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인사 앞둔 NH농협은행, 슬그머니 들어간 손실 '책임론'
입력 2016.11.23 07:00|수정 2016.11.25 09:22
    NH농협銀, 연말 인사 한 달 앞당겨
    대규모 손실 책임 물을까 이목 집중
    흑자 전환 이후 '무사 통과' 목소리도
    • NH농협은행의 연말 인사를 둘러싼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당초 상반기 대규모 부실 상각에 대한 경질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3분기 중 흑자 전환을 기점으로 '책임론'이 옅어지는 분위기다. NH농협은행이 손실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NH농협은행은 이달 말 부행장 인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임기 만료 시점이 도래한 김호민 경영기획본부장·윤동기 자금운용본부장·박석모 기업고객본부장은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NH농협은행은 임원 임기를 연장한 전례가 없는 까닭이다.

      시장의 관심은 나머지 임원진에 대해 문책성 인사를 단행하느냐에 집중돼 있다. 이경섭 NH농협은행장과 나머지 부행장 여섯 명은 임기가 1년~1년 4개월가량 남아 있는 상태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경질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STX조선해양 등 조선·해양업 부실로 1조3589억원의 신용손실충당금을 쌓았고, 3290억원(명칭사용료 제외 시 2094억원)의 적자를 기록한데 따른 결과다. 자산 규모가 비슷한 신한은행·KB국민은행은 같은 기간 동안 각각 1조267억원·743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달 업계에서는 NH농협금융지주 계열사 사장단(이경섭 NH농협은행장·김용복 NH농협생명 사장·이윤배 NH농협손해보험 사장)의 일괄 사표 제출설(說)이 돌기도 했다. 당시 NH농협금융지주는 사실이 아니라며 소문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9월을 기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과거 부실의 책임을 현 임원진에게 묻는 것은 과도한 처사가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조직 안정과 사기 독려 차원에서 '무사 통과'를 점치는 이들도 있다. NH농협은행이 임기 만료 전 부행장을 교체한 적 없다는 사실이 이러한 분석에 힘을 보탠다.

      내부에서도 흑자 전환 이후 이들에 대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이른 시일 내에 흑자 전환에 성공해 그룹 내부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이런 결과가 나오기까지 관련 임원과 부서원들이 적지 않은 노력을 해온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결정이 내려질 경우 외부 비판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빅배스는 지난달 있었던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 감사에서도 문제가 됐던 만큼, NH농협금융이 손실 책임을 슬쩍 넘어갔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반기 NH농협은행의 대규모 손실은 시장에서 화제가 됐던 사안"이라면서 "은행 대출이 취급자 주의인지라 현 임원진은 다소 억울할 수도 있지만, 외부에 미칠 파장을 생각하면 그냥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는 "은행업은 특히 신뢰가 중요한지라 외부 시각을 감안해서라도 누군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