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인 이건희 회장, 삼성물산 지원 바라기 힘든 상황
삼성카드 분할 후 삼성생명과의 합병 가능성 언급
어떠한 경우든 ‘독자생존’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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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의 자본확충 이슈가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도 이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IFRS4 2단계(IFRS17) 도입 시 완전자본잠식 가능성마저 언급되고 있는 판국이다.여기에 당장 올해 연말부터 감독규정 강화도 예고되어 있다.
'삼성'이라는 든든한 우산이 있지만, 그룹 지배구조 이슈 등으로 지원을 받기 힘든 판국이다. 결국 '독자생존'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해 업계 1위 삼성생명에도 힘든 시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IFRS4 2단계가 도입 시 최악의 경우 삼성생명의 완전자본잠식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말 실시한 부채적정성평가(LAT)에서 결손금(27조원)이 당시 자기자본(23조원)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결손금이 모두 부채 증가로 나타나진 않지만, 부채 증가로 인한 자본감소는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가 되면 IFRS4 2단계 도입에 따른 필요 자본규모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며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땐 최악의 경우 완전자본잠식 가능성도 거론된다”고 말했다.
감독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지급여력제도 강화도 부담이다. 감독당국은 주식 보유에 대한 위험계수를 상향하는 등 유럽의 솔벤시2 수준으로 지급여력제도를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자본확충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할 가장 확실한 해법은 대주주의 증자참여다. 삼성생명의 대주주는 이건희 회장으로 지분 20.76%를 가지고 있다. 다음으로 삼성물산이 19.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지원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대주주인 이건희 회장이 자기의사를 표시할 수 없는 판국에 증자 참여를 결정하기 힘들다. 이 회장이 의결권을 포괄적으로 위임했다고 하나, 위임권 행사를 통해 증자 참여하는 데에는 법적 문제의 소지가 있다. 지난해 7월 열린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도 이건희 회장의 포괄적 위임권 행사에 대한 법적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은 지난달 삼성전자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했다.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분할하고 현물출자를 통해 지배력을 강화하라는 주장이다. 이는 취약한 섬성그룹의 삼성전자 지배구조 문제를 부각시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 확보에 나서기에도 바쁘다. 여기에 더해 순차입금 규모가 5조원에 이르는 삼성물산 재무구조도 삼성생명 지원에 나서기 힘든 이유다.
규제도 걸림돌이다.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증자에 나설 경우 공정거래법상 신규순환출자 및 기존순환출자 강화 금지 규정을 위배한다. 삼성생명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의 한 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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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외부투자자를 유치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를 보유한 대주주다. 삼성생명의 경영권은 그룹 전체의 경영권과 직결된다. 외부 투자자에게 넘길 수 있는 지분이 아니란 뜻이다.
증자가 사실상 힘들 다는 점을 감안해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시나리오 중 하나가 삼성카드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 후 삼성생명과 합병하는 것이다. 4조원에 이르는 삼성카드의 이익잉여금을 따로 떼어내 삼성생명에 붙이는 것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상장사인 삼성카드 주주들의 반대를 어떻게 무마 시키느냐가 관건이다.
결국 이런 카드 저런 카드를 고민해봐도 사실상 남는 방법은 결국 ‘독자생존’이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경영권 방어, 최순실 사태 등에 그룹이 엮이면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당연히 삼성생명 자본확충은 후 순위로 밀릴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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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이 자구노력으로 배당을 줄이고, 후순위채를 발행하고, 자사주 유동화를 통해서 최대한 자본을 확충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성 높은 대안이다. 삼성생명이 배당재원을 전부 자본확충에 쓴다면 산술적으로 2021년으로 예정된 IFRS4 2단계 도입까지 1조원 수준의 자본을 확충할 수 있다. 삼성생명이 들고 있는 자사주(지분율 10.21%)의 가치는 2조원 규모로 일정부분 자본확충으로 이뤄질 수 있다.
결국 자구책을 통해 최악의 상황만은 피하고자 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완전자본잠식이 되면 상장폐지가 되는 만큼 일정 수준의 자본만 유지하는 전략을 필 수 있단 설명이다. 매년 1조원을 벌어들이는 데다 부채로 잡아 놓은 미래의 수익이 현실화하면 수년이 지나면 일정 수준의 자본규모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4 2단계 도입 시 업계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일단 버티자는 전략을 필 수도 있다”며 “버티기만 한다면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펼쳐질 수 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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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1월 15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