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연·김진일 사장, 최정우 부사장 등 '물망'
정치권 연결고리 끊어낼 외부인사 선임 필요성도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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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회장의 내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두고 포스코 그룹 안팎에선 차기 회장직에 대한 여러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권오준 회장은 최근 불거진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며, 연임 도전에 힘을 잃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회사의 실세로 알려진 황은연 사장 외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린 김진일 사장, 최정우 부사장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발(發) 공급과잉 지속과 글로벌 철강수요 약세 등 회사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DNA를 수혈할 외부인사가 회장에 선임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권오준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된다. 최근까지 시장관계자들은 권오준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권 회장이 내세웠던 '철강 본원경쟁력 강화'에 따라 추진된 구조조정의 성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현재 포스코가 직면한 철강본업에서의 위기를 확실하게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권 회장이 연임해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구조조정을 하기엔 주어진 시간(임기 3년)이 다소 짧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11일 권 회장이 2010년 진행한 '포레카' 매각과 '최순실 게이트' 간의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장 분위기는 달라졌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올 3분기 포스코가 실적개선을 이루면서 시장에선 권 회장이 제시한 구조조정과 철강 본원경쟁력 강화가 주효한 전략이었단 평가가 나와, (권 회장의) 연임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했다"며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권 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진행되면서 연임은 힘들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권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낮아지며 차기 회장에 대한 그룹 내부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그룹 실세로 알려진 황은연 사장 외 등기임원인 김진일 사장, 최정우 부사장, 이영훈 포스코켐텍 사장 등이 차기 주자로 언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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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권오준 회장·황은연 사장·최정우 부사장·김진일 사장·이영훈 사장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던 인물인 황은연 포스코 사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황 사장은 포스코 그룹의 인사·홍보·구매 등 경영전반을 경험한 인물로 그룹 사정에 밝다.
황 사장은 지난 2월 이사회의 등기임원 선임 추천을 받지 못해 회장 후보군에서 멀어지는 듯 보였다. 최근엔 등기임원에서 배제된 직후 최순실씨 소유로 추정되는 '더블루K' 재단 관계자들과 연락을 주고 받았다는 사실이 보도되며 차기 주자로서의 동력을 완전히 잃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포스코에너지의 동양파워 인수 건 등 일련의 사건들을 볼때 황 사장이 완전히 후보군에서 배제됐다고 판단하긴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황은연 사장은 포스코에너지 사장직을 맡았던 2014년 동양파워(현 포스파워)를 인수해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진출했다. 포스코에너지가 동양파워에 인수에 들인 돈은 4311억원으로 당시 장부가보다 1000억원 높은 가격이다. 이 때문에 당시 시장에선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가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선 동양파워 고가 인수 논란과 함께 황 사장의 입지에 대한 재조명도 이뤄졌다"며 "황 사장과 정치권 간 두터운 연결고리가 있다는 점을 시장이 확실하게 인지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 황 사장이 연루됐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포스코가 구조적으로 정치권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완전히 배제됐다고 보기도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연구원 역시 "여전히 그룹 내부엔 황 사장을 따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고, 권 회장이 검찰에 소환되며 확실히 연임에서 멀어지는 분위기라 반전의 기회를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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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 포스코 부사장 역시 또다른 유력후보다. 최정우 부사장은 지난 2월 사장으로 승진한 황은연 사장을 제치고 등기이사로 선임되며 차기 회장 후보로 재조명됐다. 부사장으로서 이례적으로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린 점이 그룹 내 입지가 탄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많다. 뿐만 아니라 타 기업들과 다르게 대표이사 및 사장 선임권을 가진 이사회의 추천을 받은 점 등도 최 부사장의 회장 선임 가능성에 무게를 실리게 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 부사장은 지난해 미얀마 가스전 매각을 두고 불거진 대우인터내셔널과 포스코그룹 간의 갈등을 봉합하면서 그룹 내 존재감을 다졌다"며 "현재 포스코그룹의 구조조정을 전담 및 주도하는 가치경영센터장을 맡고 있다는 점도 최 부사장에게 힘을 실어준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4년 권오준 회장과 회장직을 두고 경합을 벌였던 김진일 사장 역시 회장 후보군으로 언급되고 있다. 포항제철소장, 탄소강사업부문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기술부문 전문가로서 그룹 내 입지가 견고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그룹 내부에선 김 사장이 현재 포스코의 위기를 해쳐나갈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알려졌다.
이외에도 이영훈 포스코켐텍 사장 등이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나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증권업계에선 "이영훈 사장이 재무투자본부 부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이나 포스코플렌텍(옛 성진지오텍) 유상증자 등을 놓고 권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과 마찰을 빚어 '윗선'에 밉보인 만큼 가능하겠냐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밝혔다.
현재의 포스코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선 외부인사가 새로운 DNA를 수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포스코가 글로벌 철강업황 부진과 중국발(發) 공급과잉 등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선 외부인사를 데려오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매번 포스코 차기 회장직을 둘러싸고 그룹 안팎에서 잡음이 나오고, 그룹 내 임원들간 보이지 않는 알력다툼 등에 힘을 빼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부인사 만이 능사가 아니란 지적도 있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구조적으로 '오너가 없는' 회사인 포스코에 외부인사를 회장으로 선임한다면 또다른 낙하산 논란이 벌어질 수 있고 내부사정에 밝은 인사가 아니므로 그룹을 운영하는 데 불협화음이 발생할 수 있다"며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CEO추천위원회가 차기 회장을 선임하는 권한을 가진 만큼 사외이사들과 이사회의 정치적 독립성을 강화해 상호 감시·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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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1월 20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