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시내면세점 살려라"
두타면세점은 실적 공개 안해
이천우 부사장 사표 제출…그룹차원 의지 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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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두산그룹이 공통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시내면세점 사업 영역에서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화는 그룹 차원에서 면세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반면 두산은 면세점 실적 개선을 위한 뾰족한 전략을 내놓지 못한 채 이를 바라보는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올초 서울 시내면세점 시장에 새로이 진출한 사업자 중 유독 한화·두산은 맥을 못추고 있다는 평가다. 두 기업이 면세점을 개장하기 전부터 형성됐던 시장의 불안감이 현실로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고 상위업체들과의 실적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제주 공항점 실적을 포함한 올 3분기 누적 영업적자 규모가 305억원을 기록했다. 63빌딩에 위치한 서울 시내점의 올 3분기 영업손실만 130억원대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두산은 두타면세점의 올 3분기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두타면세점의 영업이익률이 -100%대를 넘어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화·두산의 면세사업 영업적자는 핵심능력인 명품 소싱에서 비롯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소공점에 명품 빅3 브랜드(샤넬·루이비통·에르메스)를 모두 유치한 지 오래다. 경쟁사인 신세계DF·HDC신라는 각각 신세계백화점·신라면세점이 가진 명품 브랜드 네트워킹을 보유하고 있어 해당 브랜드 입점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면세업 계열사를 대하는 한화와 두산그룹의 대응도 엇갈린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직접 나서 면세사업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갤러리아면세점63의 영업적자 탈피를 위한 그룹 차원의 비용 지원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중국인 대상 온라인 면세점 매출과 모객을 강화하고 여의도 관광코스 개발을 통해 실적을 개선해 나갈 계획"라며 "내달 생로랑이 오픈하는 등 지속적인 명품 브랜드 유치 노력도 기울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두산은 업계에서 두타면세점의 특허권 반납설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석연치않다. 무엇보다 그룹의 면세업에 대한 의지가 빈약하다.
최근 박서원 두산 유통사업부문 면세점 전략담당 전무와 함께 두산의 면세사업을 이끌었던 이천우 두산 유통부문 부사장이 사표를 제출했다. 두산은 AK플라자·삼성물산 등을 거친 패션·유통 전문가인 이천우 부사장을 지난해 면세점 사업권 획득과 동시에 영입했다. 이 부사장은 두타면세점이 개장한 지 6개월도 채 안 돼 두산을 떠나게 됐다. 박서원 전무가 면세사업 전면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오지만 아직 뚜렷한 그림이 나오질 않고 있다.
아울러 그룹 내부에서도 면세사업을 잘 영위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 내부에서도 면세사업은 성공시키기 힘든 사업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두산은 그룹 차원에서도 유동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기대했던 밥캣 기업공개(IPO)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지 못했고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이 주춤한 상황에서 면세사업의 손실을 짊어지기에는 부담이다. 두산그룹 면세점 관계자는 "두타면세점의 하루평균 매출 규모가 6억원 중반대에서 우상향하고 있다"라며 "브랜드들의 입점이 순차적으로 완료되면 면세사업이 빠른 속도로 안정활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규 면세점들이 마주하는 내년도 영업환경은 올해보다 더 치열해진다. 관세청이 다음달 중순 대기업 군에서 3곳의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사업자를 추가로 선정한다. 롯데와 SK가 각각 월드타워점·워커힐면세점을 찾고 사업자 한 곳이 추가되면 한화·두산그룹은 영업적자에서 벗어나가기가 한층 어려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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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1월 20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