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라 영업 어려워져…호실적 효과 못 누린다
"주가 답보 시 민영화 주주 회수 고민 커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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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펙트'에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규제 움직임까지 더해져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상승세가 뚜렷하다. 가계 채무 부담이 증가해 금융 시장 불안정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은행에 미치는 파장이 클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달 15일 집계한 11월 코픽스 지수는 1.41이다. 주담대 기준으로 사용되는 코픽스 지수는 지난 9월을 기점으로 상승세 전환했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우리은행·KB국민은행·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 혼합물 주담대 금리 역시 9월 말 대비 평균 0.4%포인트가량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달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주담대 금리의 추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올 3분기 말 1296조원까지 불어난 가계부채가 국내 금융 시장 불안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시장에서는 가계부채를 급격히 늘려온 우리은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의 대상이다.
우리은행은 2011~2015년 5년 간 주담대를 연 평균 13.85%씩 확대해왔다. 같은 기간 경쟁 3개 은행 평균 증가분(6.45%)의 두 배에 이르는 규모다. 기업대출을 줄이고 그 자리에 가계대출을 채워넣은 셈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자산 규모는 99조3260억원. 지난해 말 대비 7.6% 커졌다.
이 같은 대출자산 조정은 올해 우리은행 호실적의 배경이 됐다는 평가다. 한 은행 담당 연구원은 "우리은행이 가계대출을 늘리기 시작한 시점부터 이익 규모가 자산 규모에 걸맞게 정상화되고 있다"면서 "가계대출, 특히 주담대는 담보가 있고 연체율도 낮아 안정적이고 쉬운 '먹거리'로 인식된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이 급격히 증가한 만큼 공격적인 영업이 뒤따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특별 판매(특판)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이 과정에서 부실 우려도 상존한다. 올 3분기 말 기준 우리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은 0.35%로 3개 은행 평균치(0.24%) 대비 11bp 높다. 전체 대출 연체율도 평균치보다 17bp 높은 0.58%다.
실제로 우리은행 지분 매각이 진행될 당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인수전에 참여했던 한 사모펀드(PEF)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최근 가계부채를 많이 늘렸는데 시장 충격 발생 시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낮은 보통주자본비율 탓에 상황이 나빠지면 증자 우려도 있어 지분 인수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당국에서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가계부채를 얼마나 더 늘리는지가 점검 대상이다. 지난 9월 금융감독원은 "하반기 가계대출 리스크관리 방안을 제출하라"며 시중은행을 압박했다. 우리은행은 올 상반기 동안 늘린 대출액이 연간 목표치를 이미 넘은 것으로 금감원 조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민영화 이후 과점주주에 PEF와 재무적 투자자(FI)가 포함된 만큼 주가 상승이 필요하지만, 여건이 녹록치 않다는 분석이다. 금리 상승과 당국 규제 강화로 가계부채 성장세가 꺾이면 가계대출 영업이 어려워지고, 단기로 누렸던 호실적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관치 독립 여부와 오버행 문제 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까닭인지 민영화 이후 우리은행의 주가 추이가 좋지 않은 상황인데, 가계부채 문제까지 본격화된다면 주가가 더 하락할 수 있다"면서 "주가가 계속 답보한다면 과점주주의 투자 회수(Exit) 관련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우리은행이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기업대출을 대폭 줄이고 그 몫을 가계부채로 채웠지만,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를 경계하면서 영업이 어려워졌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비은행 자회사가 없다시피한 우리은행은 타 은행 대비 수익 다각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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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1월 25일 18:2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