적이다. 한진해운·동부그룹 사태 등으로 대성산업의 신용보증기금을 통한 회사채 차환이 불가능해 진 탓이다. 골드만삭스는 대성합동지주의 상환재원 마련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매각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대성산업가스의 연결기준 연평균 영업이익은 383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958억원 수준이다. 골드만삭스PIA와 대성합동지주는 내년 1월, 늦어도 3월까진 거래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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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1월 13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