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증권사 생존법? 핵심은 여전히 '자본 확충'
입력 2016.11.30 07:00|수정 2016.11.30 07:00
    중·소형 증권사, 신사업 발굴 열중
    대부분 IB 틈새시장 공략하겠다는 계획
    자본 확충 없이는 생존 지속하기 어려워
    "대형사 피인수 대상으로 전락할 수도"
    • 인수·합병(M&A) 등으로 오랫동안 고착됐던 증권사 자기자본 순위가 바뀌는 등 금융투자업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중·소형사는 특화 사업을 발굴해 '각자도생'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지만 결국 자본 확충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기자본 1조7000억원 규모의 대신증권은 요즘 증권업 바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위탁 매매(Brokerage) 비중이 높은 탓에 실적이 장세에 좌우되는 영향이 큰데, 자회사를 키워 수익을 다각화하겠다는 구상으로 평가받는다. 부실채권(NPL) 매매 자회사인 대신F&I와 대신저축은행을 전면에 내세웠다.

      유안타증권은 중화권 주식 매매와 온라인 자산관리에 열중하고 있고, 교보증권은 최근 실적이 좋았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투자은행(IB)본부를 육성할 계획이다. IBK투자증권은 중소기업 특화 업무에, KTB투자증권과 LIG투자증권은 헤지펀드 시장에 진출하거나 대체투자·구조화금융(SF)·사모투자(PE) 등에 주력한다.

      이들 대부분 대형 증권사가 참여하지 않는 틈새시장에 뛰어들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자본 확충이 뒷받침 될 필요성이 여전히 제기된다.

      일단 NPL 매매 시장은 최근 자산운용사와 해외 사모펀드(PEF) 등이 잇따라 진출하면서 매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부동산 PF는 리스크가 큰 사업인데다 부동산 경기 하강이 시작되면 시장이 함께 냉각될 수 있어 우려가 나온다.  헤지펀드는 수익성이 떨어져 대형사들이 일부러 진출을 하지 않는 분야다.

      대체투자와 PE 등 IB 업무도 자기자본 투자(PI)가 필요해 자본 확충 없이는 사업 확장에 한계가 있다. 올 들어 시행된 증권사 건전성 지표인 레버리지비율 규제도 고려 대상이다. 금융당국은 레버리지비율 1100% 초과 시 경영 개선을 권고하고, 1300%를 넘기면 경영 개선 요구와 시정 조치를 내린다.

      당국이 증권사 대형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중·소형사 운신의 폭이 더 좁아졌다는 평가도 제기되고 있다.

      한 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 당국은 다양한 증권사를 키우기 위해 중·소형사 보호에 신경 썼는데, 최근 증권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뀐 것 같다"면서 "'초대형 IB 육성방안' 발표 전후로도 중·소형사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당국은 모험 자본을 공급해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증권사의 대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국내 1·2위 증권사의 자기자본을 합쳐 봐야 말레이시아 CIMB증권 1개사 규모에도 못 미친다"면서 "한국 금융시장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역량을 갖춘 대형 증권사가 탄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대형사 위주 재편 움직임에 중·소형사는 피인수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한 증권사 증권 담당 연구원은 "대형화로 당국의 무게 중심이 옮겨가면서 판도가 달라졌고, 장기적으로 볼 때 대형사 위주로 업계가 재편될 수 있다"면서 "증자가 어렵다면 이익잉여금을 꾸준히 쌓는 노력이라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