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공백 및 중국과 관계 냉각 등 국내외 정세 출렁
채권단 정부 의사결정 라인 붕괴 상태서 독자 판단 부담
가격 충족 어렵고 내부 정비가 먼저…매각 연기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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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인수전은 해외 전략적투자자(SI) 간 경쟁구도가 만들어졌지만 이들이 금호타이어에 얼마만큼의 가치를 부여할지는 미지수다. 국내외 정세가 출렁이고 금융회사들도 내부 정비가 우선인 상황이라 채권단이 매각을 완주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지난 9일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10곳의 업체 중 중국 링롱타이어(Linglong tire)와 더블스타(Qingdao Doublestar), 지프로(Jiangsu GPRO), 상하이 에어로스페이스 인더스트리 코퍼레이션(SAIC), 인도 아폴로(Apollo Tyres) 등 5곳을 본입찰적격후보(숏리스트)로 선정했다. 현재 실사가 진행 중이며 내년 1월 본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링롱은 비상장사로 인수주체 바꿔...글로벌 10위 노리는 더블스타·아폴로ㆍ신사업 꾀하는 SAIC·지프로
링롱타이어는 중국 산동성에 기반한 글로벌 20위권 타이어회사다. 글로벌 14위 업체인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경우 10위권 이내로 도약한다. 중국 내 3곳의 공장도 활용할 수 있다. 회사는 지난주 ‘해외 투자위험 회피 및 투자자 이익 보호’를 이유로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시하며 4파전 구도로 재편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지만, 링롱그룹 내 다른 계열사가 바톤을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상하이 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은 M&A 추진 시 증권거래소 규정에 따라 거래가 중지된다”며 “링롱타이어는 인수전에서 빠진게 아니라 이런 부담 때문에 링롱타이어 대신 그룹 내 비상장사가 인수 주체로 나서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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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스타 역시 링롱타이어와 마찬가지로 산동성에서 시작한 타이어 업체다. 칭다오와 시안 등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30위권 밖이지만 역시 금호타이어 인수를 통해 10위권 업체로 도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최대 1조70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PEF) 결성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AIC는 중국의 우주사업을 맡는 항천과학기술그룹(CASC, China Aerospace Science and Technology Corporation)의 완전 자회사로, 그룹 내 투자기구의 성격을 띤다. 자동차 부품사업을 하는 계열사 등과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중국 난징에 본사를 둔 화학회사 지프로는 합성고무가 주력 제품이다. 금호타이어 인수로 새로운 합성고무 수요처를 확보하고 자국 타이어 시장에도 진입할 수 있다.
중국 기업 외엔 인도 아폴로타이어가 유일하다. 무산되긴 했지만 2013년 미국의 쿠퍼타이어(Cooper tire & rubber)를 25억달러(약 2조9000억원)에 인수하려 하는 등 점유율 확대에 관심이 높다는 평가다. 금호타이어 인수 시 글로벌 순위는 17위에서 10위권 내로 진입하게 된다.
채권단과 매각주관사는 매각 성사를 위해 인수 의지가 높고 사업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SI 위주로 후보군을 추렸다. 아직 초기이긴 하지만 실사 분위기나 인수 의지도 높아 보인다는 것이 매각자 측의 판단이다.
◇붕괴된 정부 의사결정 라인에 높은 기대치…채권단 결정에 부담될 듯
매각을 둘러싼 여건은 우호적이지 않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국내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고, 책임있는 결정을 내려줄 금융당국이나 그 위 정부 결재라인은 사실상 공백상태다. 채권단도 어수선하긴 마찬가지다. 금호타이어 매각의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지만, 반드시 이번이어야 할 필요가 있는지는 고민이 될 만한 상황이다.
매각을 주도하는 산업은행은 이번에 금호그룹과의 고리를 끊어내고 싶어하지만 당면 과제는 금호타이어 매각이 아니다. 조선, 해운 구조조정에서 난맥상을 드러내며 정책금융기관의 역할론에 대한 수정 압력이 커지고 있다. 출자 지분 매각이 급한게 아니다.
산업은행에 대한 청와대의 그림자는 옅어졌지만, 동시에 의사 결정 라인도 무너졌다. 금호타이어는 국가 기간산업도 아니고 국내 수위업체도 아니다. 매각 절차를 지키며 글로벌 공신력을 유지할 필요성도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최종 결정 없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업체를 선뜻 해외에 매각하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금호타이어 최대주주인 우리은행도 사정은 비슷하다. 과점주주 매각 방식 민영화는 성과를 거뒀으나 우리은행이 정부와 절연한 독자 운영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는 많지 않다. 연말, 연초 행장 선임 등 경영진 변동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먼저 나서 부담스러운 선택을 내리려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민영화가 완료된 마당에 금호타이어를 매각해 재무지표를 개선시켜야 할 급한 필요성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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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상황도 채권단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 채권단은 충분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원하지만 인수후보들이 국내외 경쟁사 대비 월등히 높은 EV/EBITDA 배수를 인정해줄 지는 불투명하다. 핵심인 중국 공장의 가동률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고, 차입금 규모도 과도하다.
최근 중국과의 관계도 우호적이지 않다. 사드 배치와 일본과 군사정보보호협정 여파로 중국의 경제 보복이 현실화하고 있다. 해외 M&A 등 대규모 자본유출에 대한 억제 정책도 강화하는 분위기다. 중국과 관련한 소규모 M&A도 애를 먹는 상황이라 금호타이어와 같은 대형 거래는 더더욱 승인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이유로 채권단의 기대치와 인수후보들의 가격이 맞지 않으면 매각은 자연스레 미뤄질 수 있다. 명분이 생기면 매각 절차를 중단하고 시장 상황이 안정화된 후의 기회를 노리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금호산업 때처럼 특혜 및 헐값 시비를 감수하고 박삼구 회장에 인수 기회를 부여하기도 부담스럽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내외 상황이 어수선하다고 해서 정해진 절차를 중단하거나 늦추기는 어렵다”면서도 “낮은 가격이 매각 중단의 변수가 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싸게 팔 거라면 공개 매각에 나설 필요도 없었다”며 “금융회사마다 눈높이는 다르겠지만 원하는 수준의 가격을 받기 어렵다면 굳이 매각을 강행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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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2월 0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