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한 달 앞두고 통합 지지부진한 'KB증권'
입력 2016.11.28 07:00|수정 2016.11.28 07:00
    내년 1월 2일 KB증권 출범 목표일
    기일 다가오지만 임금·직급 통합 미진
    내부서는 "KB금융 의사결정 늦다" 지적
    • 통합 KB증권을 향한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인수 후 통합(PMI) 작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임금 협상 등 인사 체계 정비가 지연되고 있다. KB금융지주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KB금융지주는 지난 6월 1일 양사의 통합 업무를 담당할 '통합추진단'(통추단)을 결성했다. 실무를 총괄할 'PMO'(Project Management Office)와 의사 결정을 담당할 '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로 세부 조직을 꾸렸다. 통추위 구성원은 김옥찬 KB금융 사장,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 전병조 KB투자증권 사장 등. 통추위는 PMO로부터 주 1회가량 주요 사안을 보고 받고 있다.

      KB금융이 통합 KB증권을 출범시키겠다고 공언한 날은 내년 1월 2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임금 협상·성과연봉제 및 임금피크제 도입·직급 체계 통합 등 산적한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임금 협상은 지난 8월 사측이 현대증권 직원 급여 6% 삭감안을 자진 철회한 뒤 진전이 없다. 올 9월 말 기준 1인당 평균 급여액은 현대증권 7300만원, KB투자증권 7635만원으로 두 회사 간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양사는 비정규직 비중(현대증권 19.8%, 케이비투자증권 32.9%)에서도 차이가 크다.

      직급 체계도 조율이 필요하다. 현대증권에 비해 KB투자증권의 승진 연령이 4세가량 이르다. 금융당국의 요구 사항인 성과연봉제와 임금피크제 도입도 노동조합과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논의가 결렬됐다.

      통합 KB증권이 출범 목표일 전까지 통합 인사 체계를 완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임금 협상과 성과연봉제·임금피크제 도입 등은 전부 노조와 협상을 거쳐야 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한 사안"이라면서 "논의를 서두르지 않으면 기일 내에 마무리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출범일(12월 29일)이 비슷한 미래에셋대우와는 대조적인 모양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달 14일 대표 및 부문별 대표 인사를 마쳤고, 이달 10일 본부장 인사와 조직 개편까지 끝냈다. 이달 중 부서장 인사를 끝내면 통합에 필요한 작업이 모두 마무리된다.

      이 같이 지지부진한 PMI는 KB금융의 느린 의사결정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증권은 원래 의사결정이 빨랐던 기업"이라면서 "인사 체계 정비가 느린 것은 은행 기반 금융지주 계열사로 편입된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에서는 KB금융이 이견을 잘 조율하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증권 노조 관계자는 "PMO에 KB금융 측 구성원을 포함시킨 이유는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 양사의 이견을 조율하고 중재해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것인데, 제 역할을 못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인수에 대한 여러 의혹들이 불거져 나오는 상황에서 KB금융이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자칫 잡음이 불거질 경우 인수 과정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을 꺼려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KB금융 관계자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현대증권에 사외이사로 근무했던 것은 오래 전 일로, KB금융의 현대증권 인수와 관련한 의혹은 사실로 드러난 것이 없다"면서 "KB증권의 임금 등 인사 체계 통합은 여러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최적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 논의를 지속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