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여전히 외면…"전격적인 체질 개선 필요하다"
순혈주의·패스트팔로워 전략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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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는 연산 800만대 시대를 열며 명실상부 세계 5대 오토메이커로 거듭났다. 소형차에서부터 SUV·중대형차·친환경차 등 각종 라인업을 모두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첨단운전자 지원시스템(ADAS) 개발 등 미래차에 대한 대응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 투자자들의 심리는 좀처럼 돌아서지 않고 있다. 현 시점에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선 전격적인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현대차가 사업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분야는 친환경차·미래차·고급차(제네시스) 등 크게 세 가지다. 친환경차의 경우 아이오닉 브랜드를 통해 전기차(EV)·플러그인하이브리드(PHV) 등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미래차는 계열사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자율주행기술 등 개발이 한창이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오는 2020년까지 승용차 3종, 쿠페 1종, SUV 2종 등 총 6개의 라인업을 갖출 계획이다.
투자업계는 양적·질적 성장을 모두 꾀하기 위해 친환경차, 미래차, 고급차로 사업역량을 집중하는 현대차의 전략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기존의 승용차·SUV·상용차 등 모델은 이미 글로벌 시장 각 분야에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친환경차 시장은 성장가능성이 크고 기존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헤게모니를 가지고 있지 않은 '블루오션'으로 평가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유럽 등 선진시장은 물론 중국 신흥 시장에서도 친환경차에 대한 니즈가 다양하게 커지고 있어 친환경차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ADSA 개발 등 미래차에 대응하는 것은 추후 평균판매단가(ASP)를 올리기 위한 좋은 전략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강화함으로써 값비싸고 수익성이 좋은 제품 판매를 늘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동시에 다른 현대차 모델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도 효과적일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 투자자들은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 지난 한전부지 투자로 20만원대가 깨진 이후 현대차의 주가는 10만원대 초중반에 머물러 있다.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주가 그래프에 사실상 지금까지 보인 성과·전략·비전만으론 추후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어려울 것이란 함의(含意)가 담겨 있다는 평가다.
그간 굳건했던 국내 시장에서의 점유율 하락도 가시화하고 있다. 특히 중형차 시장을 중심으로 경쟁사로 고객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보니 회사 측에서도 신형 그랜저 조기 출시 등의 대응에 나설 정도다. 그룹차원에서는 위기경영에 돌입, 임원들의 급여 삭감 등의 '액션'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주주 달래기·신차 출시 수준의 임시방편보다는 전격적인 체질 개선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존 순혈주의를 고집해서는 미래차 대응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최근 나오고있는 외국업체와의 협력 사례뿐만 아니라 국내 유수의 기업들과의 교류도 이제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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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거진 세타2 엔진 관련 '내수차별' 등 논란에 대한 해소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과거에 대응해온 수준의 방식을 고수하다간 국내 소비자들의 이탈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현대차의 내수 점유율은 30% 초반까지, 현대기아차 합산 점유율은 60%대 초반까지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기존의 '패스트팔로워' 전략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연산 800만대 업체로 거듭난 만큼 앞으로 레벨업을 위해선 시장을 선도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현재 하이브리드 기술이나 수소차 기술은 토요타와 함께 현대차가 세계적으로 앞서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 시장이 크게 열리지 않은 점은 리스크지만 이제는 시장을 주도하려는 자세도 시장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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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0월 30일 09:2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