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할 딜이 없다" 2017년 IPO 시장 '안갯속'
입력 2016.11.18 07:00|수정 2016.11.18 07:00
    대기업 IPO면 무조건 환영? 올해 새로운 분위기 감지
    조 단위 '빅딜' 예정 없어...호텔롯데가 시장 규모 가를듯
    '트럼프 정책 수혜'...바이오·제약·기계 선호 전망
    • 2017년 기업공개(IPO)시장은 암울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정국이 혼란한데다 대선까지 겹친다. 호텔롯데가 상장을 다시 추진하느냐에 따라 시장 규모가 갈릴 전망이다.

      외부 변수의 영향도 예상된다. 한미약품 사태로 숨죽이는 듯 했던 바이오·제약 기업들이 '트럼프 수혜'를 타고 상장 시장을 노크할 가능성이 커졌다. 내년부터 미국에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진행되면 기계 관련 기업도 투자자들로부터 선호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두산밥캣 IPO가 이달로 마무리되면서 올해 IPO 시장은 사실상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11월 초 기준 누적 공모 규모는 약 6조원을 기록했다.  2010년 이후 처음으로 공모규모 5조원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결과다. IPO 시장 규모는 지난 2012년 바닥을 친 이후 최근 수년간 꾸준히 커져왔다.

      다만 내년엔 이 같은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려울 거란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대형 상장 공모를 예정하고 있는 기업들은 많다. 호텔롯데, 넷마블게임즈, 이랜드리테일, 셀트리온헬스케어 등이 내년을 목표로 작업 중이다. 이들 기업들의 예상 공모 규모만 8조원 이상이다.

      변수는 많다. 공모규모가 가장 큰 호텔롯데는 상장 여부조차 불확실한 상황이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10월 대국민 사과를 통해 호텔롯데의 상장을 재추진한다고 공언했지만, 총수 일가는 현재 배임 혐의를 받아 기소된 상황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 호텔롯데의 상장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상장이 가능하다고 해도 최근 중국 정부가 한국 관광을 규제하는 지침을 내려 이전과 같은 기업가치를 평가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를 상쇄할만한 대형 IPO도 현재로선 예정된 바가 없다. 국내 IPO 시장이 대기업 계열사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희망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만 해도 60여건의 IPO 중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두산밥캣의 공모규모가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게다가 내년엔 대선이라는 '빅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고, 정치경제적 변수가 발생할 수 있어 기업공개를 진행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다. 차라리 정국이 안정되는 시점으로 상장을 미루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대기업 IPO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도 까다로워지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 계열사는 우량 기업으로 인식돼 시장의 환대를 받았지만 올해는 이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두산밥캣이 대표적이다. 두산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마지막 우량 기업이었음에도 기업가치가 높아 한 차례 고배를 마셨다. 시장의 눈높이를 무시하고 그룹이 원하는 기업가치로 상장을 강행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호텔롯데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고평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결국 두산밥캣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일반청약에서 낮은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두산밥캣은 오히려 상장 공모 이후 재평가를 받았다. 외부 변수 탓이다. 미국 대선에서 예상을 깨고 트럼프가 당선되며 '수혜주'로 꼽혔다. 트럼프는 '오바마 케어' 폐기와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약속했다.

      이런 분위기는 내년 국내 IPO 시장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장 동종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며 비상장 바이오·제약 기업들의 상장 채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로 저평가받았던 기계 관련 기업도 재조명을 받으며 내년 중 상장 공모 시장에 명함을 내밀 가능성이 거론된다.

      중소형 IPO 시장은 바이오·제약 외에도 게임과 정보통신(IT) 분야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게임산업에 규제 일변도였던 이번 정권의 임기가 끝나가는데다 넷마블이라는 국내 2위 사업자의 상장이 예정된 까닭이다. 벤처연합 500볼트가 코넥스 상장을 준비하는 등 IT 부문 신기술 기업들의 상장 준비도  물 밑에서 차근차근 이뤄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내년 IPO 시장은 '대형딜의 부재'라는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호텔롯데의 상장이 내년 시장의 전체 규모를 가르는 가운데 국내 정국, 미국 정책 변화, 주식시장의 움직임 등이 큰 변수가 될 것"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