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 해체 2년만에 다시 공론화…정부 민영화 정책과 배치
성사 가능성 불투명…인수 대상 없고 과점주주 의지도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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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구 우리은행장이 2년 만에 다시 지주사 체제로 회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민영화 작업이 일단락된 직후인 지금 지주사 전환 카드를 꺼낸 점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자연히 연임을 노리고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의도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4일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사내 방송을 통해 2017년 5대 신성장동력 육성 계획을 발표하며 금융지주 체계를 다시 구축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정부가 과점주주 매각 성공을 알린 바로 다음날이다.
◇임원진 상의 없이 발표…우리은행 "BIS비율 높이기 위한 목적ㆍM&A 생각 없어"
이 발표를 위해 이광구 행장은 전략담당 부서와 검토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부행장단을 비롯한 임원진과는 별도의 상의도 없이 지주사 재건 계획을 공론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장의 독자적인 판단이 드러난 것이란 평가가 안팎에서 나온다.
이에 대해 A임원은 “미리 귀띔을 받은 바 없고 방송을 듣고서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B임원 역시 “큰 변화가 있는 시기에 원론적인 말씀을 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면서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격변의 시기에 지주사 체계 재건이라는 큰 화두를 꺼낸 이유는 결국 본인의 연임을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광구 행장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다만 후임자가 결정되는 내년 3월까지 유임된다. 이미 우리은행 민영화라는 성과를 등에 업은 상황에서 다음 비전까지 제시한다면 연임에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다음 행장 선임의 주도권을 쥔 과점주주들에도 경영진 PT를 통해 지주사 전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광구 행장으로서는 민영화라는 성과를 거둔 시점에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지주사 체제 이슈 선점을 통해 다음 행장 경쟁에서도 가장 앞서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마케팅 효과를 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우리은행은 지주사전환이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BIS비율) 상승이 주된 목적일 뿐, 이광구 행장 연임이나 계열사 M&A와는 무관한 이슈라고 밝히고 있다.
우리은행은 “당분간은 지주사 전환이나 계열사 확장보다는 은행의 자본건전성을 높이고 앞으로도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행장 연임과는 무관한 이슈"라는 입장을 밝혔다. 즉 향후 새로 주주들이 참여할 것을 감안하면 배당여력 확대가 필요한데 자본비율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으니 미리 이를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 우리은행이 금융지주사체제로 전환하면 3분기말로 보통주자본비율은 9.0%에서 10.2%로, BIS비율은 14.2%에서 16.0%로 높아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 정책에 정면 배치…"잔여지분 매각 의지 희석 우려ㆍ과점주주도 당황"
문제는 우리은행의 이런 행보가 그간 정부가 추진해 온 민영화 정책과 정면 배치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비대한 2013년 우리금융지주의 비대한 덩치가 민영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판단에 따라 우리은행·지방은행·증권패키지 등 크게 3갈래로 분리해 매각을 추진했다. 국내 첫 금융지주사는 2014년 우리은행과 합병하며 사라졌다.
결국 이광구 행장의 발언은 정부가 비판을 감수하고 추진한 결정을 불과 2년만에 부정하는 셈이다. 정부의 잔여 지분에 대한 매각 의지도 희석시킬 수 있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그간의 정부 방침과 달리 우리은행이 다시 지주 체제로 전환한다는 것은 시장에선 정부가 잔여 지분을 매각할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지금 다시 지주체제로 돌아가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고 효율적이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광구 행장 개인의 생각이라면 연임을 염두에 뒀을 것이고, 정부와 교감이 있었다면 시장을 기만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열사 M&A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오로지 자본비율 확대만을 위해 기존 주주들의 승인을 다시 받는 힘든 과정을 거치며 지주사로 회귀할 이유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오히려 지주사가 만들어지면 이를 통해 새로운 '자리 몇개'가 이상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점주주들의 입장도 애매해진다. 이들은 '은행'을 인수하고자 이번 거래에 참여했다. 하지만 인수대상이 갑자기 '지주'로 변신하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
과점주주 관계자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필요성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따져볼 생각"이라며 "연임 여부를 어느정도 염두에 있다고는 해도 지주사 전환이 오로지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한 포석이라면 이 같은 추진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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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1월 17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