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업무 손 놓고 '인사'만 바라본다
입력 2016.11.18 07:00|수정 2016.11.18 07:00
    최순실 사태로 경제 수장 공백
    현행 CEO, 가만히 있어도 연임
    대규모 이동보다 안정에 무게
    • 최순실 게이트에 트럼프 당선 등 국내외 굵직한 이슈가 불거지면서 금융권은 사실상 일에서 손을 놓았다. 오로지 관심사는 ‘인사’다. 국정공백 시기에 어떻게든 일년만 더 버티자는 기류가 팽배한 가운데, 제대로 된 인사가 이뤄지겠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경제수장은 사실상 공백인데다, 금융위를 비롯한 감독당국 인사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보니 어부지리로 현행 CEO들이 자리를 보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납작 엎드려만 있어도 자리를 보전 할 수 있는 판국이다.

    • 혼란한 정국의 가장 큰 혜택은 우리은행의 이광구 행장이 보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금융권에서 나온다. 민영화 잡음으로 연임이 불투명했지만, 정국이 불안해 지면서 사고만 치지 않으면 연임이 될 것이란 평이 나오고 있다. 당초 내달 30일까지였던 임기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일까지 연장되기도 했다. 국정공백 속에 이 행장의 거취를 결정할 책임자가 부재한 상황이다.

      KB금융지주 역시 최순실 게이트 이후 '회장·행장 분리설'이 쑥 들어갔다. 지주 회장 겸직인 KB국민은행장 자리를 다시 분리해 핵심 친박 인사인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차지할 것이라는 소문이 시장에 파다했다. 하지만 현재는 오리무중이 됐다. 앞으로 1년간은 현 체제가 유지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올해 대규모 손실을 입었던 NH농협금융지주 인사에도 관심이 높다. 올 상반기에만 1조원이 넘는 충당금을 쌓으며 '빅 배스'(Big Bath)를 실시한 데 대해 이사회서 책임론이 불거졌다. NH금융 최고경영자의 줄 사퇴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도 책임을 안 져도 되는 상황이 됐다. 정부가 농협에 책임을 물을 여유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내년 3월로 예정된 신한금융지주 회장 인사는 2파전이 진행 중이다. 조용병 신한은행장과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이 유력한 가운데 혹시 모를 다크호스가 나타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초대 통합은행장인 함영주 행장의 연임여부가 관심사다. 현재까지 별다른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 않아 연임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연말 증권사 인사의 핵심은 합병 증권사들의 통합 인사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달 대표이사·각 부문대표 선임에 이어 10일 본부장 인사와 조직 개편까지 마무리한 상태다. 부문대표와 본부장서 양사 출신 인사의 수적 비례를 맞췄지만, 앞으로 남은 인사에서 양쪽을 어떻게 안배하는지가 관심사다.

      통합 KB증권은 전병조-윤경은 공동대표 결정 이후 총괄 부문대표 5명, 본부장 31명의 인사를 앞두고 있다. 11월 말~12월 초 확정 목표로 현재 상당 부분 완료된 상태다. 미래에셋대우가 투자은행(IB) 부문과 자산관리(WM) 부문을 합친 IWC센터를 신설한 것처럼 KB증권의 조직 개편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대표이사 교체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진국 대표가 올 초 임명됐지만, 3분기까지 실적을 비롯해 눈에 띄는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파격 인사'였던 만큼 임기 내 교체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체적으로 올해 연말인사는 대규모 물갈이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성과평가제도 등으로 올 한해 금융권이 시끄러웠지만, 현 상황에서 대규모 인사보다는 안정에 치우친 인사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