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펀드조건에 일정 변경까지…"누구나 지원할 수 없어"
中 '한류 금지령' 현실화…"펀드, 제 역할 할 수 있을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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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가 골머리를 앓았던 한중콘텐츠펀드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문체부로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출자일정이 빈번하게 바뀌는 등 사업계획 수립에서부터 운용사 선정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사실상 특정 운용사만 지원 가능한 사업이 아니었냐는 지적과 함께 중국의 한류 금지령, 이른바 한한령(限韓令)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펀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다.
◇ 운용사 선정 과정 '뒷말' 무성…"대부분 관심 가졌지만 포기"
문화체육관광부와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는 지난달 30일, 500억원 규모의 한중문화산업공동발전펀드(한중콘텐츠펀드) 2호 위탁운용사로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이하 스마일게이트인베)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한중콘텐츠펀드 운용사 선정 과정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추진 과정에서 '잡음'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벤처투자가 1호펀드 운용사 선정공고를 냈을 때 제안서를 낸 운용사는 한 곳도 없었다. 재공고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원한 곳은 설립 2년차였던 TGCK파트너스 뿐이었다. 운용사로 선정된 TGCK파트너스는 모태펀드로부터 200억원을, 민간으로부터 300억원을 출자받아 올해 6월 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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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 펀드 선정과정은 곡절이 더 많았다. 이 과정에 '특정 운용사를 밀어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당초 문체부와 한국벤처투자는 상반기에 1호 펀드가 결성된 후 2호 펀드 운용사를 선정해 연내 펀드결성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다. 업계에선 연내 펀드 결성까지 완료하기 위해선 늦어도 8월엔 공고가 나오지 않겠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관련 공고는 10월 초에 나왔다. 이에 대해 한 VC업체 운용역은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에서 해당 펀드 결성을 위한 중국 출자자 확보 등 준비작업이 모두 끝나면 공고를 낸다는 문체부와 모태펀드 내부의 결정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공교롭게 해당 제안서 접수는 공고 후 1주일이 채 안돼 마감됐다. 정시출자에 비해 비교적 접수기간이 짧은 수시출자도 제안서 접수에 통상 1주일의 시간을 두는 것을 감안하면 일반적이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해당 공고에 제안서를 접수한 운용사는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한 곳 뿐이었다. 그런데 모태펀드는 10월 말 운용사 선정결과를 발표하며, 해당 펀드의 선정결과는 제외했다. 모태펀드 관계자는 "단독지원한 스마일게이트인베가 준비과정 상에 보완할 점이 있다며 지원을 자진철회했다"며 "해당펀드 공고는 11월 초에 다시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태펀드는 11월 초 재공고를 내고 1주일 뒤 접수결과를 밝혔다. 지원한 곳은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와 대성창업투자-화이인베스트먼트(co-gp)였다. 한 VC업체 관계자는 "중국 출자자 확보 조건은 10월 공고 때에도 제외됐기 때문에 해당 조건이 완화돼 다른 운용사도 지원했다는 설명은 어불성설"이라며 "해당 펀드를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오다보니 단독지원 후에 선정하기보단 경쟁구도를 만들고자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러한 논란이 제기되는 것은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의 모그룹 스마일게이트의 권혁빈 대표가 가진 독특한 배경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권혁빈 회장은 서강대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현 정부가 출범할 때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재계인맥으로 자주 거론돼 왔던 인물이다"고 언급했다. 실제 권혁빈 회장은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당시 동행한 70여명의 경제사절단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그간 알려져 왔다. 명단엔 정몽구 현대차 회장·구본무 LG그룹 회장·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정준양 포스코 회장·박용만 두산 회장 등 기업 총수들이 포함됐다.
사실상 한중문화산업공동발전펀드(한중콘텐츠펀드) 사업 자체가 특정 운용사만을 위한 사업이 아니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정부 돈이 들어가는 모태펀드 사업인 만큼 모든 운용사에 지원길이 열려 있어야 했다는 설명이다.
또다른 VC업체 운용역은 "500억이면 문화콘텐츠펀드로서 규모는 물론 운용보수도 결코 작지 않기 때문에 문화콘텐츠에 투자하는 대부분의 운용사들이 관심을 가졌다"면서 "그러나 펀드조건에 '중국출자자' 확보라는 조건으로 애초에 지원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2호펀드는 중국출자자 조건 제외됐지만, 중국 정부 출자는 1호와 마찬가지로 제외됐기 때문에 1호와 크게 다른 것이 없다"며 "중국정부가 출자한 펀드가 아니여서 중국 네트워크를 갖추지 않은 운용사가 중국활동에 제약없는 제작업체나 작품에 투자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 '무늬'만 한중펀드, 현지 분위기 고려 안 해…실효성 '의문'
문화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해 중국시장을 포기할 수 없던 정부가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는 말도 나온다.
한중콘텐츠펀드는 2014년 7월 한중 정상회담 당시 논의된 사항이다. 한중 양국이 각각 1000억원씩 총 2000억원을 출자하고, 펀드가 투자한 작품은 자국 콘텐츠로 인정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중국 정부가 쿼터제를 통해 해외 문화콘텐츠의 진입을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조건들은 운용사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기 충분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해당 펀드사업이 실무단계에 들어가자 당초 논의됐던 사항들은 하나둘 제외되기 시작했다. 자본유출에 민감한 중국정부가 출자를 미뤘다. 문체부에선 중국정부 내 해당 사업을 담당하는 부서 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정부는 이미 편성된 예산집행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해 200억원씩 총 400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 해당 사업을 단독으로 진행했다.
다른 VC업체 운용역은 "정부가 현지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사업을 그대로 진행한 것이 문제"라며 "문화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중국시장을 놓칠 수 없다고 판단한 정부가 욕심부린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의 한류 금지령 이른바 한한령(限韓令)이 현실화 되면서 펀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중콘텐츠펀드는 펀드결성액의 80% 이상을 중국 진출 콘텐츠나 해당 콘텐츠를 제작하는 국내 기업에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VC업계 관계자는 "사드 결정 이후 중국시장을 겨냥한 콘텐츠들에 투자가 급속도록 얼어붙고 있는 상황"이라며 "펀드가 투자해야 하는 중국 진출 콘텐츠나 업체들이 중국 진출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펀드가 투자할 수 있는 대상이 얼마나 많이 있을지, 당초 정부가 의도한 한류 문화산업 육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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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2월 04일 09:00 게재]