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전제는 중국 시장…타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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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한령(限韓令), 이른바 한류 금지령의 진위 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가장 큰 소비시장인 중국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한령 관련 뉴스가 쏟아진 지난 22일 미디어·엔터주는 대부분 하락세를 보였고 이중 CJ CGV와 CJ E&M, SM 등은 연중 최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한령은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등장했다. 최근 한일군사정보협정 가서명에 강한 불만을 가진 중국이 한류 콘텐츠 제한을 강화하며 압박에 나선 것으로도 해석된다. 중국 방송사들의 공식 입장 발표는 아직 없고 중국 외교부 역시 “모르는 일”이라는 애매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현실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CJ E&M 계열 드라마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도 중국이라는 큰 밸류업 요인의 상실이라는 위기를 맞이한 모양새다.
이 회사는 미래에셋대우를 주관사로 선정, 내년 상장을 목표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시장에선 스튜디오드래곤의 시가총액이 6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주관사는 1조원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과 간극인 4000억원가량은 기업가치 제고 작업을 통해 끌어올리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프로듀사'를 집필한 박지은 작가와 배우 전지현이 속해있는 문화창고, '태양의 후예'의 김은숙 작가가 몸담은 화앤담픽쳐스를 인수한데 이어 지난 8월에는 제작사 KPJ의 지분 100%를 150억원에 인수했다. KPJ에는 '대장금', '선덕여왕', '뿌리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 등을 집필한 김영현, 박상연 작가가 속해 있다. 이로써 스튜디오드래곤은 현대물과 사극을 모두 아우르게 됐다. 11월에 종영한 KBS2 '공항 가는 길'과 MBC '캐리어를 끄는 여자', 그리고 현재 방영 중인 이민호, 전지현 주연의 SBS '푸른바다의 전설'까지 지상파 3사에도 모두 손을 뻗었다.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힌 스튜디오드래곤은 중국 지상파 및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주요 드라마를 상영할 예정이다. 국내 시장의 규모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스튜디오드래곤의 기업가치 제고, 즉 밸류업(Value-up) 요소는 결국 ‘중국’으로 귀결된다.
이 와중에 지난 18일부터 중국 인터넷에서 강력한 한한령이 실시된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현실화한다면 한국 드라마와 영화, 예능프로그램을 리메이크한 콘텐츠의 방송이 전면 금지될 수 있다. 한국 제품, 한국 브랜드, 한국 연예인을 모델로 나선 광고도 전면 금지될 예정이다. 이미 심의를 통과한 작품이나 방송 포맷을 정식 루트로 구입한 경우는 예외다. 결국 중국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스튜디오드래곤이 기대하는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제재가 가해질 경우 콘텐츠 제작 및 유통업, 연예기획사 등 중국 비즈니스가 사실상 중단된다고 볼 수 있다. 엔터 및 미디어주가 단기 내 상승 반전할 모멘텀이 거의 없다는 게 증권업계의 평가다.
엔터 및 미디어 담당 애널리스트는 “중국 당국에서 한국의 미디어를 경계하는 분위기는 맞는 것 같고, 규제 강화 우려도 있다”며 “내년 넷마블과 스튜디오드래곤 IPO로 실적 개선을 기대했던 CJ E&M의 경우 성장성에 부담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CJ E&M의 경우 중국향 매출 비중이 5~6%대에 그쳐 실적에 당장 타격이 가는 것은 아니고 스튜디오드래곤은 국내 시장에선 어느 정도 뿌리를 잘 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도 “향후 해외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주진출국이 중국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에서 규제 방안이 가시화한 것은 아니지만 변동성이 높아졌다는 측면에선 불안한 요소임은 틀림없다”고 분석했다.
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도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룹 상황 때문에 실사는 아직 못하고 있어서 지켜봐야 한다”며 “아직 중국향 매출 비중은 크지 않아 당장은 타격이 없지만, 주요 진출 국가로 삼고 있어서 걱정되기는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제이콘텐트리, 초록뱀, SM C&C, NEW 등 상장 엔터기업들이 스튜디오드래곤 기업가치 비교대상으로 꼽힌다. 금융시장에선 스튜디오드래곤의 IPO 흥행 여부에 대한 의문과 동시에, 상장 시기에 대한 조정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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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1월 2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