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공로 부서 ‘승진잔치’ 전망
금융권에선 민영화에 우리은행이 한 게 뭐냐는 지적 나와
국정혼란으로 제대로 된 공과 평가 힘들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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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이 연말인사를 앞두고 들뜬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민영화가 어느 정도 성사됐다는 내부평가와 함께 이에 공이 있다고 판단되는 부서의 승진인사도 거론되고 있다. 더 크게는 이광구 우리은행장을 비롯해 현 경영진이 민영화 이후에도 유지될 수 있다는 내부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은행권이 처한 상황과 현 경영진의 민영화 성사 역할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보니 이를 바라보는 금융권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정국 혼란으로 민영화 공과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광구 행장을 필두로 우리은행 부행장들의 임기가 늘어났다. 내년 2월 새로운 행장이 선임되면 그때 임원 인사를 추진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실시로 임기가 늘어난 최정훈 리스크총괄 부행장을 제외한 나머지 10명의 부행장 임기도 덩달아 내년 3월까지로 연장됐다.
다음달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과점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진이 꾸려지면 이 행장의 연임 여부를 비롯해 경영진 인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 행장은 지주사 전환의사를 밝히며 연임을 위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임원진과의 협의 없이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연임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민영화 성과를 등에 업은데다 비전까지 제시하면서 연임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고 했다는 설명이다. 다음 행장 선임의 주도권을 쥔 과점주주들에게 경영진 PT를 통해 지주사 전환 필요성을 설명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부행장들도 이 행장의 연임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 이 행장이 연임된다면 큰 폭의 부행장 인사는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우리은행 내에선 벌써부터 급격한 변화는 업무공백이 있는 만큼 민영화 연착륙을 위해선 경영진 유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민영화를 이유로 현 경영진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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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 인사도 예상된다. 보상차원의 인사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영화 관련 업무를 담당한 신현석 경영기획단 상무, 이원덕 경영지원부 본부장, 임경천 IR부장 등의 승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민영화의 주역인 만큼 그에 따른 보상이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이 외에도 그간 문제시 되었던 우리은행 부실여신을 줄인 여신심사 부서 등도 승진인사가 예상되고 있다.
한 우리은행 관계자는 “오랜 숙원 사업인 민영화가 이뤄졌으니 그에 합당한 보상 인사가 있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이를 바라보는 금융권의 시선은 따갑다. 대다수 은행들은 현 경제상황과 커진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다. 온갖 반대를 겪어가며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성과연봉제 도입 등을 어떻게 추진할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판국이다.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은행이 한 역할이 무엇이었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금융위원회, 공적자금위원회, 예금보험공사, 은행정리팀에서 일은 다 했는데 우리은행이 승진잔치를 벌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 과점 주주 면면을 살펴보면 사실상 정부가 대주주거나 정부입김이 작용한 회사들이다.
동양생명을 제외한 외국계 투자자를 모으지 못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올 초부터 이 행장은 해외 IR을 돌면서 외국계 투자자 유치에 공을 들였다. 지난 2월부터 세 차례에 걸친 해외 기업설명회(IR)를 통해 50여곳의 인수 후보군을 일일이 접촉, 해외 투자자 유치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결과적으론 이전부터 눈독을 들이던 안방보험의 자회사인 동양생명을 제외하곤 어떤 외국계 투자자도 모으지 못했다.
실적개선을 위해 늘린 가계대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을 7조2000억원 늘렸다. 이는 신한, 국민, KEB하나은행의 가계대출 합산치인 5조3000억원 보다도 큰 수치다. 이를 기반으로 상반기 7500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실적이 전년동기 대비 45% 중가 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서면서 인플레이션으로 시중금리가 들썩이고 대출금리가 올라가면서 가계부채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판국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시중 은행장을 불러 가계대출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문제는 현재로선 우리은행 인사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점이다. 국정혼란으로 경제수장을 비롯한 경제부처가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제대로 된 우리은행 민영화의 공과를 평가할 상황이 아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상 경제수장이 공백인 상황에 변화보단 안정이 중시되면서 현 우리은행 경영진이 유지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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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1월 20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