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 자체 경쟁력도 안심 못해…광고·O2O사업도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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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와 멜론(Melon)이 만난 지 10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의구심과 불안감은 여전하다. 멜론 '연결효과'로 실적반등엔 성공했으나 그 이상의 시너지는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카카오의 광고 등 본원사업은 물론 미래 먹거리로 제시한 O2O사업의 전망 역시 밝지 않아 '멜론 활용법'에 대해 고민할 여력이 없는 것 아니냐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카카오는 올해 1월 로엔엔터테인먼트(이하 로엔) 지분 76.4%를 1조7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카카오의 연간 매출은 2015년 기준 9321억원으로, 1조원에 못미치는 상황이었다. 연간 수익보다 더 많은 자금을 로엔 인수에 투자한 셈이다. 이 때문에 인수 발표 직후 투자자들 사이엔 카카오가 글로벌 업체로 도약할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무리한 투자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후 카카오는 지난 2·3분기 연속 실적개선에 성공하며 투자자들의 우려는 불식되는 듯 보였다. 회사는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26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분기 대비 26%,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113% 증가한 수치다. 3분기 역시 호실적을 보였다.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302억원으로 2분기보다 13% 가량 증가했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다행히 2분기 이후 카카오가 괜찮은 실적을 냈다"며 "하지만 사실상 로엔 실적이 2분기부터 연결로 잡히면서 매출과 영업익이 크게 늘어난 것이므로 실적만 보고 인수효과가 나오고 있다고 이야기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총 매출에서 카카오의 본원사업인 광고 부문의 기여는 낮아졌다. 1분기 연결기준 콘텐츠 부문 매출이 915억원에서 2분기 1904억원으로 대폭 증가하는 동안 광고 부문 매출은 1293억원에서 1362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3분기 역시 마찬가지 양상을 보였다. 광고 부문 매출은 오히려 지난 분기 대비 감소했으나 콘텐츠 부문은 증가했다. 로엔의 주력사업인 음원(멜론·Melon)부문의 매출이 반영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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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관계자들은 카카오가 멜론 인수를 통해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는 성공했으나 그 이상의 인수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만큼의 시너지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멜론의 실적이 카카오로 그대로 넘어왔기 때문에 1+1=2 이상의 효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할 순 없지 않느냐"며 "멜론 역시 장기적으로 음원시장에서 얼마만큼 오래동안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멜론을 활용할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카카오는 아직까지 멜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카카오는 로엔 인수를 통해 ▲카카오 플랫폼과 로엔 음악 콘텐츠의 결합한 새로운 플랫폼 콘텐츠 마련 ▲경쟁력 있는 콘텐츠 생산 및 발굴을 통한 해외시장 진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연구원은 "아직까지도 멜론 활용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음악 외 다른 콘텐츠를 만들어보겠다고 했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며, 자연히 해외시장 공략 목표도 힘을 잃은 지 오래"라고 꼬집었다.
멜론 자체의 경쟁력 또한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멜론이 음원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어쨌든 멜론을 가지고 있으며 카카오의 실적도 괜찮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본다"며 "문제는 이번에 멜론을 제외한 벅스, 지니뮤직, 소리바다 등은 기존고객에 음원인상 동의를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고객들을 옮겨 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멜론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의 '음원 전송사용료 개선 방안' 결정에 따라 기존고객을 포함한 유료고객의 음원이용료 인상이 이뤄졌음에도 지난 분기 대비 유료가입자수는 5만명 순증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IB업계에선 멜론 자체 경쟁력보단 카카오톡 이모티콘 프로모션으로 인한 깜짝효과라는 시각이 많다. 멜론은 음원인상을 동의하는 유료고객에 무료로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제공했다.
광고 등 본원사업과 미래 먹거리로 제시한 O2O(온·오프라인 연계)사업의 수익성 악화가 계속되고 있어 '멜론 활용법'에 대해 고민할 여력이 없는 것이란 자조적인 목소리마저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본원사업인 광고부문 수익성과 이익기여도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고 새로 제시한 카카오택시·카카오드라이버 등 O2O사업 역시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회사 역시 멜론 활용법을 고민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겠지만 사실상 기존사업과 신사업을 신경쓰느라 그럴 만한 여력이 없어 보이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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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1월 30일 17:2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