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그룹 내 타 계열사 지원 힘들어
배당 축소 등 자구안은 효과 작은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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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보험회계기준인 IFRS4 2단계(IFRS17) 도입 및 감독규정 강화를 앞두고 자본 확충이 보험사의 당면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한화생명도 도입에 따른 충격이 가장 큰 보험사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그룹의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고 자구안도 마땅찮아 운신의 폭이 좁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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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말 실시한 보험부채적정성평가(LAT) 결과 한화생명의 결손금(10조720억원)은 당시 자기자본(8조6400억원)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상반기 부채 증가에 따른 필요 자기자본 규모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로서는 상당 수준의 자본을 확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말로 예정된 신용리스크 강화 등 감독규정 강화도 자본확충에 부담을 주고 있다. 감독당국은 주식보유에 대한 리스크 강화 등 IFRS4 2단계 도입에 맞춰 감독규정을 유럽의 솔벤시2 수준으로 강화하려 하고 있다. 이 경우 지급여력(RBC)비율 하락에 따른 자본확충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증권사 보험 담당 애널리스트는 "한화생명은 고정금리형 준비금 비중과 예정 이율 평균치 등이 높아 지급여력기준금 대비 금리 위험액 비중이 국내 생보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면서 "내년 초 발표될 IFRS4 2단계 세부 기준에 따라 결손금 규모가 바뀔 수는 있으나 회계기준 및 감독규정 변화 따른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자기자본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한화생명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그룹에 기대기도, 스스로 해결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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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한화생명의 1대 주주(지분율 28.4%) 한화건설은 해외 사업 부실 등의 여파로 자금난에 봉착해 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단기차입금은 7463억원 규모인 반면 현금 및 현금성자산 보유액은 3057억원에 불과하다. 지난 5월 한화생명 지분을 담보로 교환사채(EB) 발행을 시도했고, 6월에는 한화손해보험 지분(7.3%)을 한화생명에 53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지주사로부터 2000억원의 자금 지원도 받았다.
2대 주주 ㈜한화(지분율 18.1%) 역시 '곳간'이 빈 상태다. 한화테크윈·한화탈레스·한화종합화학·한화토탈 4개사 인수에 1조9000억원 투입을 결정한 ㈜한화는 지난 9월 4000억원 규모의 우선주를 발행했다. 인수 잔금 납부와 재무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부채비율은 967% 수준이고, 올 6월 말 기준 1년 내 상환해야 할 차입금은 1조9953억원에 이른다.
지분 15.25%를 보유한 3대 주주 예금보험공사(예보)가 증자에 참여할 가능성도 낮다. 예보는 공공기관 자산 감축 기조 하에 '공적자금 회수'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예보가 우리은행 민영화 다음 단계로 한화생명 지분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배당 축소와 자사주 매각 정도가 거론되지만,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지난 3년간 한화생명의 연간 배당액 평균은 1282억원이다. 비슷한 규모를 가정했을 때 IFRS4 2단계 도입 전인 2020년까지 모을 수 있는 금액은 5000억원 수준이다. 자사주(올 6월 말 기준 1억1714만여주)를 전부 매각할 경우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은 6993억원(10일 종가 기준)에 불과하다. 보험주의 매력도가 떨어진 상황이라 투자자를 모으기도 쉽지 않다.
결국 그룹의 지원과 독자 생존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자본 확충을 위한 한화생명의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재무 상태 개선을 위해 외부 컨설팅을 의뢰한 교보생명, 대주주로부터 6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 받은 동양생명을 보며 시장에서는 한화생명에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방산·태양광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이라면서 "한화생명 자본 확충에 대해서는 그룹 차원에서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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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1월 15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