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투자 평가손실 우려 있지만 수익 전망은 상승
투자 확대나 금리 인상 누릴 투자 구조 마련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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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시장금리 급등이 국내 주요 연기금·공제회들의 신규 투자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들 사이에서는 기존 투자자산의 평가손실이나 앞으로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와는 별개로 현재의 높은 금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기관들은 투자 규모를 늘리거나 고금리를 누릴 수 있는 투자 전략을 마련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후 미국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현재까지 50bp(1bp = 0.01%) 이상 상승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국고채 10년물 수익률도 50bp 넘게 올랐다. 미국발 충격파가 세계 각국의 시장금리도 급격히 끌어올리는 양상이다.
연기금·공제회들은 그간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투자에 어려움을 겪었다. 회원들의 자금을 운용해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수익 기대치는 높은 반면 그에 부합하는 투자처는 찾기 어려웠다. 투자 요청이 뚝 끊겼다며 하소연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단기간에 시장금리가 급등함에 따라 투자 기회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드러난 득실을 따지기보다는 앞으로 고금리 상황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시장에서 직접적인 금리 향상이 이뤄지는 채권 투자가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기존 투자 자산에 대한 할인율이 커진다. 공정평가에 따른 손실 부담이 있다. 그러나 연기금·공제회들은 채권 투자로 극적인 수익률을 노리기보다 장기 보유하면서 자산 운용의 안정성을 꾀하는데 무게를 둔다. 목표 수익률과 채권 금리간 괴리에도 일정 규모를 유지하려는 이유다. 지금처럼 금리 상승 국면에서 투자를 해두는 것이 장기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에서도 유리하다는 평가다.
한 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절대금리가 너무 낮아 채권 투자를 생각하기 쉽지 않았지만 금리 상승 이후 채권성 자산을 불려나가고 있다”며 “최근엔 채권 상품을 들고 와서 투자 의사를 묻는 경우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체투자도 역시 금리에 민감하고 장기 투자를 한다는 점에서 채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물 투자도 마찬가지로 금리가 상승하면 기존 자산의 평가가치는 낮아지지만, 새로 투자하는 자산의 수익률은 높아진다. 금리가 높을 때 투자를 늘려놔야 하는 셈. 다만 투자처 기근으로 애를 먹고 있다는 푸념도 들린다.
투자 방식을 바꿔 고금리를 누리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한 공제회는 최근의 금리 상승 전부터 고정금리에 기반한 실물 자산을 줄이는 대신 변동 금리를 적용한 투자를 늘렸다. 트럼프 당선 후 금리 상승 효과를 누렸고, 추가 금리 상승 가능성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사모펀드(PEF)를 통한 간접투자는 지분(Equity)이냐 혹은 대출이나 메자닌 투자냐에 따라 금리 상승 영향이 다르게 나타날 전망이다. 변동금리를 적용한 대출이나 메자닌 투자는 추가 이익을 누릴 수 있지만, 지분 투자는 오히려 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률 하락이 예상된다. 추가 금리 상승을 점치는 연기금·공제회는 앞으로 지분 투자보다는 선·중순위 투자, 그 중에서도 변동금리를 적용한 투자를 늘려갈 가능성이 크다.
주식 역시 전체적인 금리 흐름과 궤를 같이 하기 때문에 신규 투자를 늘려서 나쁠 것은 없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다만 주가 상승 여력이나 투자 지역에 대해선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연기금 CIO는 “앞으로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지면 각국의 시장 금리는 현재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해외 주식시장이 이미 활황이지만 추가 상승을 기대하고 주식 투자를 늘리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공제회 CIO는 “우리나라는 기업의 매출 성장과 그에 따른 이익 증가가 아닌 비용절감에 의한 불황형 성장만 이뤄지며 주가 상승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산타랠리를 기대하고 국내 주식 투자를 늘리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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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1월 27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