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아웃 '대박' 성과는 실패
-
5년3개월의 기간을 거친 휠라코리아와 사모펀드(PEF)들의 아쿠쉬네트('타이틀리스트')의 투자 수익률(IRR)이 나왔다. 아직 사모펀드들의 잔여지분 처리가 남아있지만 최근 시가를 감안하면 연 13~15% 정도로 기록될 전망이다.
'메자닌'투자 혹은 '블라인드 펀드투자'로 보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국민연금 등 국내 상당수 기관이 참여한 프로젝트성 '바이아웃'(Buyout) 투자 결과로서는 '대박' 달성에 실패했다는 평가다.
지난달 28일 아쿠쉬네트는 투자목적회사(SPC)인 '아쿠쉬네트 홀딩스' (Acushnet Holdings Corp.)를 뉴욕증시(NYSE)에 주당 17달러에 상장을 완료했다. 상장과 함께 그간 지분을 보유해 오던 3곳의 PEF들이 구주매출을 단행하면서 대략적인 투자수익률이 공개됐다.
-
이 딜은 처음부터 거래 자체에 '상징성'이 부여되면서 투자업계와 언론의 주목을 한꺼번에 받아왔다. "한국의 기업과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모여 미국의 글로벌 1위 회사를 인수한다"에 초점이 맞춰지며 '국위선양'이라는 타이틀을 달기도 했다.
지난 MB정부 금융권 최대 실세로 꼽혔던 강만수 당시 산은금융회장이 인수금융 계약 체결식(2011년7월22일)에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며 '대한민국 컨소시엄의 승리' , '한국의 랜드마크딜' 등의 축사를 보낼 정도였다. 투자업계에서는 '해외기업을 사들일때 활용할 딜 구조의 전범이 마련됐다'라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거래 최초 단계에서는 총 12억5000만달러의 인수대금이 소요됐다. '알렉산드리아 홀딩스'(2016년에 '아쿠쉬네트 홀딩스'로 개명)라는 인수목적회사를 마련, 인수자들과 은행이 여기에 자금을 부어 매각자에게 전달하는 구조가 나왔다. 윤윤수 회장의 휠라코리아가 1억 달러로 보통주 투자를 단행했다. 이어 국민연금과 주요 공제회, 그리고 미래에셋증권에서 자금을 받은 프로젝트성 펀드(Deal by deal Fund)인 미래에셋파트너스 7호가 5억25000만달러를 메자닌(BWㆍCBㆍRCPS)투자를 했다. 블라인드 펀드인 우리-블랙스톤 펀드와 네오플럭스 1호가 추가로 1.3억달러 및 45000만달러를 같은 형태로 투자했다.
또 추가로 산업은행이 다른 3개 은행과 함께 인수금융 5억 달러 및 운영자금 5000만 달러를 제공했다. 은행 차입을 제외하면 휠라가 1억달러, FI들이 7억달러를 투자한 셈이다.
자금은 미래에셋PEF가 가장 많이 냈으나, 당장은 돈이 없는 휠라코리아가 매년 조금씩 FI들의 지분을 사오는 구조가 마련됐다. 이에 따라 FI들이 보유한 메자닌 가운데 신주인수권부 사채(BW)의 워런트를 매년 휠라가 매입, 매년 약 345억원을 들여 신주를 받아갔다. 또 FI들은 이와 별개로 매년 6000만달러 가량을 배당금과 이자 명목으로 아쿠쉬네트에서 수령했다.
아쿠쉬네트가 워낙 현금흐름이 좋은 회사라 매년 2억달러 이상의 상각전 이익(EBITDA)가 발생하기에 가능했던 구조로 풀이된다. 꾸준한 실적 덕에 못해도 상장하면 시가총액 20억달러는 가능한 '대박 딜'이라는 기대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뉴욕 증시 상장에서 공모가가 예상보다 낮아지며 이런 기대는 무너졌다. JP모간과 모건스탠리 등이 대표주관사로 진행한 IPO과정에서 당초 공모가 희망밴드가 주당 21~24달러에 달했지만 정작 수요예측을 통해 확정된 결과는 주당 17달러에 그쳤다. 시가총액도 12~13억 달러 수준에 그쳤다. 자연히 구주매출을 통해 추가수익을 기대하던 PEF들의 수익도 크게 낮아졌다.
PEF들은 ▲BW처분(약 1.5억달러) ▲배당금ㆍ이자 (약 3억달러) ▲상장전 보통주 전환후 휠라에 매각 (약2.6억달러) ▲상장후 26.1%구주매출 (약 3.3억달러)로 투자금을 회수했다. 그리고 남은 잔여지분 20.8% 가량이 최근 시세(주당 약 18달러)로 약 2.8 억달러에 달한다.
결국 7억 달러를 투자해 약 13~14억 달러를 회수하는 셈이 됐다. . 누적수익률 약 90%(2배 멀티플)과 13~15%수준의 IRR이다. 당초 IRR 20%는 너끈히 나올 것이란 예상이 무너졌다는 의미다.
CNNㆍ포브스 등 외신들은 "타이거 우즈 같은 신성이 골프에서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골프산업의 향후 성장성이 밝지 않고 TV채널도 주목하지 않는다" , "나이키나 아디다스가 철수를 확정한 산업이다" 등을 낮은 공모가와 주가상승 여력 부족의 이유로 들었다.
이번 거래는 국내 투자시장과 PEF업계에 여러 함의를 남길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셋PE는 이번 투자로 펀드 수익률 제고를 노렸지만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렵게 됐다. 멀티플은 좋은 편이지만 인수를 위해 프로젝트성 펀드까지 조성한 단일 투자건으로는 '대박'이 라고는 보기 어렵다는 것.
아울러 펀드매니저들의 퇴사와 교체 등을 거치며 "한국만의 독특한 프로젝트 PEF에 대해 펀드매니저에게 어떻게 성과보수(Carried Interest)가 지급되는가"에 대한 답을 줘야 할 상황에 처했다. 국내 블라인드 펀드 매니저들 상당수는 이런 구조에 대해 '반감'을 표현해왔다.
결과적으로 가장 많은 수혜(?)는 휠라코리와 윤윤수 회장이 누리게 됐다는 평가도 있다.
휠라는 최초 1000억원 정도가 넘는 돈을 투자하고, 매년 300억원 가량만 5년간 투자했다. 이후 FI 지분을 매입하는데 약 2700억원 정도를 들였다. 이 자금들도 은행권 인수금융을 최대한 활용해 마련했다.
이 정도 노력을 들여서 휠라코리아는 1935년 설립된 세계 1위 기업의 주인이 됐고, 이를 뉴욕 증시에 상장까지 시켰다. 매년 2000억원이 넘는 아쿠쉬네트의 현금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성과만 놓고보면 투입자금 대비 거의 최고 수준의 거래라는 지적도 나온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1월 14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