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문제 없고 실질도 달라진 바 없지만 목적은 의문
회사 “영구법인 전환에 따라 은행들이 현실 감안해 반영”
은행들, 이성규 사장 장기집권 중 정관 변경 의도에 의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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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 유암코 사장이 그만 둔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인가요?” 최근 한 투자업계(IB) 관계자는 이런 소문을 들었다며 진위 여부를 물어왔다.
그러나 이는 현재로선 풍문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성규 사장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유암코의 구조조정본부(CR본부)를 CR사업부문으로 확대하고 직접 사업을 관할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연말이 다가오고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불안정성이 커졌기 때문에 나온 뜬소문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정작 눈길을 끌었던 것은 유암코의 정관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암코 정관에는 대표이사의 임기(3년)에 대한 내용만 있었다. 올해 바뀐 정관에는 ‘대표이사는 횟수에 제한이 없이 연임할 수 있다’는 내용이 더해졌다. 종신 대표가 될 수 있는 길이 명문화된 것이다. 지난해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추가로 부여 받은 후 정관변경 작업을 거치는 과정에서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상법에선 이사의 임기는 3년은 초과하지 못한다고 규정할 뿐 대표이사의 연임 제한 혹은 허용에 대한 규정은 담고 있지 않다. 상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면 정관의 내용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관 변경은 주주총회 결의사항으로 주주은행들의 의견 합치가 있었다면 절차적으로도 정당하다.
연임에 대한 내용은 보통 정관에 담는데 회사 상황에 따라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산은캐피탈이나 무역보험공사처럼 연임이 가능하다고 명시한 경우도 있고, KT와 포스코처럼 별도의 연임 제한 규정을 두지 않아 연임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아무 규정이 없는 회사도 많다.
그러나 무제한으로 연임이 가능하다는 점을 직접 규정하는 것은 특이한 사례라는 것이 법률가들의 평가다. 한 변호사는 “통상 연임 제한 규정을 두지 않는 방식으로 연임 가능성을 열어두는 점을 감안하면 이 경우는 특이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관 변경에 따른 실질이 달라진 것도 아니다.
전에도 대표이사 연임 제한 규정은 없었고 이성규 사장은 거듭 연임해오고 있다. 대표이사 연임은 주주은행들이 수익성 등 핵심성과지표(KPI)를 평가해 결정하는 구조다. 그간 유암코의 실적도 좋았던 터라 은행들은 ‘형식적인’ 심사를 거쳐 연임을 결정해왔다.
어찌 보면 사소한 내용이 한 줄 들어간 것에 불과하다. 은행 평가가 나쁘면 무용지물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관심이 가는 이유는 그 대상이 유암코이기 때문이다.
회사는 이미 이성규 사장의 개인회사가 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기에 이런 규정까지 적시한 데는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만 하다.
2009년 유암코 설립 때 취임한 이성규 사장은 남은 임기만 채워도 10년간 대표이사로 군림하게 된다. 오너가 아니지만 오너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엔 인수한 회사 경영진에 과거 함께 근무했던 인사들을 내려 보내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관가의 입김을 많이 받는 은행들의 자회사라는 점, 강력한 인적 네트워크를 가진 점 등이 이 사장의 장기 집권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암코는 한시법인이던 지난해까지는 연임 허용 규정이 무의미했지만, 올해 영구법인으로 바뀌면서 규정을 보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규 사장이 계속 연임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주주은행들의 결정으로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그에 앞서 법률자문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은행들은 이 정관 변경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주주은행들의 실무자는 물론, 임원진에서도 ‘그런 정관 규정이 있었느냐’ 혹은 ‘협의했던 기억이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물론 알고 있더라도 원래부터 연임이 가능했었기 때문에 실질이 바뀐 것도 문제가 될 것도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금융당국은 이런 사안에 대해 따로 보고 받은 바 없었다는 입장이다.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정관을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은행들이 몰랐다기 보다는 큰 관심이 없었을 가능성이 있다. 정관 변경의 핵심은 ‘기업구조조정’이라는 사업의 추가와 그 업무를 해나가기 위한 ‘존속기한 폐지’였기 때문이다. 변환기에 유암코 담당 부서가 바뀌면서 협의 내용이 공유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물론 주목도가 낮은 조항이 슬쩍 따라 붙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정관 변경 내용을 몰랐다는 유암코 담당 은행 관계자들도 “그런 내용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며 그 의도엔 궁금증을 드러냈다. 한 은행 임원은 “한 사람이 계속 연임하는 상황에서 그런 규정까지 들어갔다는 것은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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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1월 20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